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취직한 첫 회사가 서점이었습니다. 군대에서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렸던 터라 전역 후에는 (페터 빅셀의 책 제목 그대로)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엉덩이를 의자에 딱 붙이고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고, 퇴근 시간이 되기 일쑤였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항상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체감하기엔)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의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겁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와 나만의 속도가 다를 때, 무리해서 빠른 속도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곤 하죠. 그렇다고 마냥 멈출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겠노라 마음먹기에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나의 속도로 산다』는 저자의 말 그대로, ‘쫓기듯 살다 무너져버린 주인공이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여정’을 일러스트와 짧은 글로 그려낸 책입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버텼지만 결국 막다른 낭떠러지에서 무너져버린 주인공이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 작아지고,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성실히 던져야 하는 시간들. 그렇게 우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매일 야간 자습을 했던 고등학교 시절, 다짐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언제든 하늘을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만큼은 잃지 말자고요. 당장 해결해야 할 급한 일들이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잊어버렸던 그 다짐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돌아가고 천천히 가더라도 나의 속도로 살아가겠노라고. 너무 애쓰지 않는 삶을, 계속해보겠습니다.
김도훈(문학 MD)
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iuiu22
201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