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또 하나의 걸작
특유의 재즈 사운드는 유지한 채, 그룹의 디스코그래피에선 조금 낯선 요소인 전자음과 색다른 샘플링을 얹어 공백기인 20년간의 긴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진보했음을 증명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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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커튼콜. 큐 팁(Q-Tip)을 중심으로 파이프 독(Phife Dawg)과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 데뷔작을 마지막으로 그룹을 떠난 자로비 화이트(Jarobi White)까지, 불화 등의 갈등을 뒤로하고 마지막 앨범을 위해 모두 뭉쳐 작업에 임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파이프 독이 45살의 나이에 당뇨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당사자들과 팬들에겐 마지막,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음반이 되었다.

 

음반은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최고작이라 불리는 <Midnight Marauders>, 심지어는 가장 최근작인 <The Love Movement>까지의 향수에 집착하거나 의지한 음반이 아니다. 특유의 재즈 사운드는 유지한 채, 그룹의 디스코그래피에선 조금 낯선 요소인 전자음과 색다른 샘플링을 얹어 공백기인 20년간의 긴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진보했음을 증명한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변화는 멤버 중 솔로 활동이 가장 돋보였던 큐 팁의 역할이 크다. 「면봉」이란 뜻의 이름처럼 '듣기 편한' 힙합을 선보였던 의 프로듀싱 감각이 이 음반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음반은 큐 팁의 솔로 앨범들과 다르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큐 팁은 촘촘히 배치된 소리들의 합에 다양한 음향효과를 부여하여 독특한 질감을 조성한다. 그가 재단한 높은 밀도의 프로듀싱과 덜 정제된 듯 로파이 사운드 메이킹은 탁월하다. 재즈 힙합의 새로운 단면을 펼치는 첫 트랙 「The Space Program」과 초장부터 거칠고 강렬한 비트로 경종을 울리는 「We the people....」, 엘튼 존의 피아노와 잭 화이트의 기타 사운드를 조작하여 그룹만의 싸이키델리카를 구현한 「Solid wall of sound「은 변형을 제시하는 트랙. 다채로운 사운드가 층을 이루는 「Enough!!」나 「The Killing Season」, 매캐한 노이즈를 고의적으로 부가한 「Lost Somebody」, 「Ego」 등, 트랙마다의 개성과 특유의 바이브는 굉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20년이란 거센 풍파에도 가사는 여전히 날이 서있다. 인종차별과 이민자와 빈민 문제 등, 현재 미국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논쟁을 가감 없이 다루는 가사는 도널드 트럼프가 새 리더로서 당선된 시점에서 높은 시의성을 지닌다. 그룹이 재결합하고 새로운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에 팬들이 가장 기대한 점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큐 팁의 타이트한 래핑으로 쏟아내는 비판과 메시지들은 배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기 충분하다.

 

음반은 꽤나 불친절하다. 쉽게 들어오는 훅도 적다. 대신 불투명한 전위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낯선 사운드와의 조우는 그룹의 컴백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힙합 역사에 레전드로 남을 것만 같았던 이들이 음악적 머묾 혹은 후진이 아닌, 완벽히 정진된 감각으로 돌아왔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전성기 때의 음반들 옆에 걸릴만한 또 하나의 걸작을 내놓고, 다시 역사의 한 편으로 새겨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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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