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에서 썸이 되기까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랑은 예고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 게다가 사랑이란 참 신기하고 오묘해서,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누군가를 다르게 보이게 하고, 좋아해버리게 만들고, 연인이 되게 만든다. 티격태격 하면서 으르렁대던 ‘쌈’을 두근두근 설레고 가슴 뛰는 ‘썸’으로 변하게 만든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바로 그 신기하고 오묘한 ‘사랑’을 유쾌하고 진솔하게 그려낸다.
작가를 꿈꾸며 지방에서 상경한 정은과 자신만의 꿈을 위해 독립을 선언한 경민. 청춘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의욕 넘치는 두 사람은 집주인의 계약 실수로 인해 한 옥탑방으로 동시에 이사를 오게 된다. 하루 먼저 이사 온 정은과 하루 먼저 계약을 한 경민은 서로가 집주인이라고 우기면서 유치한 싸움을 하게 되고, 싸움 끝에 결국 동거를 결정한다. 두 사람은 화장실 사용시간, 쓰레기 당번, 활동 범위 등 완벽한 규칙을 정해 놓고, 아슬아슬 위태로운 동거를 시작한다. 만나면 으르렁 대고 티격태격 하던 두 사람이, 좁디 좁은 옥탑방 안에 함께 지내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미묘하게 변화한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것
<옥탑방 고양이>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3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주연 배우였던 김래원과 정다빈은 스타로 발 돋움 했다. 소설과 드라마의 장점을 살려 제작된 연극<옥탑방 고양이>이 역시 5년 연속 대학로 연극 예매 1위를 달성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은 곧, 눈에서 가까워지면 마음에서도 가까워 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경민과 정은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밥을 해 먹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숨겨진 상처를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 깊숙한 곳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 나간다.
<옥탑방 고양이>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나간다. 통통 튀는 청춘답게 상큼하고 풋풋한 두 사람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가슴 떨리는 설렘을 전달한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몰라서, 상처받기 두려워서,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라는 수 많은 핑계를 대며 마음을 숨기고 외면한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짧은 이별을 경험하지만, 이내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고 외로웠던 ‘너와 나’에서 완벽한 ‘우리’가 된다. 티격태격 하던 ‘쌈’이 지지부진한 ‘썸’을 거쳐 ‘사랑’으로 되는 그 순간을 아주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옥탑방 고양이>는 단 4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소규모 연극이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모자람 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주인공 경민과 정은 외에 고양이이자 멀티맨으로 등장하는 겨양과 뭉치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뭉치과 겨양의 관계는 경민과 정은의 관계처럼 설정되어 사랑에 대한 또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 <옥탑방 고양이>는 조금 진부하기도 하고, 급작스럽고 전개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설렘과 재미를 안겨주는 훌륭한 로맨틱 코미디로는 손색이 없다. 옆에 있는 그 사람과 결정적인 2%가 부족할 때,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그 2%를 채워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어느 새 자연스럽게 ‘우리’가 되어 있는 ‘너와 나’를 발견할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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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