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석 “지카바이러스, 알면 두려워할 필요 없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사스, 메르스, 에볼라, 최근에 지카까지 여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바이러스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우리 인류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어요. 그게 축적되면 상대적으로 신종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전파 과정을 알고, 대응을 하니까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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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간의 과학 지식이 축적된다 해도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은 넓고도 깊다. 그것이 인류가 놓인 처지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는 것, 지난 경험에서 발견한 지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대처하는 것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 이제 미래는 바이러스 전쟁이라 할 만큼 바이러스로 인한 예견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을 어떻게 막아내는가가 중요해졌다. 매년 뉴스를 장식하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을 비롯해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바이러스까지 한국이 경험한 신종 전염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이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최강석 연구원은 책 『바이러스 쇼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이해하길 바랐다. 알면, 두려움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개인 차원에서 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2009년 신종플루 때 워낙 호흡기 감염이 심하니까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중요했어요. 그게 어느 정도 지켜지니까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렇게 되면 신종플루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도는 전염병도 같이 줄어요. 옮겨 다니는 건 뻔하니까요.”

 

콜레라, 홍역이 더 이상 무서운 얼굴의 전염병이 아니게 됐듯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사회가 ‘쇼크’ 상태가 되지 않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답은 지식이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바이러스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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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서 오는 공포

 

지금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에 관한 뉴스가 눈에 띕니다. 바이러스는 늘 현재진행형인데요. 지금, 한국에서 경계해야 할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는 뭔가요?

 

그 질문은 상당히 일반 독자분들이 궁금해 할 사항이에요. 어떤 질병이 들어올까, 궁금하죠. 사실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 부분은 전문가조차도 답하기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메르스’를 언제 처음 들어봤나요? 2014년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죠. 2016년 ‘지카’, 그 전에 들어본 적 있어요? 없죠. 다음에 어떤 질병이 국내에 올 수 있겠지만 그게 어떤 바이러스일까요? 모른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경계해야 할 질병을 얘기할 때 함축적인 의미가 있어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일으킬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그건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겁니다. 그 바이러스가 뭐냐고 물었을 때 답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거죠.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면 답변이 이해가 됩니다. 워낙 종류도 많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많죠.

 

해외 여행객을 통해서 국내에 없는 질병이 자주 들어옵니다. 그렇지만 콜레라가 들어온다든지 홍역이 들어온다고 신경 쓰지 않잖아요. 알고 있는 질병이니까요. 대비책이 있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서 그런데요.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문제가 될 거예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일으킬 만한 바이러스라면 첫째, 우리가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바이러스 둘째, 그 바이러스의 특징은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쉽게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함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국내에서도 지카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죠. 전염 위험은 낮지만 소두증 아이 출산 등 치명적인 위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줬어요. 이 바이러스는 어떤가요?

 

과장된 부분이 좀 있어요. 언론을 통해 들어도 전문가들은 대개 크게 문제가 안 되는 질병이라고 얘기를 해요. 독감처럼 통증이 오는 증상이 있는데요. 그렇게 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낮고요. 소두증도 좀 자극적이에요. 아기를 가진 산모 입장에서는 끔찍하죠. 하지만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소두증이 나타날 확률은 1%도 안 돼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극히 일부에서 그런 부분이 나타나는 건데 어쨌든 위험성은 있는 거죠. 첫 임신 3개월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요.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3월 22일에 발생했지만 오래 못 갔어요. 이유는 뻔해요. 전염성이 없거든요. 전문가들은 별로 위험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워낙 소두증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지카바이러스는 숲모기가 전염시키는 건데요. 일반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두 마리가 날아다닌다고 해서 걸리는 문제가 아니에요. 모기가 대량으로 서식한다는 기준이 돼야 가능한 거거든요. 국내에는 이집트숲모기가 없고요. 흰줄숲모기는 제주 쪽에 약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거의 없어요. 국내에 환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유행할 전제조건이 안 갖춰진다는 거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어요.

 

신종 전염병은 ‘푸시&풀’ 여건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이 여건을 이해하는 것이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없애는 중요한 정보 같아요. ‘푸시&풀’ 여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종 전염병 출현에 핵심이 되는 부분이 ‘푸시&풀’입니다. 여러 포인트가 있지만 이것이 매우 중요해요. 먼저 ‘푸시’는 야생 동물이 서식하던 터전에서 쫓겨난다는 이야기예요. 특히 산업화가 되고 인구가 엄청나게 급증하면 산림구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져요.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먹거리도 많아져야 하니까 자연 상태를 파괴할 수밖에 없죠.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밀어내는 거예요. 밀려난 야생동물이 어디로 가겠어요? 사람이 사는 환경에 침범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죠. 그 상황에서 그 야생동물이 미지의 바이러스를 가졌다면 병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한 ‘풀’은요. 당긴다는 의미잖아요. 인간이 먹거리를 위해 공장식 축사라든지 대량으로 농지를 개간하고 곡식을 키우면 야생동물 입장에서도 먹거리가 많아지는 거예요. 야생 상태에 먹거리가 적을 때 인간 영역을 침범하니까 또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가 있죠. 이 ‘푸시’와 ‘풀’은 신종전염병 출현과정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두 개념을 함께 이해해야 해요.

 

거의 대부분의 신종 전염병이 그런 상황에서 발생했어요.

 

니파바이러스라고 있어요. 1998년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계엄령까지 선포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팜유가 경제적 이득이 되니까 주민들이 산불을 내서 나무를 심어요. 지금도 가끔 뉴스에도 나오죠. 그곳에 살던 과일박쥐가 서식지를 잃고 말레이시아로 온 거예요. 여기까지 보면 ‘푸시’가 되죠. 한편 말레이시아는 밀림에 양돈장을 지었어요. 30만 마리를 키우는 엄청난 규모였어요. 그 가운데 망고나무를 잔뜩 심어놓고요. 왜 그걸 심었는지(웃음) 잘 모르겠지만요. 과일박쥐가 좋아하는 게 과일이잖아요.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들이 그곳까지 와서 과일을 먹었고, 그 과일을 돼지가 또 먹어 바이러스가 전염됐어요. 이 부분은 박쥐를 농장으로 끌어들였으니까 ‘풀’개념이죠. 결국 돼지에서 인부로 전염이 돼서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게 전형적인 ‘푸시&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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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자주 씻는 건 상당히 중요해요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간도 ‘비행’을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가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 지카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크게 유행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가 없죠.

 

1년에 전 세계 여행객이 10억이 넘는다고 해요. 한국만 해도 3천만 명이에요. 그 무지막지한 인구가 들어왔다 나갔다 해요. 그런 상황에서는 바이러스를 본의 아니게 가지고 있다 퍼뜨릴 수도 있는 거죠. 항상 그런 위험은 잔존하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위생이나 발병 의심 단계에서 취해야 할 조치들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지침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말할 수밖에는 없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어쨌든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죠. 첫째가 해외여행 부분인데요. 말했듯 수천만 명이 매년 해외를 다녀와요. 국내에도 원래부터 있는 전염병이 있잖아요. 수두처럼 말이죠. 해외에도 국내에는 없는 풍토병이 많이 있어요. 여행 전에 방문국가에 어떤 풍토병이 있는지 알고 가면 좋겠죠. 실시간 보건지도를 다룬 사이트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는데요. 그곳에 방문하면 그 나라에 어떤 풍토병이 유행하는지 알 수가 있어요. 그걸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안전수칙을 알고 가면 위험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요. 또 질병관리본부나 주변에 있는 보건소에서 정보를 얻고 가면 좋겠죠. 둘째, 국내에서 전염병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개인 수준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위생 안전 수칙이에요. 전염병마다 다르거든요. 메르스, 지카가 위생 수칙이 달라요. 그래서 어떤 전염병이 돌기 시작할 때는 그 수칙을 나름대로 공부를 해야겠죠. 2009년 신종플루 때 워낙 호흡기 감염이 심하니까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중요했어요. 그게 어느 정도 지켜지니까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렇게 되면 신종플루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도는 전염병도 같이 줄어요. 옮겨 다니는 건 뻔하니까요.

 

바이러스마다 대응 수칙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만 잘 지켜도 여러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거군요?

 

대부분의 병원균들은 손을 통해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생활하면서 손으로 안만지는 데가 없잖아요. 나만 만지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만져요. 악수도 하고요. 또 손으로 항상 얼굴 등을 만지고요.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경로가 대개 눈, 코, 입이거든요. 여기 저기 손으로 계속 접촉을 하니까 병원균이 손에 묻을 수 있죠. 손을 자주 씻는 건 상당히 중요해요. 

 

서로 다른 바이러스를 뒤섞는 능력을 가진 믹서기동물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푸시&풀’과 더불어 신종 전염병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우리가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믹서기동물에는 뭐가 있나요?

 

신종 전염병의 배경이 ‘푸시&풀’이라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출현하는 과정, 경로의 핵심은 믹서기동물입니다. 독감바이러스를 거꾸로 계속 추적하면 야생 철새가 나오거든요. 주로 청둥오리 계통인데요. 그런 야생 철새들이 모든 독감바이러스 경우의 수를 다 가지고 있어요. 독감바이러스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야생 조류에 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넘어오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아요. 수용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바로 넘어온다 하더라도 전염이 되지 않죠. 어떻게 사람에게 전염되는 구조가 되느냐면 사람과 같은 수용체 구조를 가진 동물이 감염되면서예요. 그 동물이 믹서기 역할을 한다는 거죠. 독감바이러스 경우 그 역할을 돼지가 합니다. 독감바이러스가 돼지에는 두 가지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조류와 같은 수용체도 있고, 사람과 같은 수용체도 있어요. 그러니까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버무려져서 잡종 바이러스가 생기죠. 사과와 배를 믹서기에 갈면 전혀 다른 생산물이 나오듯이 조류의 바이러스와 돼지의 바이러스가 섞여 제3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상황이고요. 2009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플루가 그 예입니다. 야생조류 바이러스가 수 십 년에 걸쳐 돼지라는 믹서기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던 거죠.

 

메르스 때는 낙타가 감염 경로로 지적되기도 했잖아요. 낙타도 믹서기동물로 볼 수 있나요?

 

메르스는 근데 사실 아직도 밝혀진 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낙타가 그 역할을 하긴 하는데 어떻게 믹서기 역할을 했는지 아직 규명이 안 됐어요. 그 전에 사스가 있었잖아요. 사스는 박쥐에 있는 두 종의 바이러스가 사향 고양이에게 전염되고, 사향 고양이가 믹서기 역할을 해서 사람에게 전염된 거예요. 그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완 고양이가 아니고 보양식으로 먹는 식용 고양이입니다. 자주 접하는 동물이죠. 믹서기 동물의 특징이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동물이라는 거거든요. 메르스도 보면 낙타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중동에서는 소와 같은 존재예요. 접촉이 많죠. 그런 특징이 있어요.

 

앞으로 제3의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분명히 또 다른 믹서기동물이 등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믹서기동물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지금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그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신종 바이러스를 예측할 수 없는 거고요. 상당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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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과 치사율은 반비례한다

 

미지의 영역이 아직 많다는 점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종종 사용하는 이유 같아요. 책에서도 영화 <감기>를 분석한 대목이 있었죠.

 

그 영화는 변종 독감이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전파된다는 설정이죠. 나름대로 개연성은 있어요. 광둥성 밀입국자가 타깃이었잖아요. 실제로 그 지역이 변종 독감의 발원지거든요. 반면 치명성, 전염성 부분은 영화에서 상당히 공포스럽게 다뤘지만 실제는 좀 달라요. 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염의 효율성과 치명성이 양립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전염성이 강하다면 바이러스와 사람 간에 어느 정도 공생 관계로 접어든 거예요. 바이러스가 유지되려면 숙주를 죽이면 안 되거든요. 퍼져나가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치사율 부분은 많이 줄어들죠. 치사율이 너무 강하면 전염이 안 되고요. 보건 개입이라고 해서 당국이 개입을 하고, 국제기구가 개입해서 어떻게든 차단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도 있고요. 그러니 영화 <감기>의 설정은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염성과 치사율이 반비례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네요.

 

가장 대표적인 게 에볼라죠. 에볼라는 일단 걸리면 최소 둘 중 한 사람은 죽었어요. 또 엄청나게 고통스럽게 죽잖아요.  무서워서 사람들이 근처를 못 가요. 바이러스가 퍼지려면 접촉을 하고 옮겨가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제한돼요. 덕분에도 통제가 되고요. 에볼라는 1976년에 발생한 바이러스인데요. 과거에는 밀림 오지에 있는 몇몇 마을에서 발생하고 끝났어요. 퍼지지 않았죠. 반면 이번에는 도시에 터져서 난리가 났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몇 나라에서만 문제되고 많이 못 퍼지잖아요.

 

저자는 중동과는 다른 문제해결능력으로 메르스 사태를 잘 넘겼다고 말했는데요.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진단하는 건가요?

 

메르스가 전형적인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잖아요. 문제는 발생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병원 감염으로 끝났죠. 중동은 지금도 제2의 유행기라고 해서 지금도 계속 확산되고 있거든요. 통제가 안 돼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잘 넘겼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분적인 전술 부분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분명히 있죠. 어쨌든 처음 부닥친 사태기 때문에 우왕좌왕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런 것까지 다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결론적으로 마지막 환자발생까지 47일간 문제되고 종식이 됐다는 거죠.

 

만약 다시 메르스가 한국에 유행한다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볼 수 있을까요?

 

최소한 저번보다는 낫겠죠. 그때 경험으로 배운 게 있잖아요. 정부를 두둔하는 게 아니라 최소 한 번은 겪었기 때문에 실책은 최소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쇼크’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그거예요. 사회적인 공감대에 충격으로 온다는 의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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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헬스(one-health)

 

몽골에서 브루셀라병이 거의 통제될 수 있었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라는 게 개인위생은 물론 사회 문화, 국가 차원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브루셀라는 사실 바이러스는 아니고 세균인데요. 인수공통 감염병이죠. 되새김질하는 양, 소 같은 동물에서 전염되는 병이고요. 쉽게 말해 가축 단계에서 유행하는 것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사람에게 넘어온다는 거예요. 여기서 원헬스(one-health)라는 개념이 중요한데요.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공중보건이라면 사람의 영역이잖아요. 가축 영역은 수의학, 동물보건이죠. 이걸 별개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서 같이 나가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원헬스라는 개념이 작동해야 해요. 특히 신종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야생에 있는 바이러스가 동물을 통해 넘어오기 때문에 각 단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해요.

 

한국에서 원헬스는 얼마나 작동하고 있나요?

 

이게 설득력을 가진 계기가 2003년 사스 때입니다. 사향 고양이를 통해 넘어왔고, 그 전에 야생 동굴에 사는 중국 관박쥐를 통해 전염되고 그런 게 서로 유기적으로 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공감대가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세계보건기구와 세계동물보건기구, 세계식량농업기구라는 큰 세 개의 국제기구가 중심이 돼 움직이기 시작한 거고요. 그런 개념이 서서히 한국 학문에서도 도입이 돼 논의 단계에 있어요. 이 책의 핵심 주제도 사실은 원헬스 개념이에요. 단순히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정글의 법칙> 등 TV에서 타지의 낯선 음식 먹는 장면을 보면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해외 길거리 음식은 가능한 먹지 말라는 조언도 했잖아요.

 

저도 보면서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한 번은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이 과일박쥐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과일박쥐는 신종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주범이에요. 에볼라, 니파 등 질병을 일으키는 상당히 위험한 동물인데 그걸 들고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풍토병을 항상 조심해야 해요. 국내에는 없으니까 여행자에게는 면역이 없잖아요. 가끔 보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촬영 혹은 구호활동을 하다 병에 걸려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게 우려스럽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몇 년 전 베트남에 갔다가 호기심으로 현지 음식을 먹었어요. 골목길에 있는 진짜 허름한 식당이었거든요. 먹으면서도 좀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탈이 나더라고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후폭풍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법은 무엇일까요? 박쥐 바이러스를 많이 수집하고 있다고도 했는데, 가까운 미래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거라 보나요?  

 

예측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지역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퍼지면 그때서야 대응하는 식인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안입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국제 사회가 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지 그걸 빠르게 탐지하는 거예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렇지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고, 계속 노력해야 하는 거겠죠. 박쥐 바이러스를 계속 수집하는 이유도 박쥐가 가장 위험성 있는 동물로 지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는 건데요. 그것에도 여러 장벽이 있어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바이러스를 많이 수집하고 있지만 그 바이러스가 진짜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지 판단을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거든요. 믹서기동물을 통해 이 바이러스들이 뒤섞이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 과정에 위험성이 있는 거지 그 전에는 사실 위험성이 거의 없거든요. 위험이 없는 단계에서 이걸 평가할 수 있느냐, 지금 기술로는 어렵다는 거예요. 아무리 많이 수집하고 평가해도 위험성은 아무도 얘기할 수 없어요. 

 

21세기 들어서면서 사스, 메르스, 에볼라, 최근에 지카까지 여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바이러스들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우리 인류는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어요. 그게 축적되면 상대적으로 신종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전파 과정을 알고, 대응을 하니까요. 이미 경험했기에 다시 출현하지 못하도록 대응하고 있으니까 출현할 수 있는 위험성은 제거가 돼요. 하지만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미리 대응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죠.

 

인류의 경험을 뛰어넘는 바이러스와 신종 전염병의 발생 위험도 늘 잔존해 있잖아요.

 

그렇죠, 블랙스완과 같은 경험은 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져요. 지카바이러스도 이미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었죠. 알고 있었는데도 당했단 말이에요. 예측을 전혀 못했거든요. 향후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그것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나타날 거예요. 어려워요.

 

그 어려운 와중에 책을 냈는데요.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뭔가요? 

 

알고 있다면 두려움을 안 느껴요. 모르니까 두려운 거잖아요. 바이러스를 대중들이 기본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책을 썼어요. 재작년 에볼라가 아프리카에서 유행을 할 때 국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한 대중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사실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대중들이 전염병의 기초 지식에 많이 취약하단 생각을 했어요.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알게 되면 더 깊은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일 사회적 여건이 될 거란 생각을 해서 이 책을 쓰게 됐던 거고요. 책을 통해 바이러스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걸 모르면 겁부터 먹게 되죠. 그런 부분이 폭넓게 인지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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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저 | 매일경제신문사
사회와 국가를 뒤흔들고 전 세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출현, 우리는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가 풍성한 연구를 바탕으로 혜안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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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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