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계속 다이노서 주니어를 주목해야 할 이유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송라이팅과 사운드 메이킹, 연주에 이르는 전반의 제작 과정에서 고유의 컬러를 내면서 근사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2.jpg

 

영락없는 다이노서 주니어의 작품. 사반세기 넘게 꾸준하게 끌고 온 밴드 특유의 사운드, 컬러, 작법이 고스란히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번 음악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잔뜩 구겨지고 일그러진 기타 톤에서부터 루 발로우의 역동적인 베이스와 머프의 강렬한 드럼, 곡의 중후반부 즈음에서 잊지 않고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타 솔로잉, 제이 마스키스의 맥 빠진 보컬, 캐치한 멜로디와 1980, 19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 식 리프에 이르기까지, 다이노서 주니어의 음악에서 들어왔던 온갖 성분들이 그대로 튀어 나온다. 여기에 새로운 요소는 없다. 대단히 신선하다고 할 지점도 없다. 오히려 매우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분명 좋다. 다이노서 주니어는 정형화된 전법과 스타일의 경계 안에서 늘 죽여주는 결과물을 내보여왔고 그 결과물들은 대체로 좋았다. 그리고 이는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에서도 마찬가지다. 앨범을 빛내는 것은 이러한 고유성과 항상성이다. 스타일과 사운드도 여전하고 제이 마스키스와 루 발로우, 머프의 재능과 역량도 여전하다. 이들이 뒤섞여 나온 결과물이 애매하다거나 형편 없을 리 만무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는 상당히 좋은 음반이다. 송라이팅과 사운드 메이킹, 연주에 이르는 전반의 제작 과정에서 고유의 컬러를 내면서 이들은 근사한 결과물을 뽑아냈다. 노이즈 록의 질감과 펑크 록의 터치에 멜로디 감각을 혼합해 만든 기타 리프, 완력 가득한 리듬 파트 구성, 잘 들리는 팝 선율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하고, 트랙리스트 안에서 섞이는 로킹한 터치와 서정적인 감각이 다채로움을 내보인다. <I Bet On Sky>에서 조금은 어색한 변화를 가져왔던 키보드가 빠졌다는 점도 (물론 이 역시도 좋았지만) 이 맥락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그대로여서 좋다는 말은 이 밴드를 두고 해야 한다.

 

훌륭한 곡들이 가득하다. 둔탁한 톤의 펑크 기타로 시작해 캐치한 멜로디 구간을 지나 날렵한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Goin down」은 「Freak scene」, 「The wagon」, 「Feel the pain」의 막을 멋지게 올렸던 것처럼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의 시작을 근사하게 알리고, 기타 리프와 보컬 파트에 팝 선율이 자리한 「Tiny」와 「I told everyone」은 그 다음 차례에서 흐름을 잘 이어받는다. 까칠한 퍼즈 기타와 다이나믹한 드러밍을 내세운 「Good to know」와 블랙 사바스 풍 사운드 속에 부드러운 선율을 감춘 「I walk for miles」 등의 록 트랙도, 제이 마스키스의 멜로디 감각이 잘 드러나는 「Be a part」와 루 발로우가 쓴 「Love is...」 등의 서정적인 트랙도 실로 괜찮다. 또 후반부는 어떠한가. 차분하게 시작해 역동적으로 곡을 마감하는 「Knocked around」, 다이노서 주니어의 매력적인 전법이 고스란히 담긴 「Lost all day」와 같은 곡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트랙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의 노래들에선 이렇다 할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수작의 지위가 충분히 따르는 앨범이다. 비단 현 시점에서뿐 아니라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능히 수작으로 남을 음반이다. 얼터너티브 록 시대의 클래식을 낳은 그 감각들이 무뎌지지 않고 빛을 발하며 러닝 타임 전반에 인상적인 모먼트를 수 차례 새겨넣는다.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결코 놓칠 수 없다. 그렇게  <Give A Glimpse Of What Yer Not>은 우리가 계속 다이노서 주니어에 주목해야 하는 당위를 만들어낸다. 스타일서부터 결과물의 수준에서까지 여전함을 보일 수 있는 장인들이 어디 그리 흔하던가. 이 대단히 멋진 밴드에게서 눈을 떼기가, 이 대단히 멋진 작품에게서 귀를 떼기가 어렵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베르베르 고양이 시리즈의 대단원!

『고양이』에서 시작해 『문명』으로 이어진 고양이 바스테트의 모험이 『행성』에 달했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으로 황폐해진 세계.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뒤덮이고, 땅을 딛지 않고 고층 빌딩에 숨어 사는 신인류가 등장한다. 바스테트는 이 행성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전쟁사로 읽는 세계사의 흐름

많은 전쟁사가 서양 위주로 다룬다. 서술 방식도 개개의 사건 중심이다. 제러미 블랙이 쓴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는 동서양 전쟁을 두루 다룬다. 각 전쟁이 세계사 전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여, 이 책 한 권으로 세계사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레이 달리오의 빅 사이클

전작 『원칙』으로 인생철학과 경영 원칙을 들려준 레이 달리오의 신작. 지난 500년간 주요 제국들을 분석해 '빅 사이클'을 찾아내어 현재의 위치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전망한다.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레이 달리오의 통찰을 만나보자.

날 지켜주는 위로의 문장들

1천만 독자가 공감하는 에세이스트 김재식의 신작. 이번 에세이는 번잡한 도심을 뒤로 한 채 조용한 섬으로 떠나게 되면서, 자신을 둘러 쌓고 있던 인간관계, 고민들을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문장들로 가득 채웠다. 때론 버겁게 여겨졌던 우리의 삶에 따스한 응원을 보내는 산문집.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