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할 여지 없는 이 수작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점은 바로 사운드의 변화에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소프트 록, AOR, 약간의 뉴웨이브와 프로그레시브 록 컬러가
그러나 정말 근사하게 만들어진 앨범의 사운드가 의외의 변화로부터 오는 낯섦을 단숨에 지워낸다. 카스 맥콤스는 대거 들여온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미학을 십분 활용해 음반 곳곳에 근사한 결과물들을 배치한다. 사이키델릭 록과 바로크 팝, 재즈 등 여러 스타일을 다루던 아티스트의 폭넓은 음악적 역량이 경계의 확장 과정을 거치며 더욱 극대화된 모양새다. 멀끔하게 정제된 사운드 톤과 약간의 몽환감을 일으키는 리버브 음향, 풍부한 브라스와 재즈 기타, 은근하게 그루브를 흘려보내는 리듬 파트, 절제미를 품은 편곡 전반 등의 요소들이 다채롭게 구축된 트랙 리스트 적재적소에서 고유의 멋을 뿜어낸다. 실로 훌륭하다. 오프닝 트랙 「Bum bum bum」을 시작으로 음반 도처에서 나타나는 기타 릭과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의 느릿한 펑크 리듬을 가로지르는 「I talk to the wind」에서의 킹 크림슨 풍 플룻 연주, 흐름 뚜렷한 전개를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소리를 배치한 「Medusa’s outpost」, 「It」의 아트 록 식 구성, 「In a Chinese alley」를 장식하는 뉴웨이브 사운드와 「Cry」를 빚어내는 소프트 록 사운드와 같은 복고적 성분들로부터 높은 흡인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새로운 장치들은 카스 맥콤스의 송라이팅과 상당히 좋은 호흡을 보인다. 예상을 벗어난 지점에 자리한 사운드 디자인과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을 간직한 곡이 서로를 잘 끌어안는다. 여기에 뜨악게 하는 충돌이나 기분 나쁜 마찰은 없다. 매끈한 질감 속에서 상반된 성격의 두 요소가 각자의 영역을 과하지 않게 가져간다. 게다가 이 싱어송라이터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활동해오며 늘 좋은 노래들을 써오지 않았던가. 매력적인 사운드만큼이나 멜로디와 텍스트 또한 준수하다. 서정성을 품은 선율이 잘 조직된 사운드 위에서 차분하게 흐르고, 날카로운 시각과 거친 언어를 통과해 나온 주변에 대한 가사가 트랙에서 독특하게 떠다닌다. 아득하게 울리는 사운드가 주조해낸 「Bum bum bum」의 몽환 속에서,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과 드럼 비트가 잔잔하게 울리는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과 「Low flyin’ bird」, 「Opposite house」의 그루브 위에서, 너른 스펙트럼의 음향을 자랑하는 「It」의 사운드 더미 한복판에서 부드럽게 헤엄쳐가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놓칠 수 없는 곡들이 트랙 리스트를 빼곡히 채운다.
카스 맥콤스의 음반들 가운데서 가장 멋진 작품이 등장했다. 열두 개의 각기 다른 조각들이 러닝 타임 내내 좋은 선율을 쉬지 않고 전한다. 과거의 문법을 해석하고 괜찮은 노래를 써내며 다채로운 방향으로 사운드를 덧대는, 창조의 전 경로 위에서 아티스트의 뛰어난 감각이 빛을 발했다.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재미있게도, 음악의 성향을 크게 전환한 지점에서 수작이 나왔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