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소설의 거장 조정래가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에 신작 소설 『풀꽃도 꽃이다』로 독자를 찾아왔다. 『태백산맥』, 『아리랑』 등 그의 ‘현대사 3부작’은 대하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500만 부 판매라는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판매량과 무관하게 작품의 방대한 양과 깊은 역사인식,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더욱 유명하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100여 년 동안의 한국 근현대사, 『정글만리』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헤친 현대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풀꽃도 꽃이다』는 교육을 통한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제안하는 미래지향적인 소설이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 아빠처럼 대기업 간부가 되기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고교생 최윤섭, ‘길 위의 아이’로 위험천만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학생 한동유, 왕따를 당하면서도 살기 위해 가까스로 버티는 고교생 배동기 등 기성세대가 구축한 교육 시스템 안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단 한사람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지난 7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는 시종일관 현재 교육 체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교육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없을 거라고 이번 소설을 집필한 의도를 밝혔다.
현실 앞에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교육이 문제입니다. 공교육이 무너져가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이 소설을 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입니다. 모두를 데려가는 게 교육이고 페스탈로치의 정신입니다.
인문계 고교에 평균 350명이 배정받으면 시험을 쳐서 100명을 뽑고 250명은 방과후 학교에조차 등록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에요. 현대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기식, 찍기식 교육을 하는 건 한국과 일본밖에 없습니다. 모든 선진국은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발전된 인간상을, 함께 행복하자는 상을 만드는데 우리는 이러지 못합니다.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 주로 쓰는 유행어나 신조어가 많이 나옵니다.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현장에 가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 선생님들과의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소설에 나와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방문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강제 과외를 시키는 등 그때부터 교육의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문제를 총체화해 현상을 그려내려고 했습니다.
왜 교육을 소재로 삼으신 건가요?
선생 노릇을 28살 때부터 31살까지 3년간 했어요. 또한, 제 영혼의 99%는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의 교육이 만든 것입니다. 교육의 중요함은 책의 중요함을 말할 것 없듯이 중요하죠. 우리는 인성 이야기는 없이 급진적 경제성장 속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기르지 않고 기능화, 기계화시켰어요. 그 길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소설로 풀자는 겁니다.
소설과는 반대 이야기지만 최근 교육부 공무원이 ‘대중 90%는 개, 돼지’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개나 돼지라면 개, 돼지가 낸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일까요, 제가 보기에 그들은 개, 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진딧물 같은 존재입니다. 옛날 양반들이 백성 위에 군림해서 세금 안 내고 군대 안 간 게 신분제도입니다. 그 제도를 공고히 하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의 모든 개혁을 추진하는 핵심부서의 장으로 있어요. 그러니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었겠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 바랍니다. 그 사람이 공무원이 될 때까지의 세월 동안에 교육부가 이랬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대안과 개선안을 찾다
혁신학교와 대안학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쓰셨습니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모색한 길입니다. 물론 문제는 있지만 인간이 하는 일에 문제가 없는 건 없지요. 90%가 좋으면 나머지 10%는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대안학교가 10년 사이 300개로 늘어나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생들과 학생들 다 만나봤지만 다들 매우 노력하고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자꾸 지원을 줄여나갑니다. 앞으로 국가가 더 책임지고 더 많은 지원을 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몇 가지 단계와 방법의 하나로 대안학교와 혁신 학교를 쓴 것이고, 물론 다른 방법도 있겠지요.
주인공 강교민 선생님은 전형적인 좋은 교사의 모습입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실제로 주인공의 모델을 찾기도 하셨나요?
한 학교에 서너 명씩은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일본강점기에도 선생님이 학생의 등록금을, 월사금을 내부는 분들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런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촌지가 심해져서 전교조 발족하면서 촌지 없애기 운동했잖아요. 제가 책을 사인해서 보내니까 서너 선생은 학기가 끝나면 받겠다면서 뜯지도 않고 되돌려보냈어요. 일부러 학기가 끝나고 그 선생님들을 찾아가 책을 보내주고 참 고맙다며 인사했습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계신 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책에서 시를 많이 인용하시기도 했습니다.
소설에 시를 인용한 이유는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확대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시에 응축된 이야기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몇 편을 일부러 인용했습니다.
쓰시는 동안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리랑』 쓸 때가 40대부터 60대였어요. 그때 매일 평균 35매를 썼습니다. 『정글만리』는 일 30매로 줄였는데 이번에는 더 줄여서 20매를 쓸 작정이었어요. 집사람이 작년에 병이 좋지 않아서 3개월을 까먹어 복구하려다 보니까 하루에 20매가 아니고 35매씩, 잘 쓰인 날은 45매까지 써서 소설을 끝냈어요. 역시 나이는 못 속여서 체력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리랑 쓸 때 탈이 났던 오른손이 또 말을 안 들은 적도 있어요.
작가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나 손자들을 키우면서 더 좋은 대학,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당연히 내 손자들 공부 잘하길 바라죠. 그러나 공부를 못해도 그건 그의 능력입니다. 공부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일 뿐이고 대단한 게 아닙니다. 지식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핵심적인 권력을 잡기 때문에 대단하게 보일 뿐입니다.
사회의 인식을 고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학 나온 사람과 고등학교 나온 사람의 임금 격차가 지금처럼 커서는 안 됩니다. 공부한 사람은 그만큼 인격적 대우를 받잖아요. 고등학교 졸업자의 한 시간이나 교수의 한 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게 해주면 사회 지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학력에 따라서 인간을 차별하잖아요. 월급의 차이를 50만 원 정도로 줄이면 서로가 행복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교육 개선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요.
소설에 두 가지 방법이 나오잖아요. 교육 현장에서 역사 선생이 역사를 단숨에 바꿀 방법이 무엇이겠냐고 논술을 쓰라고 합니다. 집에 가서 써오라고 하면 학원에서 써 주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쓰게 해요. 국어 선생님은 세종이 한글을 안 만들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답하라고 합니다. 교육은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거죠. 그게 창의란 말입니다. 미국이 세계 1등의 막강한 국가인 이유는 군사력의 강화뿐만 아니라 창의식 교육을 해서 그래요. 덧붙여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주커버그가 사회를 향해 무조건으로 돈을 환원하잖아요. 52조를 내놓았어요. 우리나라는 유한양행 딱 한 기업 있는데, 그 동안 경제가 엄청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한 명도 안 나왔어요. 결국에는 교육이 잘못된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주인공 ‘강교민’이 무슨 뜻의 줄임말인지 물었지만, 작가는 끝까지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소설의 주제와 연관된 ‘강교민’의 뜻, 독자 여러분도 대한민국의 교육을 고민하며 퀴즈를 풀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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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조정래 저 | 해냄
‘배우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아래 모두가 ‘자식 공부’를 삶의 최종 목표로 삼고, 교육만을 위해 발버둥친 지 50여 년, 아버지 세대가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을 그 자식들은 결국 해냈을까? 각급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가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후 소설을 집필했다.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iuiu22
201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