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다면 조금 놀랄지 모른다. 다정한 세 가족과 귀여운 원숭이가 그려진 『멋진 하루』. 동물과 함께하는 가족의 일상을 그렸을까? 짐작했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소비하지 않으면 즐거움을 모르는 현대 사회. 우리는 자연 속에 있을 때보다 화려한 쇼핑몰에 있을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 그림책 속 주인공은 온갖 것이 집합된 번쩍이는 쇼핑몰에 들어가 악어 뱃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고르고, 밍크 코트와 명품 소가죽 의자를 산다. 이들의 쇼핑을 지켜보는 불특정 다수는 ‘좋아요’ 이모티콘을 누르고 부러운 마음으로 댓글을 단다. 그런데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동안 내가 산 물건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값비싼 물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멋진 하루』는 안신애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책을 완성하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안신애 작가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지금은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공상하고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해 화가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미대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삶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않았고,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한겨레그림책학교에 들어갔다.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위로를 얻었고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림책 제목이 『멋진 하루』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그림도 있습니다. 어떻게 탄생한 그림책인지 궁금합니다.
5년 전쯤 <고기 랩소디>라는 방송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봤어요.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로 동물들에 대한 불편하고 잔혹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계속 던지는 질문을 통해 동물들이 자라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삶을 잠시나마 반성해 보기도 했어요. 그 후로 그림책 기획에 대해 고민을 할 때마다 동물 권리, 복지와 관련된 주제는 빠지지 않고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처음 기획할 때에는 픽토그램을 활용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픽토그램만으로 주제를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겠다는 조언을 듣고 구성 방향을 다시 잡았어요.
어떤 도구로 그림을 그렸나요?
그림에 무게감을 주고 싶어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했고 그 위에 색연필, 펜, 파스텔, 콘테, 연필 등으로 효과를 주었어요. 가족이 쇼핑하는 장면에서는 쇼핑몰의 화려함과 즐거움을 나타내고자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재미를 주었고, SNS에 게시된 상품 이미지는 보는 순간 ‘갖고 싶다’, ‘먹고 싶다’,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디테일을 살려 작업했어요. 동물 학대 장면을 그릴 때에는 잔인하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좀 더 힘있게 나타내고자 차분한 색감을 써서 건조하고 냉정하게 표현했고 거친 붓 터치와 강한 선을 통해 답답하고 끔찍한 동물들의 사육 환경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그림만 꼽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모든 부분에 애착이 가지만 한 장면을 고른다면 원숭이 그림입니다. 원숭이가 지능도 높고 사람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동물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학대를 견디는 원숭이들의 슬픈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그림을 그릴 때 감정이 많이 이입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스케치 과정에서 자꾸만 자극적인 묘사가 이루어져 여러 번 수정했어요. 적절한 선에서 그들의 현실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구도에 대한 고민을 오래해서 그런지 가장 마음이 가는 그림인 것 같아요.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법니다. 소비하지 않으면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하고요. 우리에겐 어떤 소비 문화가 필요할까요?
먹방과 건강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육식 문화는 더욱 합리화되고 있고, 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모피와 가죽 제품은 품격 있고 우아한 소비라며 소비자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소비를 할 때 상품 분위기가 아닌 상품 정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우리 소비 문화에 작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상품 선택에 있어 신중함을 기울이게 되고 과시용 소비가 아닌 절제하는 소비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동물들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소비야말로 합리적이면서 품격이 느껴지는 우아한 소비가 아닐까요?
『멋진 하루』가 작가님께 딱 한 권 있습니다. 어떤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나요?
애완견을 키우면서 도시에 살고 있는 쇼핑 가족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이 가족 또한 동물을 사랑하지만 상품 이면의 어두운 모습을 알지 못해서 무작정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고 가족들 모두 함께 ‘동물들의 생명에 대하여’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이 이 책을 볼 때 동물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시선이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어요. 끌려가기 싫어하는 동물들의 처절한 몸부림, 공포에 질린 눈빛들, 그리고 저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 한없이 늘어진 그들의 모습들을 외면하지 말고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동물들의 삶과 생명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작가님께 ‘멋진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질문을 듣는 순간 장면 하나가 떠오릅니다. 어느 봄날 마당 한쪽에서 따스한 햇볕을 이불 삼아 낮잠을 자고 있는 개 한 마리와 다른 한쪽에선 경쟁하듯 먹이를 연신 쪼아 대는 어미 닭과 병아리들이 있어요. 그리고 부엌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경쾌한 도마 소리와 창고에서 일하시는 아빠의 힘있는 대패소리를 들으며 저와 동생은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날의 따뜻한 분위기를 닮은 하루가 저에겐 멋진 하루인 것 같아요.
좋은 그림책을 정의해본다면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림책을 보면서 자신과 닮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도 얻게 되죠. 또한 삶에 대한 지혜도 배우고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좀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도 해요. 때론 그림책 속의 기발한 그림은 즐거운 공상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동심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니 그림책의 매력은 무한한 것 같아요.
최근에 읽은 그림책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을 한 권만 추천해주세요.
올리버 제퍼스님의 『마음이 아플까봐』입니다. 저도 주인공처럼 세상에서 받은 상처와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유리병 속에 가두며 지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대신해 주는 책 같았어요. 마음을 꺼내고 싶지만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작은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되었고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앞으로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나요?
이제 막 그림책을 시작해서 그런지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림에도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보고 재미있는 요소를 심어 두어 찾아보는 즐거움도 주고 싶어요. 다만 『멋진 하루』처럼 너무 무거운 주제는 당분간 쉬고 싶어요. 따뜻함 속에서 작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재미있는 상상이 숨어 있는 이야기, 밝고 유쾌함 속에 반전이 있는 이야기 등 다양하게 표현해 보고 싶네요. 또한 어른들의 지친 마음에 쉼이 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만들고 싶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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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안신애 글그림 | 고래뱃속
한 가족이 쇼핑몰에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해질 무렵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쇼핑몰을 나서며 ‘멋진 하루’를 보냈음에 만족하지요.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멋진 하루를 보내는 장면 뒤로 괴로운 표정의 동물들이 보입니다. 대체 동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엄지혜
eumji01@naver.com
lyj314
2016.12.28
love2833
2016.11.22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주위를 돌아보며 아끼고 사랑할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어른들 모두가 읽어 보았으면 좋겠네요!!
iuiu22
201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