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존재를 써내려가는 작가
소설가 황정은의 세 번째 소설집 『아무도 아닌』, 억울한 약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다, 『우리들의 변호사』,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내밀한 이야기 『느낌을 팝니다』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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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저 | 문학동네

2013년 젊은작가상, 2014년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황정은의 세 번째 소설집.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차마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동시대에, 이 세계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그 시간을 정직하게 통과하면서 그 모습을 그대로 담은 소설이기도 하다. 이전에 출간했던 책처럼, 책날개에는 출생년도와 수상 이력, 이제까지 펴낸 책 등으로 요약되는 작가의 약력이 아니라 그저 이름 석 자만이 적혀 있으며, 작품의 의미를 분석하는 해설 또한 실려 있지 않다. 가급적 작품으로만 남으려는 작가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들의 변호사
박준영 저 | 이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 익산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재심을 청구한 박준영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들을 돕다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포털사이트의 소셜펀딩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으려는 이들은 대개 힘없고, 가난하고, 지적장애가 있거나 미성년자인 상태로 피고인이 되었다. 시국 사건도 아니고, 일반 형사 사건의 재심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뒤엎고,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재심 청구를 몇 번이나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가난하고 힘 없어 짓지 않은 죄를 자백한 억울한 피고인들은 누명을 벗고 명예를 되찾았다.

 

 

느낌을 팝니다
우에노 지즈코 저/나일등 역 | 마음산책

뭐든지 알고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초인, 맷집 좋은 사회학자, 멋있지만 조금은 무서운 페미니스트, '한 번 걸려온 싸움은 절대로 피하지 않는 싸움꾼' 등으로 불리는 도쿄대 명예교수 우에노 지즈코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편안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에 관해, 기쁘고 즐거운 것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싱글의 삶과 연구하는 주제 등에 관해서도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았다. 우에노 지즈코의 팬이라면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느낌이고,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좋은 '우에노 지즈코 입문서'가 될 것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이면에는 홀로 보내는 인생의 따뜻하고 조용한 오후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예술을 찾아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김창주 역 | 중원문화

독일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 탄생 100주년 기념 작품집이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1989년까지 사회주의자라는 명목으로 금서조치 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자본론』을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접하고 나치 집단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비판한 전적이 있으며, 동베를린으로 들어와 왕성하게 작품과 이론을 실제 무대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정착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연극 연습 도중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편역자 서문과 더불어 '낡은 예술의 몰락에 관하여', '비아리스토텔레스적 극문학에 관하여' 등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극문학 이론이 실려 있다.

 

 

죽이는 화학
캐스린 하쿠프 저/이은영 역 | 생각의힘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작품 속 불운한 희생자들을 제거하는 데 독약을 즐겨 사용했다. 그 어떤 살인 도구보다도 독약을 많이 동원했으며, 때로 독약은 이야기의 핵심을 푸는 열쇠였다. 독약이 지닌 특성은 종종 살인범들을 잡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은 크리스티가 작품 속에 독약을 둘러싼 과학적 진실을 혼합해 넣은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소설 14편에서 사용한 흥미로운 독약이 어떻게 인체에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크리스티가 영감을 받았을지 모를 실제 독살 사건, 그리고 현재까지 이 독약이 사용되고 검출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우시쿠보 메구미 저 | 중앙북스(books)

일본 마케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연애 상대가 없는 20대 여성이 전체의 약 60퍼센트, 남성은 약 76퍼센트에 달한다. 통계적 오류는 있겠지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 책의 저자는 폭넓은 자료 조사와 심층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연애 문제 속에 다양한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과 짝짓기식 정책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다. 저자는 미혼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일본은 앞으로 30년 안에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고 말한다.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더 펜
조세익 저 | 미호

너무 흔해서, 늘 가까이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있던 '펜'은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꺼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7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문구 블로그 '아이러브펜슬'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저자가 직접 써본 펜 중에 100개를 골랐다. 요즘 유행하는 만년필부터 부드러운 볼펜 제트스트림, 들고만 있어도 멋진 로트링 샤프펜슬, 돌아온 전설의 연필 블랙윙 등 다양한 이유로 뽑힌 100개의 필기구들에는 필기감, 노크감, 디자인, 스토리 등 디테일한 설명이 더해졌다. 중간중간 샤프심, 연필깎이, 지우개, 필통, 노트 등 문구류에 대한 짤막한 칼럼들이 읽을거리를 더한다. 지금 펜을 모으는 사람과 모으고 싶은 사람, 그냥 문구류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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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주 #이주의 신간 #아무도 아닌 #우리들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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