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좀비 아포칼립스(ZA) 문학 공모전 당선작이자 2013년에는 연극으로도 상연돼 주목받았던 단편소설 「옥상으로 가는 길」을 장편으로 개작한 『난쟁이가 사는 저택』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좀비라는 현대적 트렌드를 바탕으로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낸 화제작이다.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전작에서 이야기를 확장하여, 주인공 진성국이 살아남게 된 과정과 다른 생존자들과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뿐 아니라 종말이 닥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러 인간군상과 그들의 추악한 면면을 담아냈다.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사회에서 천대받던 왜소증 사내가 좀비가 점령한 종말의 세상에서 생존자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짜임새 있게 그려내며 좀비 아포 칼립스 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거짓말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한 화두는 ‘복수’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제2회 ZA 문학 공모전 당선작인 단편소설 「옥상으로 가는 길」이 장편소설로 개작 출간된 것이라고 들었는데요. 단편에서 장편으로 개작을 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단편이 장편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장편에서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게 필요했습니다. 단편에서 몇 줄로 설명하거나 대화에서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지나갔던 부분을 극화하면서 이야기는 물론이고, 인물간의 관계와 주인공의 심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했거든요.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인물의 동기를 찾아가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게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참여해서 김준혁 편집장님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인데요. 편집장님이 제가 놓치거나 허술하게 지나간 부분을 그때그때 짚어주고, 또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ZA 문학 공모전을 참가하게 되었던 동기가 궁금합니다.
사실은 제가 1회 ZA문학 공모전에도 참여를 했습니다. 그때는 예선 통과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죠. 당시 『한국공포문학단편선4』에 「폭주」라는 단편 데뷔작을 수록하고 자신감이 높아져 있을 때라 충격이 크더라고요. 적어도 예선은 통과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좀비가 저와 잘 맞지 않는 듯하다라고 생각하고 의기소침하게 1년을 보냈습니다. 다음해에 2회 공모전이 열렸지만, 역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가 머릿속으로는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한 내에 끝까지 이야기가 떠오르면 내고 아니면 포기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마감을 며칠 앞두고 간신히 결말까지 내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급하게 원고를 써서 낸 탓에 수상하리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죠. 그런데 놀랍게도 당선된 거예요. 그땐 정말이지 얼떨떨한 기분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ZA문학 공모전이 어느덧 5회까지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다음 회차 공모전에도 많은 분들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난쟁이가 사는 저택』 속 좀비는 어떤 모습인지요? 우리가 잘 아는 좀비들 중에서 가상 캐스팅을 한다면요?
기본적으로 느리게 걸어 다니는 고전적인 좀비 이미지를 떠올리며 소설을 썼습니다. 느리지만 수가 워낙 많아서 생존자들이 고립되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워킹데드에 나오는 좀비가 외모만 조금 더 살아있는 사람에 가까우면 제가 생각한 좀비 이미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난쟁이가 사는 저택』에서는 좀비가 되어도 죽기 전의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개중에 몇몇은 활동성이 남다르게 왕성하거나 특정한 행동 패턴을 반복한다는 설정을 추가했습니다.
*참고
워킹데드 좀비
커진 눈매에 반대로 눈동자는 작아지고, 눈과 잇몸에 핏기가 서려있으며 머리는 산발을 한 좀비
다른 ZA 문학 공모전 참여작 중 인상 깊게 보신 작품이 있다면요?
황금가지 포스트에 연재된 김민수 작가님의 「엘리베이터 액션」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좀비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남자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탈출하는 과정이 재기발랄한 독백과 어우러져서 술술 읽히더라고요. 최종보스 격인 건드리면 터지는 좀비 설정도 독특했고요. 생존자들과의 조우를 기대하며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커다란 이야기의 도입부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분이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쓰시면 재미있는 장편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난쟁이가 사는 저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거짓말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한 화두가 복수입니다. 주인공 성국은 배신당한 후로 자기가 받았다고 생각한 만큼의 상처를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는데, 이 때문에 건물에 고립된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립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르고, 그것 때문에 극한 상황에 몰린 성국은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맙니다. 나중에 어린아이를 통해서 희생과 용서의 미덕을 깨닫고 반성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죠. 한 줄로 정리해 보면 결국 ‘복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파멸하게 되는 인간의 이야기’인 겁니다. 하지만 약간의 희망은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성국의 반성을 통해 인류가 회복될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그래서고요.
좀비와 관련된 소설을 더 집필하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네, 요즘은 좀비가 저와 잘 맞는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전에 세계관과 설정을 잡는 게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장편을 쓰면서 만들어 둔 세계가 있으니 이걸 활용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써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물론 인물이나 사건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죠.
앞으로 어떤 작품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마지막으로 『난쟁이가 사는 저택』의 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마니또 게임』이라는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왕따의 명령에 복종하게 된 일진의 수난기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쓴 초고를 바탕으로 아예 시놉시스부터 내용을 새로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지만, 시행착오 또한 많았습니다. 고생 끝에 완성한 작품이라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기대보단 걱정이 더 많이 됩니다. 첫 장편인 만큼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독자 분들이 재미있게 읽고 공감해 주신다면 바랄 나위가 없을 겁니다. 꾸준히 정진해서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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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사는 저택 황태환 저 | 황금가지
장편소설 『난쟁이가 사는 저택』은 전작보다 이야기를 확장하여, 주인공 진성국이 살아남게 된 과정과 다른 생존자들과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뿐 아니라 종말이 닥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러 인간군상과 그들의 추악한 면면을 담아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책사랑
201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