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에 식탁 문화의 차이를 단번에 꼽으라면, 매일 먹는 주식이 밥이냐 빵이냐 이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에서는 면류도 주식으로 많이 사랑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밥이 주인공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밥의 재료인 쌀의 유형도 같다. 음식문화는 다른 어떤 문화보다도 독자성과 고유성을 지속하려는 보수성을 지니는 만큼 서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한일 문화 원형을 각자 고유의 음식 문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의 현주소는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현재 먹방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요리들을 중심으로 한 트렌드인데, 먹방은 사실 오래 전 일본에서 유행하였던 테마들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불과 5,6년 전만해도 서점가에서 요리 관련 책이 백과사전류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선택조차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애용의 요리책들이 정말로 많다. 특히 맛집을 소개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본격적인 붐은 허영만의 『식객』을 출발로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역시 앞서 일본의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미스터 초밥왕』이나 아기 다다시의 『신의 물방울』 이런 류의 책들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일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맛집 이야기다. 단적인 예로 식당 안내서 <미술랭가이드>는 2008년부터 일본판을 발행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도쿄가 받은 별의 개수가 총 324개(243개업소)로 파리의 125개(92개 업소), 뉴욕의 94개(73개 업소)라고 한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별3개짜리 식당만해도 도쿄가 13개로 파리 9개를 앞서고 있다고 한다. 국내 세프들을 비롯한 식당 주인들은 이러한 일본 음식의 위상을 무척 부러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은 매우 의외적이다. 책 『맛으로 본 일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일본 음식의 정수를 어찌 서양 사람들이 서양 책이 가늠을 하느냐며 미슐랭의 평가에 대해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중에는 미슐랭 평가로 인해 뜨내기 손님이 늘어나면 단골손님에게 오히려 폐가 된다면서 미슐랭 평가를 사양하는 일본 식당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최근 유행하는 음식문화의 양상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겠지만 그 무게감에서 현저한 차이가 느껴진다. 일본은 음식문화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도 현란한 동시에 1백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고집하는 장인들의 소박하고도 투박한 음식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사회이다. 우리에게도 전통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가격과 운영면에서 일반 서민의 접근이 무겁게 느껴져 공존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이로 인해 생명이 짧은 핫 트렌드 중심의 음식 문화가 빠른 속도로 생성하고 곧 소멸하는 반복성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신생의 음식점들은 미디어에서 일시적인 홍보 효과로 어느새 뜨고 또 어느새 지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한일 밥상 문화에서 비슷한 원형을 공유하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아주 급한 성격이 음식문화의 독자성과 지속성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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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본 일본박용민 저 | 헤이북스
다양한 일본 음식의 빛깔과 질감, 맛에 대한 자세한 묘사에 군침이 돌다가도 어느새 지적 호기심을 관장하는 대뇌 전두엽을 자극받아 깊이 있는 문화 평론을 읽는 듯한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는 경험은 《맛으로 본 일본》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이자 장점이라 할 것이다. 이 책의 쓰임이나 목표가 여행이나 맛집의 ‘가이드북’ 형태는 아니지만, 혹여나 찾아가고픈 맛집이 있다면 그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 위치와 주소, 전화번호까지 상세히 실어 실용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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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