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투. 이름이 주는 어감만큼이나 투박한 스타일을 지닌 래퍼이다. 드레드록(dreadlocks) 헤어와 허스키한 보이스 톤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지투(G2)는 일찍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채고 그에 알맞추 행동하는 아티스트이다. 지난해 <쇼미더머니5>에 출연하여 한 마리 사자와도 같은 포효를 뱉어냈던 그는 본 앨범을 통하여 그의 생애와 번민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여섯 번째 트랙 「Hip Hop」을 분기로, 성장기를 다룬 전반부와 내적 갈등을 드러낸 후반부를 구분하여 듣는 것이 앨범의 주요 감상 포인트. 그는 두 종류의 소회를 천국과 지옥으로 상징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소년의 순수한 열정을 담아낸 전반부와 자본주의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 독기를 머금은 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가 대비된다.
프로듀서와 래퍼 개인이 발휘하는 역량 또한 뛰어나다. 미국에서부터 함께 한 UGP는 본토의 향취를 재현해내고 이에 더불어 기용된 그레이가 한국적인 감성을 가미한다. 펑키(funky)한 리듬을 품은 붐뱁과 날렵한 스웨그의 트랩 비트를 양면으로 활용한 기법이 두 가지의 소재 안에서 탁월하게 작용하고 있다. 영민한 전략이 전?후반부 각각의 메시지에 제대로 힘을 실은 셈이다. 특히 포문을 여는 「1999」와 아홉 번째 곡인 「Paradise」에서 러프한 래핑의 매력이 방점을 찍는다.
간간히 드러나는 한국어 랩 가사의 미숙함과 후렴의 단조로움 정도가 아쉬움으로 남음에도 뚜렷한 구성 기획을 바탕으로 내뱉은 우수한 음악적 소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의 일생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양면에 대해 재고하는 지투. 스스로를 악마에 빗대는 그이지만 그가 음악 안에서 들려주고 있는 진솔한 목소리는 천국의 음성임이 확실하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