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홍대에 위치한 가톨릭 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섬과 섬을 잇다2』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꿈과 꿈을 잇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참여작가들과 이야기의 주인공들, 출간을 축하하러 온 이웃들, 독자들이 자리했다. 3,0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 콜트-콜텍의 해고 노동자밴드, ‘콜밴’의 오프닝 공연으로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섬섬 프로젝트
2013년 르포작가 이선옥과 만화가 유승하에 의해 기획되어 2014년 5월에 『섬과 섬을 잇다』가 처음 출간되었다. 섬섬 프로젝트는 ‘『섬과 섬을 잇다』 프로젝트’의 준말로 섬처럼 고립된 채 장기투쟁 중인 사업장들을 이어보고자 시작되었다. 섬과 섬을 이음으로써 장기투쟁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이 그들과 연대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모인 프로젝트이다. 『섬과 섬을 잇다』는 르포작가와 만화가들이 한 짝을 이뤄 각각 섬 하나씩을 맡아 직접 취재하여 펴냈다. 1권에 이어 2015년 12월 『섬과 섬을 잇다2』로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콜밴의 공연에 이어 두 사회자가 무대에 올랐다. 2권에 실린 유성기업의 노동자 양희열과 1권에 실렸던 재능 교육 교사 유명자가 인사했다. 유명자는 작년 9월, 2,822일의 비정규직 투쟁에서 승리하여 재능 교육에 복직한 교사이다. 행사의 사회자이면서 한 사업장을 맡아 르포를 쓴 작가이기도 했다.
사회자의 인사에 이어 책에 참여한 10명의 작가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을 소개했다. 광화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에 대해 작가 강혜민과 만화가 앙꼬, 전주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작가 송기역과 만화가 조남준, 스타케미칼 농성에 작가 유명자와 만화가 원혜진이 취재했다. 그리고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이야기에 작가 연정과 만화가 주호민,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에 대해 시인 송경동과 만화가 최규석, 「섬섬 연결기」에 작가 이선옥과 만화가 유승하가 참여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재단법인 한국 사회적경제 씨앗재단의 신복수 이사장과 한겨레 출판의 김수영 본부장도 참가해 인사말을 전했다.
공동질문 : 작가들에게 묻다
먼저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해당하는 작가가 손을 들어 대답하는 문답 시간을 가졌다.
유명자: 첫 번째 질문입니다. 책을 내면서 지금 만난 짝꿍이 내 짝꿍이기를 바랬다는 분 계신가요?
주호민: 제작년에 하종강선생님과 국민TV 라디오에서 <노동학개론>이라는 방송을 했었습니다. 기륭전자 조합원분들이 게스트로 나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 책이 기획되어 기륭전자를 그리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기륭전자를 오래 지켜보신 연정 작가님과 함께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유명자: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내가 가장 속 썩인 작가라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최규석: 저는 사실 섬섬을 할 때쯤이면 『송곳』 연재가 끝날 줄 알았어요. 『송곳』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하느라 그렇게 되었습니다.
조남준: 최규석작가보다 제가 몇 배는 더 속을 썩였을 텐데 전북고소가 3년 동안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3년 동안 취재를 했고 3년 동안 그린 작품입니다. (웃음)
유명자: 저도 마감이 3, 4월쯤이라 듣고 재능 교육 투쟁이 3월에 끝날 줄 알았습니다. 투쟁이 끝나면 쓸 수 있겠지 했는데 결국 반년이 지난 다음에야 냈습니다.
양희열: 사업장을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내가 쓴 사업장이 가장 박복한 것 같더라 생각하신 분 계십니까?
원혜진: 스타케미칼 굴뚝 투쟁을 무려 408일 동안 했습니다. 그 투쟁하셨던 분들은 단 11분이셨어요. 그런데 이 책이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승리한 곳입니다. 저는 구미에서 그분들을 만나면서 가슴이 벅찼어요.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분들은 진짜 노동자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인데 어떻게 사람과 미래에 대한 마음이 밝고 넉넉할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진짜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고 제 삶을 돌아보게 했던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다른 현장도 반드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개별질문 : 작가에게 묻다
사회자가 특정 작가를 지목하여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양희열: 책을 기획하신 유승하 작가님은 어떤 기준으로 참여 작가들을 선정하셨나요?
유승하: 저희가 1권 때는 현장과 가까운 분들을 했는데 2권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책을 사게 할 수 있는 아우라를 가진 분들, 각자 맡은 한 편을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을 섭외했습니다. 다행히 누구도 거절하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유명자: 저는 강혜민 작가가 광화문 농성장에 대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많이 울컥했습니다. 그때 페이스북에 올리셨던 마음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셨나요?
강혜민: 저는 <비마이너>라는 장애인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광화문 농성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곳이에요. 그 첫날, 경찰들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막고 계단만을 열어뒀어요. 당시 12시간 넘게 지하에 고립되어있던 조합원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서 계단을 기어가는 걸 보고 표현하기 힘든 분노를 느꼈어요. 그 농성을 지금까지 취재하면서 이 글을 잘 쓰는 게 이 싸움에서의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4년 동안 취재하면서 활동가분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까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쓴다는 생각으로 한 분 한 분 취재했습니다.
유명자: 이번 책에서 보통 르포와는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쓰신 작가님이 계십니다. 송기역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나요?
송기역: 저는 전에 몇 권의 평전을 집필했었습니다. 전주 버스의 지난한 싸움이 성과를 얻는 실마리가 되어주신 고 진기승님께 짧은 자서전을 써서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시작했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고 진기승님의 아내분이신 김미숙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미숙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양희열: 저는 송경동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성기업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송경동: 정권 차원에서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만들어 유성기업 노조를 깨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수십 명이 다치고 구속되었는데도 끝까지 조합원들의 단결한 힘으로 민주노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엄청난 심적 부담을 겪으면서도 심야노동 철폐 등 기본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게 존경스럽습니다. 기획했던 희망 버스가 예정대로 운영되지 못했을 때는 죄송했습니다. 어디에서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자: 다른 작가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셨나요?
앙꼬: 저는 너무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려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줘야 하니 만화를 쉽게 그려서 많은 분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남준: 전북 고속 같은 경우에는 해고자셨던 김용진 씨께서 대법원까지 가서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기셔서 복직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2분이 계속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승복을 안 하고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아마 승리를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연정: 기륭 조합원분들을 만난 건 2005년에 다른 짧은 글을 쓰기 위해서였어요. 그러다가 10년을 지켜보게 됐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그분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분 한 분마다 투쟁한 이유와 복직에 대한 의미가 다 다르시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다 가까이 만나 알게 되고 오늘 이 자리에도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규석: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금속노조에 대한 파괴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죠. 그들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현장을 담은 책임에도 북토크는 끝까지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세상을 노동이 평등한 곳으로 물들이고 싶어서 만들어졌다는 프로젝트팀, ‘노래로 물들다’의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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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을 잇다 2최규석 등저 | 한겨레출판
고립된 섬처럼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는 곳들을 서로 잇고 응원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섬과 섬을 잇다(이하 ‘섬섬’)]의 두 번째 책.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싸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현장들을 만화와 르포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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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아(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