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야의 앨범이 제공하는 성스러운 휴양
'듣기만 해도 성스러워지는' 엔야의 곡조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글ㆍ사진 이즘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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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겨울 스페셜 앨범 < And Winter Came >을 끝으로, 4년의 휴식기 동안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음악에 쓰일 영감을 재충전한 엔야는 국제 밤하늘 협회가 최초로 지정한 국제 밤하늘 보호 섬(Dark Sky Island), 사크(Sark) 섬의 신성한 이야기에 감명받는다.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고, 점등도 제한하며 어두운 밤하늘을 보호하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새 앨범 < Dark Sky Island >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집중력은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제작된 음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앨범엔 단 한 번의 흐트러짐조차 없다. 30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은 고운 목소리와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프로듀서 닉 라이언(Nicky Ryan), 작사가 로마 라이언(Roma Ryan) 부부와의 '케미'는 7년의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매 앨범이 받은 '같은 패턴의 반복이다', '매번 흡사하다.' 등의 반응은 이번 앨범 또한 피해 갈 수 없다. 스스로가 구체화한 독보적인 스타일은 매번 약점이 된다. 히트곡 「Only time」과 흡사한 「So I could find my way」의 작법은 후의 트랙인 「I could never say goodbye」에서도 반복되고 있으며, 「Echoes in rain」은 「Orinoco flow」의 연장이다. 또한 음성을 층층이 쌓아 화음을 구성해가는 오버더빙 기법과 매번 동일한 악기의 구성은 엔야의 음악이 80년대 후반부터 확산된 뉴에이지(자신 스스론 뉴에이지 아티스트라고 칭하진 않지만)의 규정된 틀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또 한 번 신비하다. 빠져들 것 같은 아름다운 황홀경은 < Dark Sky Island >에서도 펼쳐진다. 스타카토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The humming...'과 로마 라이언이 개발한 록시안(Loxian)어로 신비함을 더한 「The Loxian gates」 등 비장함이 느껴지는 트랙들과 고요하고 아늑한 「I could find my way」,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로 곡을 이끄는 「Diamonds on the water」 등 유려한 질감의 트랙들이 앨범을 채운다. 이러한 트랙들을 번갈아 배치하며 음반의 호흡을 연장시키는 전략 또한 뛰어나다.

 

데뷔작 < Enya >부터 확립시켜온 확고한 스타일은 < Dark Sky Island >에서도 되풀이되지만, 이 불가피한 약점은 심미성까진 저해하지 못 했다. 여전히 한계가 보이긴 하지만, 앨범이 제공하는 휴양은 거부할 수 없다. '듣기만 해도 성스러워지는' 엔야의 곡조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2016/01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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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야 #Dark Sky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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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