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와
그림책은 아이만 읽는다는 건 미신이다.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빠져드는 아빠, 책 정리하려고 집어들었다가 결국 울었다는 엄마가 수두룩하다. 아이도 아이지만 어른도 함께 감동하고 감탄하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글ㆍ사진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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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홍보하는 마케터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해당 출판사 직원의 진심이 유달리 묻어나는 책이었다. 책이 나오기 전에 가제본부터 보여주시고 책이 나온 뒤 계속 보내주시는 홍보 내용에 대한 문자와 메일까지.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애정을 쏟으실까? 오히려 책이 나오기 전부터 궁금증이 더해갔다.

 

이 책은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스페인 아티스트가 한국의 해녀들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으로도 일단 놀라움을 준다. 총9년이 걸려 세상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만든 고희영 감독이 글을 쓰고, 외국의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영화 <물숨>은 우도에서 한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취재한 기록이다. 두 사람의 만남 자체는 한 폭의 영화와도 같다.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해녀 사진을 보고 반한 에버 알머슨이, 영화 <물숨> 개봉 소식을 듣고 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고, 그것을 본 고희영 감독은 해녀를 위한 동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연은 겹쳐서 필연이 되는 법이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이렇게 각별한 만남 속에서 탄생했다. 푸르고 아름답지만, 또 언제 생명을 앗아갈지 모르는 무서운 바다. 그 바다속에서 해녀들은 육체적으로도 단단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강건함을 잃지 않는다.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 되어 있단다. 물숨은 우리를 죽음으로 데려간단다.” 할머니가 전복을 주으려다 그만 위험에 빠진 엄마를 건져 올리면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은 어린 손녀의 시선에서 해녀였던 할머니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평생을 물질하며 살아온 지혜로운 할머니, 그리고 해녀가 싫어 뭍으로 가 미용사 생활을 했지만 결국 바다가 계속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온 엄마까지. 잔잔한 가족의 사랑과 바다에 대한 너른 이해를 짧은 그림책 속에 농축하여 담고 담고 있다. 또한 자꾸 살면서 생기는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해녀들은 아직 어린 새끼들은 잡았다가도 놓아준다. 생태계의 질서에 순응할 뿐 아니라, 딱 자신의 숨만큼만 물질을 한다. 욕심을 내었다간 화를 입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욕심을 내고 발버둥치는지 모르겠다. 내 능력에 한참 벗어나는 욕심을 냈다가도 좌절하고 상처받고 화를 입어본 나는, 이 동화책을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의 마지막 한마디는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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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