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인들을 위한 생활밀착형 집밥요리만화
우연히 ‘음식’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가까워진 주인공들의 소소한 일상 속 간단하지만 그래서 더욱 먹고 싶은 음식들. 재미없다고 생각한 삶 속에서 고소하고 짭짤한 일들도 알싸하게 매운 사건들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가며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인 만화입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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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먹방과 쿡방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을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은 시대입니다. 저 또한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음식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만화 등에 열광하는 편인데요.
이러한 저의 시선을 사로잡은 웹툰이 있었으니, 바로 『수상한 그녀의 밥상』입니다.
 

이 웹툰을 처음 보게 된 건 2014년 초였습니다. ‘수상한 그녀의 밥상’이라는 제목 그리고 그 아래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그녀’로 추정되는 머리 큰 여성과 프라이팬의 실루엣이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1화부터 보기 시작했는데요. 계란간장밥, 참치밥그랑땡 등, 정말 음식을 먹고 보는 것만 좋아하지, 만드는 데에는 무지한 저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그럴듯한 메뉴들이 가득했습니다. 동글동글 너무나도 귀여운 그림체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네 명의 주인공들이 음식을 통해 가까워지는 알콩달콩 로맨스는 덤이구요.

 

이렇게 맛있고, 귀엽고, 달달한 만화를 그리는 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가님을 만나게 된 날, 정말 놀라고 말았답니다. 물론 작품의 캐릭터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는 게 당연하지만, 네 명의 주인공 중 깜찍발랄함을 담당하는 ‘오예리’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거든요.

 

이 만남이 좋은 인연이 되어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고, 이후 2년이 넘는 연재 기간 동안 누적응원 85만여 건의 인기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 권의 단행본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연재 때는 볼 수 없었던 86가지의 뚝딱레시피를 추가하는 등 실용적인 부분까지 꽉꽉 채웠답니다.  

 

우연히 ‘음식’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가까워진 주인공들의 소소한 일상 속 간단하지만 그래서 더욱 먹고 싶은 음식들. 재미없다고 생각한 삶 속에서 고소하고 짭짤한 일들도 알싸하게 매운 사건들도 있지만, 그런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가며 조금씩 더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인 만화입니다.
무더운 여름, 이 작품과 함께 맛있는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수상한 그녀의 밥상』의 편집자 정낙정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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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이 말했다.
"진실은 나 또한 47시간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우리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회상할 때마다 모두가 서로에게 고함쳐대는 꼴을 떠올리게 되기를 원치 않아. 그런데 이제 그걸 피할 수 없게 됐군. 당신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타령을 360일 동안이나 늘어놓고 있어. 지난 1월부터 크리스마스에 미쳐 있지. 오스트리아 순록 조각상이 어디 있니? 그것 참 예쁘지 않니? 너도 그걸 거니? 어디 있니? 어디 있니? 오스트리아 순록 조각상 어디 있니? 당신 어머니는 음식과 돈과 옷에 미쳐있고, 내 남편도 시어머니가 문젯거리로 가득 찬 보따리를 갖고 있다고 동의했었지. 근데 느닷없이 이제는 시어머니 편을 들다니. 당신 어머니가 소중하게 여긴다는 이유로 13달러짜리 기념품 짝퉁 조각을 찾아 온 집을 뒤져야 한다니……."
 "캐롤라인."
 "그리고 케일럽이……."
 "그건 편파적인 주장이야."
 "제발, 개리, 끝까지 말하게 해줘. 케일럽이 지하실에서 기념품 짝퉁 조각을 발견했을 때 여느 정상적인 소년이라면 할 만한 짓을 했다고 밝혀졌다고 해서……."
 "듣기 싫어."
 "아니, 아니, 문제는 당신 어머니가 눈에 불을 켜고 쓰레기 같은 오스트리아 짝퉁 조각을 미친 듯이 찾고 있다는 게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 『인생수정』 (조너선 프랜즌/은행나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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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집밥 #만화 #자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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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nhoy

2016.08.25

삼동(三冬)편지 / 이기철


아무에게도 편지 않고 석 달을 지냈습니다
내 디딘 발자국이 나를 버리고
저 혼자 적멸에 들었나 봅니다


그간 마음에 서까래를 걸고 춘풍루 한 채를 지었다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세간이라 이른다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깊은 골짜기에 내려서지 않으면
어찌 먼지 낀 세간이 보이겠습니까


전화가 울릴 때마다 귀는 함박꽃 같이 열렬했지만
마음의 회초리 열 번 쳐 세상의 풍문에 등 돌렸습니다
법어(法語)를 읽다 주장자(柱杖子)를
부러뜨린 선승이 계신다구요


물소리를 가르고 그 속에 뼈를 세우기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기와 같다구요
세상이 날려보내는 말들이 비수가 되어
꽂힐 때마다 자갈돌 쌓아 올려
석탑을 이루는 석공의 인고를 생각했습니다
오래 소식 주지 마셔요
깊을 대로 깊은 병이 암을 지나 보석이 될 때가 오면
햇빛같이 사실적인 편지 드리겠습니다


자꾸만 인생무상이라고 쓰려는 마음을 꾸짖으며
추운 가지에 둥지 튼 새를 쳐다봅니다 또 소식 드리지요

.
.

결국 '저 혼자 적멸에 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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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