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종도, 깊은 생각으로 빚은 울림
그가 연주할 불레즈, 라모, 슈만의 곡이 ‘전경의 나무’라면, 그의 생각과 언어는 그 나무를 다르게 보게 하는 ‘주변의 관목과 풀밭’이지 않을까. 그의 생각으로 인해 다르게 보일 음악의 ‘나무’들이, 기대된다.
글ㆍ사진 송현민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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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준비하며,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후 안종도에 대한 짐작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연주할 곡을 섬섬옥수(纖纖玉手) 같은 손길로 고르고, 관련된 문헌을 꼼꼼히 찾아 읽고, 건반 한 개의 울림에도 농밀한 생각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피아니스트라는 것. 결국 그에게 ‘연주’란 자신이 읽은 ‘음악’들의 독후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생각이 깊은 피아니스트이다.


안종도는 2012년 파리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에서 우승(1위 없는 2위) 이후, 고국에서 처음으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8월 4일 금호아트홀). 그가 거주하는 독일 함부르크로 이메일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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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갖는 리사이틀인데요. 소감이 어떤가요?


17살에 고국을 떠나 14년 만에 처음으로 리사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곡들과 함께 찾아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시간이 관객들과 어떤 호흡을 이뤄낼지 정말 기대됩니다.
 
어떤 계기로 피아노를 접하고 전공하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 집 앞에 어머니 친구분이 운영하는 작은 피아노학원이 있었어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자주 놀러 가곤 했죠. 당시 피아노를 배우진 않았지만 호기심에 건반을 눌러보며 좋아하던 기억이 나네요. 4살 때였을 거예요. 그때 어머니 친구분께서 “종도야, 내일부터 피아노 배워볼래?”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이어진 “네”라는 답변이 지금 여기까지 저를 이끌어 왔네요.(웃음)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1756~1791)와 지휘자 카라얀(1908~1989)이 태어난 곳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로도 유명하죠. 이곳에서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2016.7.22~8.31)은 클래식 음악의 성대한 축제로 자리 잡아 전 세계의 관광객과 마니아들을 불러들이고요. 안종도 씨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유학을 가서 학사, 석사 및 대학원 과정을 공부했는데요. 첫 유학지를 잘츠부르크로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피아노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차르트와 하이든(1732~1809)을 포함한 오스트리아 빈의 클래식 음악은 제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어찌 보면 제 마음의 열정을 밖으로 꺼낼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길이었죠. 아직도 잘츠부르크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워낙 작은 공항이라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널까지 직접 걸어 들어가야 했는데요. 새파란 하늘, 높이 솟아오른 진한 초록색의 알프스 산맥, 그리고 무게 하나 느껴지지 않는 시원한 공기. 이런 것들이 반겨주는 잘츠부르크는 마치 모차르트의 음악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았어요. 이후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가 걸었던 길 구석구석은 제 삶의 일부가, 그리고 제 음악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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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도 씨의 홈페이지(www.jongdoan.com)를 보니, 연주 가능한 레퍼토리에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많더군요. 이 역시 잘츠부르크 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가요?

 

제가 공부했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는 말 그대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비롯한 빈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잘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입니다. 그곳에서 모차르트의 수많은 곡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 고유의 아름다움 아래 그곳의 언어, 문화, 전통, 자연환경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들에는 이러한 것들을 포함해 마치 오페라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처럼 그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죠. 또한 동경, 슬픔과 아픔 등의 감정도 그의 투명한 눈을 통해 음악에 가지런히 담겨있죠. 그의 협주곡 악보를 연주하다 보면 두 페이지 넘게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스케일로만 된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 무미건조한 음들의 나열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들어 냅니다. 그럴 때면 ‘아! 마음이 천국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게 이런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총 27곡. 모차르테움은 모차르트의 서거 50주년을 맞이해 그를 기리기 위해 1941년 잘츠부르크 대성당음악협회가 설립한 국립음대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년 작)에 쓰이며 더욱더 유명해졌다.

알프레드 브레델(피아노)

 

2012년 파리에서 열린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에서 우승(1위 없는 2위) 후, 인생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럽에서 연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죠. 당시 큰 영광이었고요. 그런데 그 뒤로 연주할 때마다 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갈 길이 정말 먼데 아직 그 길 위에 올라가 있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있었던 학생 시절과는 달리 현재는 모든 부분을, 예를 들어 곡을 고르고 연습하고, 음악에 깊이 다가가고, 피아니스트로서의 제 삶을 꾸리는 것 등등 혼자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하니까요.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한국에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1925~2016)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과 같은 나라의 작곡가 장 필리프 라모(1683~1764)의 ‘기술적 손가락 훈련을 위한 클라브생 작품집’ 그리고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 순으로 연주합니다. 연주자에게 ‘어떻게 연주하느냐’ 못지않게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도 중요한데요. 이번 리사이틀의 선곡 기준이 궁금합니다.


곡을 구성하는 것은 작품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에 부제를 붙인다면 ‘작은 형식에 의한 예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무슨 말인가 하면 불레즈의 곡은 12곡, 라모는 10곡, 슈만은 18곡, 이렇게 ‘작은 형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곡은 짧지만, 특색이 농축되어 있죠. 마치 인상적인 시구 몇 절로 이루어진 시처럼 말이죠. 일상에서 종종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이 우리 마음에 깊은 인상을 새기듯이, 불과 20~30마디에서 일어나는 이 짧은 순간들을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만드는 것이 피아니스트로서의 도전이자 보람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선 세 명의 작곡가, 그리고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40개의 곡이 만나 ‘커다란 그림’으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이 세계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연주 순간에 펼쳐질 저와 관객들의 대화와 소통일 것이고요. (클라브생은 하프시코드의 프랑스어 이름이다. 불레즈가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에서 노타시옹(notation)이란 프랑스어로 묘사, 요약, 짧은 메모 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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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가능한 레퍼토리로 모차르트베토벤쇼팽슈만브람스그리그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프랑스 작곡가 파스칼 뒤사팽(1955~)과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피아노 협주곡이 있더군요. 프랑스의 현대음악을 즐기는 편인가요?


음악의 ‘건축적 구조’를 보여주는 독일음악과 비교해볼 때 프랑스 작곡가들은 피아노라는 기계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다양성과 독창성 그리고 ‘소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이 형상과 구조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대기에 떠도는 색채, 빛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죠. 물론 뒤사팽메시앙불레즈 등의 곡에도 ‘건축적 구조’가 있어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의 소리를 표현하고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 피아니스트로서 느끼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불레즈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 피에르 로랑 에마르(피아노)

 

불레즈의 ‘노타시옹’은 피아노를 일관되게 ‘타악기’처럼 다루는 듯한 곡이고, 라모의 ‘기술적 손가락훈련을 위한 클라브생 작품집’은 말 그대로 ‘클라브생(=하프시코드)’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곡들을 보고 타악기하프시코드피아노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여러 악기의 소리와 질감이 충분히 표현된 곡들입니다만, 세 곡을 아우르는 것은 바로 ‘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륄리의 발레 음악에서 영향받은 라모(1683~1764)의 작품집은 동시대 화가인 프랑수아 부셰(1703~1770)의 화폭에서 펼쳐지는 그리스 신들의 비밀스러운 춤과 같고, 슈만은 그의 영혼 안에 맴도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뛰어노는 춤, 불레즈는 아방가르드적 요소가 다분한 현대무용이 떠오릅니다. 감정을 곧바로 몸으로 실어 낼 수 있는 행위인 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영혼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의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40여 개를 넘는 감정의 세계와 엮여 있는 이번 프로그램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모의 곡에는 ‘기술적 손가락 훈련을 위한 클라브생 작품집’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이 붙었습니다만,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라고요. “이래서 ‘기술적 손가락 훈련’이 될까?”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손가락 훈련’을 위해 곡이 좀 더 냉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종종 연습하다 몇몇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패시지를 만날 때면 정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도 하죠. 사실 하프시코드(클라브생)를 위한 곡이라 피아노로 연주할 때면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극복되어야만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저도 어찌해야 할지. 라모는 너무나도 당연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한편 쇼팽의 연습곡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저절로 이해가 되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라모의 ‘기술적 손가락 훈련을 위한 클라브생 작품집’. 그리골 소콜로프(피아노)
 

앞서 불레즈라모슈만의 곡을 합쳐 “40여 개를 넘는 감정의 세계”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이 40개의 조각(불레즈 12곡, 라모 10곡, 슈만 18곡) 중에 좋아하는 곡을 4~5곡 꼽는다면?


보석 같은 곡 중에 5곡이라니?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연주 후 종종 마음에 긴 여운이 남아 있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다비드 동맹 무곡집’의 14번째 곡인 ‘아름답게 노래하면서’입니다.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 중 14번째 곡인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

 
2012년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의 결선에서 연주한 슈만 협주곡은 우승의 기쁨을 안겨준 곡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슈만의 피아니즘은 더 특별하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슈만은 독일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는 항상 극단적으로 변하고, 그의 희로애락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곡 안에서 종종 연주자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아름답게 노래하면서’는 인생에 한차례 거친 폭풍이 지나고 잠잠해진 뒤 노래하는 사랑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달콤한지를 슈만답게 강렬히 표현합니다. 여기서 “강렬히”는 말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그만큼 많이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이 곡을 듣다 보면 “매일 꿈속에 나오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난 당신에게 부드러운 인사를 건네지요. 하지만 곧바로 터져 나오는 울음에 복받쳐 나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발밑에 내 몸을 쓰러뜨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그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어떤가요? 극단적인 것과 부드러움, 달콤함은 선뜻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지만, 슈만에겐 너무나도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니었을까요?



2012년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결선에서 안종도가 연주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독주, 실내악, 협주곡 중 어느 장르를 제일 좋아하나요? 더불어 좋아하는 곡도 꼽는다면? 


저마다 각자 큰 매력이 있습니다. 제 마음에 흐르는 찰나의 순간을 꺼내기에는 독주만큼 좋은 장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면서, 협주곡만이 줄 수 있는 커다란 세계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매료되었죠. 실내악 또한 제 연주 일정에 자주 등장하는 편이라 제게 친숙한 장르입니다. 몇 사람의 감성이 서로 맞닿아 새로운 색깔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죠. 좋아하는 곡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라모와 슈만의 곡들을 이번 프로그램에 올리게 되어 기쁘고 서울의 관객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호흡하며 생명을 얻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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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롱티보 콩쿠르의 예심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박사과정 졸업 이후 같은 학교에서 마리안 믹달 교수의 교수대행직으로 재직 중입니다. 콩쿠르 출전자나 학생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며 듣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린 친구들이 “잘해야 한다” “완벽하게 해야 한다” 등의 말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경우를 종종 봐 왔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완벽하다는 것의 기준이 예술에서 무엇이냐는 물음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우리의 마음 안에 느껴지는 감정의 순간 하나하나가 곧 예술작품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고유의 느낌과 감정이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꾸미지 않은 나 자신의 순수함을 소리의 순간으로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게 제가 선생으로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요.
 
8월 4일 리사이틀 이후, 기대되는 협연이나 리사이틀을 꼽는다면.


같은 프로그램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관객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모습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독일 하노버와 스위스 제네바 그리고 서울로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 숨 쉬게 될지 저 또한 궁금합니다. 10월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뮌헨을 비롯한 몇몇 도시에서 리사이틀이 예정되어 있고요. 학교는 새 학기를 시작합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독주뿐 아니라 독일 가곡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날아온 답변을 읽으면서, 그가 연주할 곡들을 찾아 듣고,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이 쓴 『피아노 이야기』를 들춰보기도 했다. 그중에 이런 구절과 눈이 맞았다.

 

“소리는 오직 상관관계 안에서만 아름다움을 발한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는 전경(前景)의 나무에만 관심이 쏠린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주변의 관목과 풀밭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전경의 나무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때의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다른 사물들과 상호 작용관계에 있는 나무이다.”

 

그가 연주할 불레즈, 라모, 슈만의 곡이 ‘전경의 나무’라면, 그의 생각과 언어는 그 나무를 다르게 보게 하는 ‘주변의 관목과 풀밭’이지 않을까. 그의 생각으로 인해 다르게 보일 음악의 ‘나무’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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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피아노 #피아니스트 #안종도 #리사이틀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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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16.09.06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피아노도 연주자 따라서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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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민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월간 <객석>을 중심으로 취재 및 집필 활동을, KBS 1FM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