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강병철 “소아과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아이 건강을 잘 지키려면 부모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건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아이가 심각한 증상을 보여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증상에도 서둘러 병원을 감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요.
글ㆍ사진 엄지혜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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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모르면 뒤처지는 것 같아요. 알고서 어떻게 안 챙길 수가 있나요?” 열혈 육아를 자처하는 부모들의 변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좋은 비타민을 챙겨 먹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고 아이는 행복해질까? 육아에 정석은 없다. 하지만 부모가 ‘중심’을 잘 지키면 아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다.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와 강병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를 펴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기인 두 사람은 “가감 없이 솔직하게 올바른 소아과 책”을 쓰고 싶어, 펜을 들었다. “인터넷에서 좋다는 건 다해줬는데 우리 아이, 왜 자꾸 아프냐?”는 부모를 위해 정직하고 현명한 처방전을 썼다. 처방전에 포함된 내용은 감기, 설사, 성조숙증, 알레르기성 질환, 예방접종, 모유 수유, 항생제 및 비타민 등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흔하게 맞닥뜨리는 고민 14개다. 똑같은 문제로 소아과를 계속 찾으면서도 불안한 엄마, 아빠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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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영양 공급은 오히려 아이에게 해롭다


서민 교수님이 육아서를 쓰셔서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먼저 기획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계기가 있었나요?


서민 너무 비의학적인 책이 범람하니까요. 아이한테 이걸 안 하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것을 강요하는 책이 많아서요. 이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의사들이 책을 별로 안 쓰는 거예요. 그래? 그러면 내가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의대를 나왔지만 과 별로 전문지식은 없으니까요. 소아과에 대해서는 강병철 선생이랑 같이 책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강병철 선생님과는 대학 동기라고 들었습니다.


서민 친했어요. 지금 이 친구는 번역을 하면서 의학서적을 내는 출판사 대표인데, 제주도에서 소아과 개원의를 했을 때 명의로 소문났던 친구예요. 

 

서민 교수님이 책을 같이 쓰자고 했을 때, 강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하셨나요?

 

강병철 캐나다에 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같이 책을 써보자고요. 그런데 육아책이라고 하는 거예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서민 교수는 아이도 없고 소아과 의사도 아니고 환자 본 경험도 없으니까 농담인 줄 알았어요. (웃음) 본 마음을 들어보니 가독성이 있는 쉬운 건강 육아책을 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소아과 의사를 하면서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상당했던 터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강병철 선생님은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과거 제주 서귀포시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계실 때는 명의로 굉장히 유명하셨다고요.

 

서민 강 선생은 소아과 개업의 생활을 하는 동안 되도록 약에 의존하지 않는, 교과서대로 진료를 해온 양심적인 의사였어요. 대개 의사들이 의료 현실 때문에 타협을 하는데 이 친구는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병원에 환자도 구름처럼 많았던 의사였어요. 한 마디로 명의였어요. 정말 훌륭한 친구죠.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정절을 지킨, 논개 같은 친구라서 이 친구를 선택했어요.

 

왜 의사를 그만두셨는지,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강병철 한 두 가지 이유로 그만둔 건 아니었는데요. 우선 우리나라에서 원칙과 양심을 지키면서 의사 생활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싫기도 했고요. 의사로서는 신망도 받고 돈도 벌었지만, 올바른 의료 시스템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었어요. 환자와 의사가 다 견뎌야 하니까요. 서로에 대한 증오가 커지고, 진료에 대해 올바로 설명할 여유도 없고 또 환자들은 듣고자 하질 않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밴쿠버로 갔어요. 

 

책은 어떤 과정으로 집필하셨나요?

 

서민 내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흔히 맞닥뜨리는 14개 질환을 정확하고 쉽게 설명했어요. 주로 강병철 선생이 주제를 정하고 저한테 강의를 해줬어요. 

 

강병철 일선에서 떠난 지가 몇 년 됐으니까, 저도 공부를 많이 했죠. 주제를 정한 후에 최근 잘 정리된 논문도 살펴봤고 진료했을 때의 기억도 떠올려보고 그랬습니다. 

 

서민 강병철 선생은 12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했잖아요. 조금 쉬었더라도 전문의로서의 지식은 당연히 갖고 있습니다. 지금 개업의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현역에 있다고 특별히 공부를 더 하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차이가 있거나 아주 뛰어나다, 그런 생각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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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주 겪는 질환에 대해 이렇게 쉽게 설명한 육아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서민 그래서 쓴 거예요. 육아백과 같은 책들은 많잖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긴 어려워요. 막상 일이 닥치면 애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지 책을 찾아보게 되진 않죠. 의학에는 한계가 있어요.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못 고치는 병이 많고 이 책 역시 그 점을 흔쾌히 인정해요. 이 책에 나오는 치료법은 완치를 뜻하는 게 아니라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이에요.
 
“아이는 신제품과 같다. 신제품은 오래된 제품에 비해 고장이 잘 나지 않고, 설령 작동이 잘 안 될 때가 있더라도 간단한 처치만으로 금방 회복된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작은 증상에도 병원을 가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해요.

 

강병철 인간은 오랜 기간 동안 진화했어요. 그냥 생긴 동물이 아니에요. 환경에 맞춰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가 낳은 자식은 완벽에 가까운 생물체예요. 어지간해선 새 제품은 고장이 안 나잖아요. 지금 나온 치료법을 꼭 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소아과에서 유명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신약이 나오면 제일 먼저 쓰는 의사가 되지도 말고, 제일 나중에 쓰는 의사도 되지 말라.” 의사들끼리 하는 말인데요 그만큼 새롭게 나온 뭔가는 우리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어요. 가습기살균제 문제도 그렇잖아요. 이 책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약을 쓰거나 지나친 영양 공급을 하는 행위는 오히려 아이에게 해롭다고 말합니다.
 
비타민 문제가 그렇잖아요. 요즘은 생후 3개월만 지나도 비타민을 먹입니다. 과잉 섭취라는  의견도 많은데요.

 

강병철 헷갈리면 안 되는 게 바로 이거예요. 모자란 건 채워줘야 합니다. 당연한 거예요. 모자라면 제대로 클 수 없어요. 그런데 안 모자란 걸 더 주면 좋을까요? 식물이 물을 안 주면 죽잖아요. 그런데 물을 많이 줘도 죽습니다. 비타민 문제도 비슷합니다. 비타민과 비타민 제제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해요. 종합비타민제를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과 효과가 같지 않아요. 더욱 어린이용 비타민 제제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사탕이나 젤리처럼 만들어져 있어요. 부모가 잘 지켜보지 않으면 과량을 복용할 위험이 있어요. 또 성인 대상 연구를 보면, 비타민을 보충해서 수명이 늘어났다거나 만성 질병이 예방됐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비타민 결핍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비타민을 투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는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서민 엄마들 마음이 그렇잖아요. 설마 모자라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챙겨 먹이는데 안타깝죠. 의사들이 비타민을 권하는데, 알고 보면 자기 회사에서 비타민을 팔고 있어요. 최소한의 객관성을 갖기 어렵죠.
 
강병철 저는 엄마들에게 비타민을 먹일 정성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식품을 먹여보고 균형 잡힌 식단을 고민해보라고 권합니다. 이유기의 아이라면 이런 노력을 통해 편식하지 않는 습관을 익힐 수 있죠. 어느 정도 큰 아이라면 시장에도 함께 가 재료를 사고, 요리할 때도 참여시키면 더없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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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잘 씻어도 질병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소아과에 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감기 때문에 오는데요. “열이 난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서민 아이가 열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감기입니다. 열이 나면 부모들이 긴장을 하고 곧바로 병원에 달려오는데, 반드시 병원에 올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해열제를 먹여본 뒤 열이 떨어지고 아이가 잘 논다면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병원에 가면 다른 환자로부터 병이 옮을 수 있으니 차라리 해열제를 쓰면서 2,3일 정도 지켜보는 게 낫죠. 단 아이가 심하게 토하거나 착란을 일으키고 경기를 한다거나 일체 먹지 않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해열제는 아이 몸에 해롭지 않나요?

 

강병철 해열제는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어린이 해열제는 보통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이부르로펜(부루펜) 계열의 약을 쓰는데, 최소 4시간 정도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습니다. 4시간이 안 되어 다시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더 먹이는 것보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해열제가 해롭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물론 과량을 복용할 경우 매우 위험하고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죠. 하지만 이건 모든 약이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 손이 닿는 곳에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어린이용 해열제는 맛이 좋아 아이들이 한 번에 모조리 마셔 버리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백신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그래도 예방접종은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필수 예방접종률이 높은 편이고, 영유아 예방접종의 경우에는 98%로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예요. 하지만 청소년, 성인의 접종률은 비교적 낮습니다.

 

서민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과학적 지식도 많아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미신적인 걸 믿는 경우가 많아요. 스티브 잡스도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에 걸렸지만, 대체의학을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수술 가능 시기를 놓쳤잖아요. 우수한 과학자도 이러니 일반인은 더 해요. 갑상선에 좋다고 개구리를 삶아먹고 이상한 치료를 많이 하는데요. 영국 같은 나라는 백신을 불신해서 홍역에 걸리는 환자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해요.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도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백신을 맞지 말라는 주장을 해요.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아서 헷갈리는데요. 이 책을 기회로 정확한 의료 지식 알려주자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손 씻기도 강조하셨습니다.

 

강병철 첨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이 중요해요.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더 그렇고요. 손만 잘 씻으면 우리가 앓는 질병의 70,80%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요. 서양 사람들을 보면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손으로 막고 합니다. 그리고 손을 바로 씻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 기침을 막 합니다. 불쾌하고 유쾌하고를 떠나서 불안하죠. 아주 기본이 되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서민 남자들은 특히 더 하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손을 제대로 씻는 사람이 없어요. 오른손만 살짝 물을 묻히는 정도죠.
 
강병철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잘 먹고 잘 사고 잘 싸고 잘 뛰어 놀아야 해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하루 종일 앉아만 있어요. 먹는 건 대부분 정크푸드고요. 그러니 잠을 잘 못 자죠. 부모들도 '새로 나온 약이 뭐가 좋지?'를 챙기면 안 돼요. 9시 전에 잠을 자게 해야죠. 요즘은 아이들이 너무 늦게 자고 스마트폰만 찾아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토피 문제도 다루셨는데요. 부모들 입장에서는 정보는 너무 많고, 좋다는 제품도 쏟아지니까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더 혼란스럽습니다.

 

강병철 소아과를 할 때 엄마들이 병원에 와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선생님, 스테로이드제 말고 좋은 약도 있다던 데요. 비싼 보습제를 썼더니 좋아지던 데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제가 가장 먼저 하는 게 뭐냐면, 아이 손톱을 봅니다. 아토피를 갖고 있는 아이를 보면 대부분 손톱이 길고 때가 껴 있어요. 실험을 한 번 해보세요. 긴 손톱으로 피부를 긁는 것과 짧은 손톱으로 긁는 건 천지 차이거든요. 아토피를 예방하려면 손톱을 짧게 깎고 손을 자주 씻는 게 1번이에요. 또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때수건으로 아이 목욕을 시킨다고 해요. 아토피 때문에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지저분하니까, 싹 밀고 나면 깨끗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우리 피부가 가지고 있는 보호막을 싹 다 벗기는 행동입니다. 때밀지 말고 열심히 씻기라고 하면 엄마들이 어떻게 씻겨야 하냐고 묻는 데요. 약한 비누로 땀이 많이 나는 부분만 씻으면 됩니다.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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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의 명암에 대해서도 지적하였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키 큰 자녀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데요.

 

서민 엄마, 아빠의 키가 작은 경우, 즉 유전적으로 작게 태어난 아이는 아무리 성장호르몬을 맞아도 별 효과가 없어요. “지금은 작지만 나중에 왕창 클 아이” 역시 성장호르몬을 맞으나 안 맞으나 최종 신장이 달라지지 않아요. 성장호르몬 주사가 효과가 있는 경우는 특별한 저신장, 즉 엄마 아빠의 키가 웬만한데 아이가 꾸준히 3백분위수 만큼의 성장을 할 때예요. 그래도 4살이면 일러도 너무 일러요. 초등학교 1,2학년은 되고 나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서민 또 하나, 키가 클 수 있다고 광고하는 모든 식품이나 물건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속상한 것 중 하나가 커피를 안 마시면 키가 큰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른 살까지 커피를 안 마신 일이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연구 결과를 보니,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던 거예요. 서른이 지나고서야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억울하더라고요. 진작부터 먹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어요. 키가 큰 편이라 다른 사람들한테 "커피 안 마셔서 다리가 길어졌다"는 말도 했는데, 부끄럽습니다.
 
강병철 우리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뭐를 해준다고 뭐가 되지 않아요. 진짜 아이를 위한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재단하면 절대 안 됩니다. 중요한 건, 가족이 한 팀이 되는 일이에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 아빠의 의견이 다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투게 되고요. 싸움을 예방하려면 대화가 많이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엄마의 방침, 아빠의 방침이 제 각각이니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와도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고요. 가족도 사회의 일원이잖아요. 건강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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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모 말고 괜찮은 부모가 되자

 

요즘은 알아야 할 육아 상식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엄마들은 끊임없이 죄책감이 생기고요.

 

강병철  그래서 육아를 아빠랑 같이 해야 해요. 이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은 엄마들이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음식도 하잖아요. 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떻게 키우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요.
 
서민 요즘 아빠들은 잘 도와준다고도 하지만, 애가 잘못되면 여전히 엄마 탓을 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강병철 세상이 바뀌었으면 사고도 같이 바뀌어야 하는데, 생각은 그대로니까 문제예요. 육아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기계발서랑 너무 비슷해요. 부모가 부족하니까 부모가 더 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챙기라고 하니까 숨이 막히죠. 최근에 이유식 책을 하나 봤어요. 궁중요리를 기반으로 한 책인데 보면서 감탄을 했어요.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그런데 이유식을 궁중요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상위 1%나 될까요? 그런데 마치 평범한 엄마들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엄마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서민 죄책감을 이용하니까 문제예요. 점점 악순환이죠.
 
강병철 아이한테 꼭 해줘야 하는 건 없어요. 부모가 열심히 살면 돼요. 부모가 건강하게 바람직하게 살면 돼요. 예를 들어 아이가 TV를 안 봤으면 해요? 그러면 부모가 TV를 안 보면 돼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해요? 그럼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주면 안 되죠.
 
요즘은 유기농 식품을 애용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몸에 안 좋은 군것질을 되도록 먹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나중에 폭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강병철 원칙을 정해주면 돼요. 집에서는 먹이지 않지만 밖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데, 작은 원칙 두 개가 있었어요. 첫째는 부모로서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바빴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면 아이는 '부모가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생각해요. 둘째는 부엌에 항상 과일을 수북이 쌓아 놓았어요. 애들이 배고파 하면 과일을 먹게끔 했어요. 가장 쉽잖아요. 씻기만 하면 되니까요.
 
서민 아이 건강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을 위한 책이기도 해요. 엄마들이 아이한테 이것저것 다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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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에 대한 부모들의 스트레스도 큽니다. 아이가 아파서 안 그래도 불안한 마음인데, 환자가 많으니 충분한 설명을 못 듣고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모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무척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강병철 핵심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에 있기 때문에 한 두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의사들을 위해 변명하고 싶은 건, 학교에서 사회적인 스킬을 많이 못 배웠다는 점이에요. 의학교육이 문제인데요. 공부도 잘하고 머리는 너무너무 똑똑한데, 사회적인 스킬은 부족한 의사가 많아요. 요즘은 대학에서도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역할극 등을 통해서 다양하게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맨날 아파서 병원을 무척 자주 다녔어요. 병원에서 환자 노릇을 많이 해보니까, 의사나 간호사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기분이 나쁜지, 마음이 불편한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환자를 볼 때 조금 더 유연할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강병철 또 하나, 진료를 서비스라고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를 찾아가는 건 식당에서 밥 먹는 일이랑은 좀 달라요. 환자는 설명을 잘 들어야 하고, 그게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고 실증적으로 증상이 좋아져야 하죠.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은 병원은 현실적으로 친절할 수가 없어요. 친절한 설명을 듣고 싶으면 한가한 병원을 갈 수밖에 없어요. 병원에 사람이 많은 건 의사가 치료를 잘하기 때문일 테니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요. 그게 싫으면 한가한 병원을 가야 하는데요. 이 문제는 결국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절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는 무턱대고 조언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책이라서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서민 책을 쓰면서 육아 인터넷카페를 자주 들락거렸어요. 정말 수없이 많은 육아 정보가 올라오는데, 그 중 정확한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아이 건강을 잘 지키려면 부모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건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아이가 심각한 증상을 보여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증상에도 서둘러 병원을 감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요.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제대로 된 건강 지식을 알고자 노력했으면 합니다.

 

강병철 아이를 키우는 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인데,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느낄 필요가 없어요. 너무 완벽하게 키우려고만 하지 않으면요.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지 말고, 괜찮은 부모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아이를 조금은 쉽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이 인터뷰를 읽는 아빠 독자가 있다면, 한 가지라도 좋으니까 엄마들을 도와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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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서민,강병철 공저 | 알마
병원은 갈수록 번쩍번쩍한 장비로 채워지고, 건강 정보도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자꾸 아픈 걸까?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엄마들을 위해, 의학 대중서를 쉽고 흥미롭게 쓰기로 소문난 서민 교수와 약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을 챙기는 강병철 소아과 의사가 ‘똑똑한’ 소아과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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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강병철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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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j314

2016.06.14

구구절절 맞는 말씀들...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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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6.06.14

부모들이 정말 알아야 할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어렵습니다. 육아. 그래도 아이들은 이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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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ouj

2016.06.13

두 분 다 말도 잘하시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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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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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같은 대학에서 기생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의대 졸업 후 “21세기엔 기생충의 시대가 온다”는 교수님의 말에 넘어가 기생충학을 전공했다. 새천년이 밝았는데도 기생충의 시대가 오지 않는 것에 당황해 저술과 방송 등 여러 분야를 집적대다가 결국 유튜브에 정착했다. 조회 수를 위해 쌍수를 한 끝에 구독자 십만의 유튜버가 됐다. 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만화 ‘쇼피알’ 스토리 작가로 참여했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교수다. 세간에는 기생충학자로 기생충을 사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개빠로, 셰퍼드에게 머리를 물린 이후에도 개빠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았다. 개를 좋아한다는 장점 하나로 역시 개빠인 아내와 결혼에 성공했고, 현재 6마리의 페키니즈를 모시며 살아가는 중이다. 한겨레신문에 ‘서민의 춘추멍멍시대’를 연재하고 있다. 『서민의 개좋음』은 이 세상의 모든 개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기생충을 소재로 한『마태우스』, 『대통령과 기생충』, 『서민의 기생충 열전』 등이 있고 독서와 글쓰기, 정치에 관한 책으로 『서민의 독서』 『서민적 글쓰기』 『서민적 정치』 등이 있다. 오랜 진화의 결과 기생생활을 하게 된 기생충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지만, 다른 이의 고혈을 빠는 소위 인간 기생충에겐 단호하다. 윤지오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는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을 쓴 것도 그녀가 한국으로 소환돼 죗값을 받기를 바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