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석 셰프 “아빠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식”
이유식을 너무 아내에게만 일임한다거나 시중에 파는 걸 먹인다거나 하면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걸 놓치게 되는 거예요. 이유식을 만들어서 먹이는데 아이가 먹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모유나 분유만 마시던 아이가 그걸 떠서 입으로 삼키고 한 그릇을 비우는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살면서 제가 한 음식을 먹는 걸 보고 그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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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니까 이유식도 ‘뚝딱’ 만들어냈을 줄 알았다. 그럴 리 없었다. 소금, 후추를 충분히 사용하고 버터를 쓰는 프렌치셰프 이유석에게 이유식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간도 할 수 없고 영양소도 지켜야 하는 요리. 셰프도 처음에 불안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유식을 꾸준히 만들고, 책까지 내게 된 데에는 아들 ‘다복이’의 영향이 컸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모습이 그토록 가슴 저리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아들을 보며 처음 알았다. 이유식은 셰프 이유석까지도 성장시킨 셈이다.

 

이유석은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임을 강조했다. 이유식을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아이의 음식 취향, 요리의 새로운 기쁨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빠’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가 먹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웃음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기회가 평생 자주 오는 건 아니잖아요.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해보면서 소중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요즘은 맞벌이도 많이 하니까 육아 분담도 될 거고요. 이 책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이유식이라는 컨셉을 담은 거예요.”

 

이유식이 낯설기는 엄마나 아빠나 마찬가지다. 아빠가 만드는 이유식, 그것이 아이와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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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손길이 담긴 단순한 이유식

 

제목이 재미있어요. 실제로 10대 시절 내내 ‘이유식’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요. 시간이 지나 결국 이유식 책을 내게 됐네요.

 

이름 때문에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어요. 10대 때는 이름이 너무 싫었어요. 이름 바꾸고 싶다고 부모님께 매일 부탁드릴 정도로요. 전학을 다녀도 항상 제 별명은 ‘이유식’이었어요. 그런 에피소드가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우스개로 나왔고,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이 책의 편집장님께서 제안을 주셨어요. 그때 마침 저희 아이가 6개월 정도 됐을 때였거든요. 이유식을 할 시기고, 실제로 제가 이유식을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2014년 11월부터 작업실에서 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올 초까지 거의 1년 4개월의 준비시간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직접 자녀의 이유식을 만들면서 책을 만들게 됐다고 했는데 이 책만이 가지는 강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다른 이유식 책과 어떤 차별점을 갖는다 생각하나요?

 

국내에 출간된 이유식 책을 거의 다 탐독했어요. 대부분 쌀 위주로만 되어 있더라고요. 한편 유럽 각 국가, 중동, 일본, 미국 등 외국에서 출간된 이유식 책도 거의 다 봤는데요. 굉장히 카테고리가 넓더라고요. 물론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유식을 줘도 괜찮다는 보장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국내의 이유식이 쌀 기본으로 되어 있으니까 적어도 제 이유식은 좀 달랐으면 했어요. 어차피 이유식이란 게 모유나 분유를 먹고 난 후 먹는 보충적인, 첨가적인 의미가 있거든요. 이 책은 약간 별식으로 먹을 수 있는, 특별하게 한 번 정도 해먹으면 좋은, 셰프이자 아빠의 손길이 담긴 단순한 이유식을 담은 거예요.

 

요리 시작한지 15년, 경력은 10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도 이유식을 처음 만들었을 때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어요. 별의별 상상이 다 드는 거예요. 찌고 강판에 갈고 할 때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을까, 갑자기 돌멩이가 들어가지 않을까, 하면서요. 간을 열 번 씩 보면서 했어요. 계속 먹고 탈이 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요. 요리하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이 없었거든요. 식당에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와도 말이에요. 그런데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심지어 요리를 해온 나도 이렇게 긴장하고 힘든 작업이었는데 다른 아빠들은 얼마나 부담이 될까 생각했어요. 이 책은 아빠들에게 권유해보고 싶은 책이거든요.

 

아빠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고요? 요리 초보인 아빠들이 이유식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먼저 경험한 입장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자신 있게 한 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들어보면 좋을 거예요. 처음엔 저도 긴장하고, 떨리고 그랬어요. 이유식은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에요. 좋은 재료를 쓰고, 그 재료에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게 중요하지 TV에 나오는 셰프들처럼 현란한 손놀림이나 칼질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정성은 기술을 압도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담긴 게 중요하죠.

 

이유식을 너무 아내에게만 일임한다거나 시중에 파는 걸 먹인다거나 하면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걸 놓치게 되는 거예요. 이유식을 만들어서 먹이는데 아이가 먹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모유나 분유만 마시던 아이가 그걸 떠서 입으로 삼키고 한 그릇을 비우는 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살면서 제가 한 음식을 먹는 걸 보고 그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어떤 대단한 사람이 와서 극찬해주고, 박수를 받았어도 그 정도까지 마음이 벅차오르게 기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먹는 걸 보면 하루 종일 웃음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기회가 평생 자주 오는 건 아니잖아요.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해보면서 소중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요즘은 맞벌이도 많이 하니까 육아 분담도 될 거고요. 이 책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이유식이라는 컨셉을 담은 거예요. 퓌레 같은 것도 별식으로 너무 좋죠.

 

방금 언급한 퓌레나 가스파초처럼 확실히 기존 이유식과는 다른 이유식들이 눈에 띄어요.

 

일본 같은 경우는 사시미나 스시가 후기 이유식에 들어있더라고요. 놀랍죠. 미국 이유식 중에는 땅콩잼도 들어가요. 프랑스 이유식은 왜 이렇게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지(웃음) 허브도 다섯 종류씩 들어가고요.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것들을 물론 다 실험해보진 못했어요. 어쨌든 이 책에서는 기존과 다른 특별한 이유식을 만들고 싶거나 아빠들이 만들어봤으면 하는 이유식들, 쌀 위주의 이유식에서 탈피한 이유식을 담았죠.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각 나라의 이유식 연구를 많이 했으니까요. 체질, 건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에서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 이유식을 만들어봤어요. 퓌레가 들어가기도 하고, 스프가 들어가기도 하고, 시원한 과일이 들어간 스무디 같은 형태도 있고요. 스무디 형태는 여름에 입맛 없을 때 별식으로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책이 절대적인 지침서가 된다거나 이 한 권이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고요. 부담 없이 한 번 해보시기 좋은 것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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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이 큰 틀에서 거의 비슷해요. 기본 규칙만 익히면 재료만 바꿔서 다양하게 만들어볼 수 있겠더라고요.

 

이유식이 너무 화려하거나 기술이 들어갈 이유가 없죠. 지금도 제 요리 철학이긴 한데요. ‘simple is the best’라는 문구가 저희 주방에 적혀 있어요. 단순함의 미학이죠. 좋은 재료로 단순함을 살렸을 때 그보다 훌륭한 게 과연 있을까 싶어요. 성인도 마찬가지죠. 최상급의 고기를 소금 해서 숯불에 구워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그렇잖아요. 접시 위에는 꼭 필요한 것만 올라가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거든요. 마찬가지로 이유식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재료만 들어가면 돼요. 너무 많은 엑스트라가 필요 없어요. 이유식은 단순해야 해요. 대신 정성은 충분히 들여서요. 또 대부분 찌는 방식을 많이 선택했어요. 그래야 영양 손실이 거의 없거든요. 이유식은 맛보다 영양 보충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그런 걸 신경을 많이 썼어요.

 

뒷부분에 수록된 칼 쥐는 법처럼 기초적인 조리법도 초보자들에게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테고요.

 

칼 쥐는 법, 재료 손질법을 뒤에 넣어서 도움이 많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많이 잘못 알고 계시는데요. 칼질은 빨리, 멋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절대 아니에요. 깨끗하고, 잘 드는 칼로 안정감 있게 칼질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그래야 자신감도 더 생기고요. 저는 지금도 요리의 제1원칙이 위생이거든요. 동료들에게도 늘 그렇게 얘기해요. 음식은 맛없게 나가도 상관없는데 위생적으로 문제 있으면 그건 절대 용서 못하는 거라고요. 도마도 굉장히 강한 세척액을 써요. 결벽증이 없지 않아 있어서요. 도마에 박테리아가 되게 많이 묻어 있는데 그 위에서 감자를 썰어서 요리를 한다면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거든요. 소중한 사람이 먹는 거고, 특히 이유식 같은 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기들이 먹는 거니까요.

 

강박적일지언정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거군요.

 

세제로 한 번 닦거나 물로 한 번 헹궈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흥건하게 두면 수억의 박테리아가 증식한 상태에서, 박테리아 파티장이 된 상태에서 음식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칼질만 멋있게 한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눈에 안 보이는 부분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나 아내, 아기에게 요리를 해줄 때 그런 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거든요. 지저분한 환경에서 요리를 해주고 싶진 않아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제일 위생적인 음식을 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요.

 

식당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로서의 철학이기도 하겠죠.

 

저는 또 저희 식당에오는 모든 손님이 VIP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류층이나 셀러브리티라고 특별한 혜택을 더 드리거나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건 다른 손님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잖아요. 자주 와주시는 단골손님께 좀 더 혜택을 드리는 편이죠. 근데 저희도 VIP가 한 분 있어요. 저희 건물주인 오치균 화백님이신데요.(웃음) 저희를 항상 많이 응원해주시는 분이세요. 2014년 메르스 때는 경기가 안 좋아서 저희 걱정된다고 월세도 많이 내려주시고요. 제게는 피카소보다 더 대단한 화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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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을 만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이유식이라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아기가 이유식을 안 먹는다는 거거든요. 이럴 때 저자만의 비법이 있다면요?

 

그게 굉장히 부담되고 스트레스죠. 첫 번째로 제일 좋은 방법은 같이 먹는 거예요. 이왕이면 식사 시간에 같이 먹여주는 게 제일 좋아요. 이유식을 안 먹으려고 하면 내가 한 입 먹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같이 먹는 모습을 보면 쳐다보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아기에게도 한 입 자연스럽게 주거나 하는 거죠. 또 아기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참 틈을 주면 안 돼요. 음식을 삼켰을 때 바로 떠서 넣어줘야 해요. 맛있다, 맛없다, 판단하게 하면 안 돼요.(웃음) 그런 생각을 할 때 또 음식이 입에 들어와서 삼켜야겠다, 생각하도록 말이에요. 간격을 짧게 줘서 계속 삼키고 씹고, 삼키고 씹도록 하는 거죠. 너무 체할 정도로 그러면 안 되겠지만 안 먹는 것보단 낫잖아요. 안 먹고 울고 그러면 영양 결핍이 되는 거니까요. 다만 그럴 경우엔 목 넘김이 부드러운 이유식을 하면 좋죠. 스프나 퓌레 계열로요. 타락죽 스타일로 만드는 크림이 있는데 그것도 되게 잘 먹어요. 소화도 잘 되고 목 넘김도 편하니까 좋죠. 안 먹더라도 한 입 물꼬를 트고 집중력 있게 먹이는 거예요. 버릇 들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억지로는 절대 안 되지만 가급적 먹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녀에게 만들어 준 이유식 중에 가장 좋아한 이유식은 뭔가요?

 

먼저 장모님이 해주시고 제가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한 게 스페니시 이유식이라고요. 대구, 피망, 감자로 만드는 이유식이 있어요. 퓌레처럼 만드는 건데요. 스페인에서 대구와 감자로 요리를 해서 많이 먹거든요. 그걸 응용해서 만들어봤는데 그 이유식을 제일 잘 먹었어요. 그 밖에 콜리플라워를 이용한 이유식이 있는데요. 그것도 좋아했고요. 저희 아이는 크게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었던 것 같아요. 오일 풍미 때문인지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건 조금만 들어가도 안 먹어서 그건 극도로 배제를 했고요.

 

이유식을 만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많이 알게 됐네요.

 

맞아요, 어떤 것을 잘 먹는다고 얘기를 들어도 금방 까먹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만들어서 해준 건 경험으로 남아요. 제가 대구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또 대구요리를 유독 잘 먹으니까 좋았죠.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입맛이란 게 또 유전되는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반면 저는 고구마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내는 고구마를 되게 좋아해요. 겨울 되면 집에 고구마가 쌓여 있어요.(웃음) 근데 아이가 고구마를 되게 좋아하는 거예요. 돌 지나서부터는 혼자 두 개 씩 먹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내도 좋아하더라고요. 이런 게 재미있었어요.

 

일찍부터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와 교감을 할 수 있었어요.

 

음식이란 추억이자 소통인 것 같아요.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심지어 책까지 냈잖아요. 이런 것이 추억이죠. 또 아이가 비록 대화는 못하지만 먹는 걸로 “아빠 나 이거 좋아해요, 아빠 나는 고구마가 좋아요, 아빠 나도 생선 요리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잖아요. 소통이죠. 추억과 소통의 매개체로써 음식을 하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거죠. 이 시기가 지나고 커서 좋은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음식을 사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러니 더 많은 분들, 특히 육아에 상대적으로 덜 참여하는 아빠들도 시도해보라는 거고요.

 

요즘은 다행스럽게도 쿡방 열기 때문에 남자도 요리하는 게 창피하지 않은 시대가 됐어요. 저도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닌데요. 제가 고등학생 때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요리사란 직업은 호텔 요리사를 제외하고는 여자들이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셰프’라는 단어도 안 썼고요. 지금은 남자들이 부엌에서 음식 하는 자체를 상당히 멋진 행위로 보니까 음식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것이 요리사로서도 힘도 많이 되고요. 또 한 번 하면 아내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거든요. 육아 휴직을 내는 남자 분들도 있지만 쉽사리 그런 여건이 못 돼요. 사회적으로 눈치도 많이 받는 분위기고요. 그런 와중에라도 가끔씩 음식을 만들면 아내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죠. 육아에서 큰 부담을 덜어주는 거기 때문에 잘 안 하던 분들이라도 한 번 씩 해보시길 바라요. 한 번 만들면 김치냉장고에 보관해서 이틀 씩 가거든요. 재료 열 개 씩 놓고 어렵게 팬에 불붙이고 칼질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하나 만들 때 재료 세 가지 정도면 되거든요. 칼로 잘 자르고, 찌고, 잘 으깨거나 익혀서 용기에 담아두면 전자레인지에 돌려 그때그때 먹이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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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별 분류는 절대적인 게 아니야

 

대파, 당근과 오렌지, 양파와 배처럼 이유식 식재료로는 선뜻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과감한 사용이 독특하거든요. 

 

저는 보통 음식의 궁합을 경험에서 찾는데요. 당근과 오렌지, 양파와 배 이런 것들은 모두 유럽에서 유학할 당시, 2000년대 중후반이었는데, 파리의 몇몇 다이닝에서 유행하던 맛의 궁합들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양파와 배 궁합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파리의 ‘알랭파사르’라는 유명 조리장의 궁합이에요. 흥미로운 건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합을 썼다는 자료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무척 놀랐던 적이 있었죠. 음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양파는 익힘 정도에 따라 당도를 굉장히 많이 끌어올릴 수 있는 식재료거든요. 그래서 입맛을 잃은 아기들에게 종종 별식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만들게 된 거예요.

 

요리 경력 10년이 넘는 셰프지만 프랑스, 스페인 요리를 하는 저자에게 이유식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을 텐데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저는 요리의 뿌리를 유럽에 두고 있다 보니 버터와 올리브오일이 제 모든 요리의 시작점이에요. 그냥 쓰는 것도 아니고 꽤 많은 양을 쓰거든요.(웃음) 심지어 간도 세게 해요. 그런 게 제 방식인데 이 스타일을 완전히 부정하는 장르가 바로 이유식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하고요. 그래도 하다보니 재미도 붙고 그랬죠. 무엇보다 요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더라고요. 아마 이유식을 안 만들었다면 이렇게 제 요리의 폭을 넓히는 계기는 없었을 거 같아요.

 

레스토랑을 하면서 제 스타일대로 요리를 하니까 라이트한 요리들은 굳이 안 하게 됐거든요. 요리프로그램에서 여성을 위한 채식요리를 해달라는 제의도 두어 번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저는 ‘고칼로리음식을 추구하는 요리사라 맞지 않네요’(웃음)하고 고사 했었어요. 물론 방송에 뜻이 없기도 했었지만요. 그런데 소금, 후추 간을 해도 안 되고 칼로리가 높아도 안 되는, 그야말로 제 요리스타일에 반하는 이유식이란 장르를 하게 된 거잖아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요리의 폭을 크게 넓혀준 것 같아요. 스타일을 허물고 다시 새로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매장에서 가끔 채소 요리도 해요. 이건 큰 변화죠. 결과적으로 무척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시기별 이유식이 있고, 어떤 이유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아기의 성장이나 발육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기별 분류는 절대적인 게 아니에요. 치아 상태나 식사속도, 소화상태에 따라 맞춰서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거든요. 너무 욕심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조금씩 질감에만 변화를 주면 되고요. 너무 큰 부담을 안 가져야 하기도 좋잖아요. 반드시 해야 된다는 부담감보다는 일단 한번이라도 해보자는 마인드가 좋을 것 같아요. 이유식을 직접 만들고 먹이는 경험 자체가 소중한 추억이고 아기와의 소통이기도 하니까요.

 

편의상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양육자들도 많잖아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특별한 상황일 경우에는 편의성 때문에 이유식을 사서 먹이는 경우가 가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매번 이유식을 사서 먹이는 게 직접 만들어 먹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라고 생각하면 다소 아쉬울 거 같아요. 선택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춰 할 몫이겠죠. 하지만 시판 이유식에만 너무 의지하는 건 안 좋다고 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나의 키트에 재료를 모두 담아놓고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방식이 그마나 제일 유용할 것 같아요. 위생 문제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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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저자는 떠먹는 치즈 특허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개발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신체에서 제일 지저분한 부위중 하나가 손이잖아요. 그런데 보면 대부분 그 손으로 치즈를 떼어서 아기 입에 넣어줘요. 손이 얼마나 더러워요. 그건 아기에게도 위생적이지 않을뿐더러 어른입장에서도 참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치즈의 맛은 똑같이 유지하면서 질감만 푸딩 같은 형태로 변화시켜서 스푼으로 떠먹을 수 있게 해보자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것으로 올해 2월 특허청에서 정식 특허를 받았어요. 물론 프렌치셰프라는 이력도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이걸로는 앞으로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참고로 2015년 EU와 프랑스낙농협회에서 주관한 유럽치즈캠페인의 <한국>편 치즈레시피 소책자를 담당해서 만든 적도 있어요.

 

『맛있는 위로』라는 에세이를 출간한 적도 있어요. 요리와 글,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또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 쓰는 일은 제가 10대 때부터 좋아했던 일이거든요. 원래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IMF 때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포기했죠. 요리사를 선택한 뒤로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좋은 기회들이 찾아와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책까지 내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앞으로는 제 아들 다복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영유아기 간식 요리책도 생각해 보려는 중이에요. 마침 이 책의 출판사인 BR미디어의 김은조 편집장님도 계속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더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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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석의 이유식이유석 저 | 비알미디어
이 책에는 ‘이유식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맛있는 레시피들로 가득하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럽의 많은 아기에게 검증받은 유럽식 이유식 레시피가 단연 눈길을 끈다. 스페인의 냉수프인 가스파초를 재해석한 이유식, 프랑스식 디저트 히오레의 이유식 버전 등 맛있는 유럽식 이유식 레시피가 아기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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