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 ‘쥐윤발’을 기르며 서울에 혼자 살고 있는 주인공 ‘이시다’. 야근 틈에 몰래 빠져나와 실내 낚시터를 찾거나 좋아하는 밴드의 내한공연을 눈물로 보면서 고단한 삶에 작은 위로를 건네는 시다의 ‘혼자를 기르는’ 삶은 그러나 쉽지 않은 질문의 연속이다. 독립을 선언하자 부모님의 큰 반대에 부딪치고, 늦은 귀갓길 성폭력의 위험에서 간신히 도망치며 “뭔가를 단단히 배우”게 된 시다는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왜 누군가에겐 상처일까” 묻는다. 그것은 어려운 질문이고 어쩌면 언제까지나 답할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다는 혼자를 잘 기르기 위해서 삶의 모든 순간 찾아오는 질문에 성실히 답하려고 애쓴다. 『혼자를 기르는 법』에 기록된 김정연의 질문은 그렇게 시다에게, 독자에게 메아리친다.
지난 22일 합정 벨로주에서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회는 <아이즈> 위근우 기자가, 공연과 대담은 뮤지션 이랑이 함께 했다. 이랑은 에세이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만화 『이랑 네컷 만화』 등 책을 출간하고, 노래 ‘신의 놀이’로 최근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노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영화 각본과 연출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다. 대담에 앞서 이랑은 “슬픈 느낌으로 즐겨보시길 바란다”며 자신의 노래 ‘신의 놀이’와 ‘평범한 사람’, ‘일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를 차례로 들려주었다.
비싸고, 좁고, 가득 찬 도시 서울
이랑은 김정연 작가와 자신의 작품을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창문 열면 벽이 나오고 침대만 놓아도 방이 꽉 차는 공간에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아마 그런 것에 기반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라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비싸고, 좁고, 가득 찬 도시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정서는 두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진행된 대담 역시 서울에서 산다는 것, 여성으로서의 삶, 자신의 삶을 ‘기르는’ 삶의 태도 등에 대한 두 작가의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위근우: 이랑 작가님도 책 『신의 놀이』에서 ‘나는 서울을 아주 싫어하면서 좋아한다’라고 말을 했던 걸로 아는데요. 이 도시가 지긋지긋한 부분도 많으면서 매력적인 면도 많은 곳이잖아요. 서울이란 곳이 두 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고 싶어요.
이랑: 서울을 떠난다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한국어로 말하는 게 편하고, 한국어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곳에 살고 있어요. 또 일을 하려면 미팅이 많은데 대부분 서울 안에서 벌어져요. 다른 데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아직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김정연: 서울이 기본적으로 과잉된 도시고, 빈 곳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면이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비싸기까지 하고요. 그런데 저도 계속 여기서 지내왔기 때문에 조금 빈 곳만 가도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도시를 경험해보면 눈이 쉴 곳이 전혀 없잖아요. 거기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닌데 정보 중독처럼 시각적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기도 해요. 제가 서울 혹은 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조금 많아요. 못 떠날 것 같아요. 이상한 것들이 많은 만큼 좋은 것들도 몰려 있거든요.
위근우: 이랑 작가님은 자신의 캐릭터를 살려 이야기를 만드는 반면 『혼자를 기르는 법』은 일상툰의 느낌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분명히 ‘이시다’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가지고 가상의 서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요. 사적 발화의 방식을 택하지 않고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정연: 제 이야기 또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시다’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꼬아둔 경우가 많아요. 이야기를 위해 가상의 설정을 만들어서 가져가는 게 오히려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유리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검열이 조금 있는 편이기도 해서요. 제 이야기를 쏟아 내려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을 텐데 그것이 무거워 보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건 저와 그렇게 맞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어떤 것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가상의 설정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이 제 성격에는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감추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어서요.(웃음)
이랑: 저는 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들여다보는 일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내면과 외면을 모두 포함해서요. 저는 거울이 없으면 못 살거든요. 360도로 볼 수 있어야 ‘내가 존재하는구나’ 자각할 수가 있어서요. 그런데 김정연 작가 집에 갔는데 거울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웃음) 아무 데도 거울이 없었어요. 딱 한 군데, 옷장 안에 붙어 있더라고요.
김정연: 저는 제가 보이는 게 좋지 않아서요. 제가 움직일 때 뭔가 반사되어서 나와 똑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고 하면 오히려 힘들 것 같아요.
위근우: 『혼자를 기르는 법』 작가 소개글에 ‘이유가 있는 것들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정연: 회사를 그만 두고 혼자 지내면서 제 삶을 깨끗하게 정돈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특히 책을 읽으면서 자기 착취에 대한 내용에 심하게 공감을 한 적이 있어서요. 내가 왜 이렇게 쓸데없는 행동이나 절차를 많이 수행하며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간소화하기 시작했거든요. 모든 일을 따지면서 ‘왜 이걸 하지’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안 해도 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예를 들어 내가 자식으로서 해야 할 것 같은 일들, A4 용지로 정리할 수 있는 회의 같은 것을 일부러 안 한달지 하는 식으로 과정을 점검해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이유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지, 하는 결심보다는 이유가 없는 건 안 해야지, 하는 거예요. 더 잘 안 하기 위해서요. 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회사 다닐 때 정말 많이 느꼈는데요. 그것을 제 생활에도 적용해서 지내려고 노력을 해요.
위근우: 이유가 없는 걸 안 하겠다는 다짐이 이번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구현이 됐나요?
김정연: 최대한 안 그려도 될 것들을 일단 찾고요. 왜 흑백으로 했느냐는 질문을 초반부터 많이 받았는데 그것 역시 마찬가지예요. 컬러가 전혀 상관없는 서사였기 때문에 반항이 조금 있었어요. 필요할 때만 써야지, 했던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안 썼어요.
이랑: 정말 제가 생각한 적 없는 것만 생각하는 느낌인데요.(웃음) 저는 쓸데없어 보이는 만남이나 자리를 많이 가져요. 거기에서 가능성을 보기 때문인데요. 미팅도 굳이 만나서 하거나 그 자리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도 같은 사람과 미팅을 몇 번 씩 갖거나 해요.
김정연: 그게 정말 신기해요. 이랑 작가는 직접 만나거나 관찰해서 발견하는 게 많은 사람이고요. 저는 오히려 되게 컴퓨터가 되고 싶은 사람이어서 일부러 대면 안 하려고 하고요. 그런 면에서 서로 깜짝 놀라요.
위근우: 두 작가님이 이야기를 푸는 매체도 차이가 있어요. 김정연 작가님은 웹툰을 선택하셨고, 이랑 작가님은 다양하게 노래나 영상, 만화 등으로 작업을 하시죠. 각 매체를 사용하는 이유도 있을까요?
김정연: 매체 고민을 저도 많이 하는 편인데요. 특히 기타를 치거나 영상을 찍는 분들을 보면 제2외국어를 되게 잘 구사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이랑 작가 연주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요. 무엇을 말하느냐에 따라 어떤 언어를 선택, 활용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캐릭터의 생활, 흐름이고 사건이나 대화로 끌고 가다보니, 특히 상징이 많다보니 만화가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한 건데요. 만약 제가 시나리오를 축적하면서 이걸 표현할 만한 매체가 만화가 최선이 아닌데도 만화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때는 굳이 내가 만화를 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도 만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이랑: 저는 일단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감독이 되려고 살고 있고요. 그래서 영상 일을 주업이라 생각하고 있는데요. 글을 쓰는 건 이야기를 만드는 거니까 원래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화는 돈 주면 그려요.(웃음) 노래는 만들고 싶어서 밤에 잠 안 오면 만드는 건데 그걸 사람들 앞에서 부른다, 그것도 돈 주면 불러요.(웃음) 딱히 공연을 하고 싶다거나 만화를 그리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에요. 제게 있어 음악 일은 취미로 하는 부업 정도로 생각하는 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당연히 좋지만요.
위근우: 이랑 작가의 에세이 제목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입니다. 약간 자조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떨 때 스스로 ‘내가 정말 뭐하자는 인간이지?’ 하는 생각이 드세요? 또 어떨 때 그것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의 잘못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연: 제가 평소에 저를 위한 스티커를 많이 만들어놓는데요. 여러 스티커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가 ‘안 돼’와 ‘하지마’예요. 그걸 집 곳곳에 붙어놨어요. 이 일을 할까 싶다가도 스티커를 보고 안 돼, 하지마(웃음) 하는데요. 되게 중요해요. 그 외에 좋아하는 스티커가 있는데요. 1년을 1cm로 해서 제 인생 타임라인을 얇게 뽑아놓은 게 있어요. 거기에 내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색칠하는 거예요. 그걸 보면 그동안 내 마음대로 한 게 도대체 뭐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의외로 매뉴얼대로 걸어온 타입이기도 해서 그런 걸 보면서 앞으로 더 말 안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딸로서, 저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요구되는 것들을 안 지켜야겠다고 결심하자마자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고요. 그래서 뭘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스티커를 보면서 도움을 받아요.
위근우: 언제 그것들을 안 해도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나요?
김정연: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도망쳤을 때요. 제가 통제권을 가졌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을 때, 안 듣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랑: 저는 언제나, 항상 사회가, 국가가, 학교가, 선생님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김정연 작가의 ‘안 돼’, ‘하지마’와 비슷한 자세로 저는 ‘해’라고 생각하고 다 했거든요. 수업을 할 때도 그냥 하라고 항상 얘기해요. 왜냐하면 사회 구조가 개인이 힘을 가지면 안 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에요. 개인은 존재해선 안 되고, 무매한 대중으로서만 멍청하게 있어야 저들이 계속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죠. 그래서 개인의 힘을 깎아먹게 만드는 구조인 것 같아서 그런 개인을 만나면 하면 된다고 꼭 얘기해요. 이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거라 생각하지 말고 하라고 항상 얘기를 해요. 제 스스로에게도 그렇고요.
위근우: 최근 2-3년 동안 페미니즘 흐름이라는 것들이 있었는데요. 그런 흐름이 두 분이 세상을 보는 데에도 변화를 주었을까요?
김정연: 엄청요. 어렸을 때부터 선들을 넘나드는 아이였기 때문에 ‘여자애가 왜’, ‘딸이니까’ 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늘 그런 것들에 많이 억눌려 있던 터라 이것에 내가 화를 내도 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자마자 확 폭발한 것 같아요.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만화에 있어서도 그런 것들을 항상 생각하려고 하고요.
이랑: 저도 트위터를 통해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는 저는 완전 유사 마초 남성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영상 작업을 하게 될 때 그런 환경이 놓이는 경우가 더 많고요. 어렸을 때부터 여성이라는 성을 거부하고 부정했거든요. 남자 옷 입고 다니고, 행동도 활동적으로 하면서 유사 남성 행세를 하며 계속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공부를 하게 되면서 과거를 후회하게 됐죠. 여성성을 부정하면서 내가 여혐에 빠져있었구나,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20대 후반부터 여자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여자 친구들과 만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진짜 똑똑하고요. 이 알탕 사회에서 어쨌든 자기 직업을 가지고 그 나이까지 견딘 여자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인 거예요. 김정연 작가도 그렇고요. 저는 지금이 되게 행복해요. 여자로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을 정도로요. 아직 다 완성되진 않았지만, 제가 죽을 때까지도 남녀평등이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공부를 하고, 똑똑한 여자들과 대화하면서 지내는 게 참 좋아요.
김정연: 동의해요, 저는 페미니즘을 알기 전의 저를 진짜 미워하거든요.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인데요. 나에게 그런 남성 화법에 어느 정도 적응(이라고 표현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겠죠)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혹은 나 스스로에게 어떻게 사과하고, 인정하고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지 처음엔 정말 헷갈렸어요. 내가 갑자기 이렇게 변해버리면 어제 했던 말, 그제 했던 말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것들이요. 저는 사실 어제의 저도 되게 싫어하는 사람인데요.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후가 아예 태도 자체가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제도 실수했고, 오늘도 실수할 수 있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실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그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고칠 의사가 있고 계속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요. 제가 나아진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랑: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을 본 후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남녀가 평등한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고, 그것이 어떤 모양인지 이미지조차 없잖아요. 여성들만 있는 여성잡지의 세계도 완전히 유사 남성 시스템이지 진짜 여성이 자주적으로 여성들끼리만 만든 씬 자체에 대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는 거죠.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부하자,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라고 하는 게 좋다고 그 책에서 배웠어요.(웃음) 경악하면서 읽었거든요. 너무 재미있어서요. 여러분들도 그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근우: 자존감을 잃지 않는 본인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김정연: 기본적으로는 의심이에요. 좋은 의심이요. 원하는 게 있다면 잊지 않는 거예요. 잊기가 너무 쉽고, 저도 계속 잊고 살았었거든요. 그럴 때 제 스스로가 뭘 원하는지 계속 생각하면 흔들릴 때도 제가 누구인지 잡아주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게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랑: 저도 똑같아요. 내가 나를 살려야 한다, 이 말을 계속 기억하면서 지내려고 해요. 자존감보다는 존재감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저도 스스로 질문 정말 많이 하거든요. 잊어버릴 것 같으면 몸에다 써요. 뭐하고 싶니, 뭐 먹고 싶니, 뭐 사줄까, 같은 거 써놓고 혼자 먹을 거 사주고 하는 거예요.(웃음) 자존감은 너무 갖기 힘들고, 누가 칭찬을 해줘도 자존감 없으면 어차피 들리지도 않기 때문에 존재감을 잊지 말자, 나는 지금 살아 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지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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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글,그림 | 창비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삶을 가감없이 그려낸 김정연 만화 『혼자를 기르는 법』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도전웹툰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데뷔와 동시에 웹툰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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