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나를 보여주는 광고판
쓰는 단어에 따라 파악하는 심리 『단어의 사생활』, 직장인의 현실을 고민하는 『퇴사학교』, 가사 노동의 불평등을 파헤치는 『아내 가뭄』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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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사생활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저/김아영 역 | 사이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람마다 단어 사용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단어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하게 쓰이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짧고 놓치기 쉬운 하찮은 단어들, 즉 '기능어'가 우리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적인 우리의 예상과는 반대로, 실질적 의미를 담은 내용어보다 조용히 문장을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의 단어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드러낸다는 내용을 대통령의 연설을 비롯해 레이디 가가의 트윗, 인터넷 게시글, 대입 논술까지 폭넓게 분석하며 신빙성을 높인다. 어떤 사람이 사용한 단어를 보고 그가 나중에 좋은 대통령이 될지, 좋은 직원이나 학생이 될지 알 수 있을까? 단어들의 작동법을 안다면 세상과 타인을, 더 중요하게는 자신을 보다 더 잘 알아갈 수 있다.

 

 

퇴사학교
장수한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사에 대해 막연한 고민을 품고 산다. 회사 안에서는 자신의 롤모델과 비전을 찾지 못하고, 퇴사 후에 어떤 삶을 원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장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몇 년째 결정을 미루는 현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꿈의 직장에 입사했지만 공허한 업무와 미지근한 피로에 떠밀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저자는, 퇴사 후 1년간 온갖 방황과 실험을 겪으며 준비되지 않은 퇴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 후 이 시대 직장인의 현실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2016년 5월 '퇴사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퇴사학교는 '퇴사'라는 상징적인 화두를 던지며, 매일 반복되고 무기력하기 쉬운 직장인의 미래 커리어와 퇴사 그리고 일의 가치와 행복한 먹고사니즘에 대해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저/황금진 역/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동양books)

호주의 정치부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애너벨 크랩이 쓴 이 책은 가사 노동 불평등 현상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촘촘하게 분석한 보고서이다. 2015년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퀸즐랜드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 올라 평론가들로부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출간 이후 아마존 사회과학 분야 1위, 페미니즘 도서 분야 1위에 올라, 페미니즘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5만 부가 넘게 판매되면서 대중성까지 거머쥐는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 사회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인 정희진은 이 책의 해제를 통해 "솔직히 말하면 내가 평생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쓴다면, 바로 이런 책을 내고 싶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읽기의 즐거움과 깊이 있는 분석을 동시에 갖춘 여성주의 텍스트는 의외로 드물다"라는 추천의 변을 밝혔다.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저 | 메디치미디어

독선적 정부와 언론-시민 연합군 사이의 전투가 2016년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20일에 걸쳐 진행된 숨 가쁜 '전투' 현장을 담았다. 10월 7일은 한 누리꾼(SBS CNBC 김형민 PD)이 페이스북에서 모든 포스팅 끝에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을 제안하여 큰 호응을 얻은 날이다. 해시태그운동은 수많은 누리꾼과 시민들을 규합하면서 언론보도에 결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1987년 6월 항쟁이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가 결합해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면, 이 책이 기록한 2016년 '한국의 명예혁명'은 언론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승리의 역사다.

 

 

개가 가르쳐 주었다
오쓰카 아쓰코 저/유은정 역 | 돌베개

교도소에서 맹인 안내견을 키우는 특별한 사연을 담은 책. 개를 키우는 이들은 교도소 담장 안의 재소자들이다.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재소자들이 개를 훈련시키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회복해 나간다. 또한 재소자들이 훈련시킨 개 일부는 실제로 안내견으로 성장해 시각 장애인에게 빛을 선사한다. 범죄 성향이 강하지 않은 남성 초범 약 2,000명이 '훈련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곳에서 '점역'(말이나 보통의 글자를 점자로 고치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갱생 훈련을 받고 있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도소와 바깥세상 사이에서, 그리고 평소엔 서로의 존재를 생각해 보기도 힘들었을 재소자와 시각 장애인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개가 다리를 놓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유선경 저 | 샘터

아이가 본 할머니 얼굴은 어딘가 슬프고 걱정스러워 보인다. 얼굴에 주름이 많아서일까? 아이는 할머니에게 주름살이 걱정되는지 물어보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이 주름살에 소중한 기억이 담겨 있어 좋다고 한다. 아이는 주름살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그 안에 어떤 기억이 담겨 있는지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의 기억과 추억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키워드를 할머니와 아이의 따뜻한 교감을 통해 밝고 유쾌하게 담아내면서도 그 안의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 한결같이 밝고 따뜻한 채색을 유지하는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룬다.

 

 

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글그림/김숙 역 | 북뱅크

주인공 남자아이는 멋진 가죽이 있는 코뿔소가 부럽다. 하지만 코뿔소는 가볍게 깡충깡충 뛰는 토끼가 부럽다. 토끼는 커다란 몸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는 고래가 부럽다. 고래는 땅에서 이것저것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기린이 부럽다. 기린은 온 몸으로 하늘을 나는 새가 부럽다. 마지막에 새는 가장 강한 동물인 사자가 부럽다. 그렇다면 강한 사자는 누굴 부러워할까? 말놀이하듯 이어지는 말의 연쇄를 따라가며 남에게만 있는 장점을 보는 동안, 아이들은 역으로 남에겐 없고 자기에게만 있는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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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주 #신간 #단어의 사생활 #퇴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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