好察非明 能察能不察之謂明
호찰비명 능찰능불찰지위명
必勝非勇 能勝能不勝之謂勇
필승비용 능승능불승지위용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은 현명한 것이 아니다. 따져야 할 때는 잘 따지고 따지지 말아야 할 때는 따지지 않을 수 있어야 이를 현명함이라고 한다. 언제나 이기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이겨야 할 때 이길 줄도 알고 굳이 이기지 않아도 될 때 이기지 않을 수 있어야 이를 용기라고 한다.
『채근담』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가 저녁을 먹으러 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는데 이 동네 떡볶이집이 유명하대. 대체로 평이 좋더라고. 거기 한번 가볼까?”
“아, 거기. 나도 들어봤는데 얼마 전에 갔다 온 내 친구는 별로였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다른 데 갈까?
“저쪽에 있는 삼겹살집 말이야. 얼마 전에 방송에도 나왔던 곳인데, 방송에 나온 곳이면 괜찮지 않겠어?”
결국 두 사람은 삼겹살을 먹기로 합니다. 기대와 달리 맛이 없었습니다. 떡볶이집을 제안했던 친구는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방송에 나왔다는 거 믿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이 경우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떡볶이집을 제안했던 친구는 자기 생각이 옳았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굳이 시비를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지고 따지고 들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남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고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떡볶이집에 갔는데 맛이 없었다면 삼겹살을 제안한 친구가 불만을 드러냈을 것입니다. 나의 우월함을 확인받으려면 상대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야 합니다. 이겨야 합니다. “그래, 네가 옳았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의기양양해집니다.
직장에서 부하직원이 상사를,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이기면 우월감에 그치지 않고 자기가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그저 상대를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객기를 부리는 것입니다.
용기란 무엇일까요? 이겨야 할 때 이기고 이길 필요가 없을 때는 이기지 않는 것, 내가 옳더라도 필요하다면 지는 것, 그것을 용기라 합니다. 이기지 않는 것과 지는 것은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겨서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겠다는 욕망을 눌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기거나 상대방이 이기는 길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패 또는 패-승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더욱더 기를 쓰고 이기려 듭니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을까요? 승-승의 길과 패-패의 길도 있습니다.
‘피로스Pyrrhus의 승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피로스는 고대 그리스 에피로스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로마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병력의 3분의 1 이상을 잃을 정도로 큰 희생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는 전투가 끝난 뒤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승리를 또 한 번 거두었다간 우리가 망할 것이다.”
결국 에피로스는 피로스의 시대 때 망하고 맙니다. 피로스는 당장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나라를 망쳤으므로 결국 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로스의 승리’는 패-패의 길도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승-승의 길은 『손자병법』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 말은 승-패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승-승을 말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스스로 굴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의 경우가 승-승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의 경우는 어떨까요? 상대방이 굴복한 것은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지지 않은 것이지요.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지도하려는 선생님께 반항하다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이것 또한 승-승입니다.
모든 것을 내가 다 갖겠다는 생각, 상대를 짓밟고 상대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겠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우리는 다 함께 승자가 되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가만히 돌아봅시다. 따지기를 좋아하지 않는지,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하지 않는지.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는 따져야겠다는 마음이나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바로 달려들지 말고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하고 용기 있는 행동인지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따져야 하거나 이겨야 하는 경우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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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언어보감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저 | 마리북스
처음에는 이 말들을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계속 듣다 보면 머릿속에 남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수행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