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법, 서로 공감하고 있는가?
‘이 사람인가?’를 검증하는 아주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헤어짐에 대한 생각’이다. 헤어짐에 대한 생각, 헤어지는 방식에 대한 생각에서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치 성공 가도를 거침없이 달려갈 때보다 정점에서 내려올 때 그 사람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과도 같다. 헤어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가늠해보라.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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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에 대한 태도에는 근본적으로 한 인간의 철학과 가치관과 성향이 녹아 있다. ‘미래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고 ‘생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책임감과 배려에 대한 태도가 녹아 있기도 하다. 그러니 시시때때로 감지해보라. 이 사람은 어떤 헤어짐을 전제하고 있을까? 나는 또 어떤 전제를 하고 있을까? 헤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교감할 수 있는가? 헤어진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떠한 흔적을 남기게 될까?

 

헤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서로 공감하고 있다면, 헤어짐이 닥쳤을 때 그나마 잘 대응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나마’다. 남녀의 헤어짐은 다른 어떤 헤어짐보다 괴롭고 아프고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남녀는 헤어짐의 방식에 대해서 시시때때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봐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고 질색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방비책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태도 아닐까?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앞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을 같이하겠다고 선택할 때는 어떤 앞날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다. 행복하기만 할 거라고, 독립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재미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안전하게 느끼게 될 거라고, 안정된 삶이 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어떤 현실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전혀 모른다. 누구도 헤어짐을 알고 결합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헤어짐은 때로는 느닷없이, 때로는 속으로 밑둥이 썩어들어가면서, 때로는 서서히 시들어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느닷없는 사별의 헤어짐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언젠가 사별의 헤어짐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헤어짐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더듬어보면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배려해줄 수 있는지, 얼마나 서로를 아껴주는지, 얼마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별의 헤어짐을 상상해본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줄 것이다.

 

결별로 헤어지게 될 때 우리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사람인가?’하고 수많은 질문을 했고 나름대로 이 사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으로 표변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미리 ‘이혼을 한다면, 가장 쿨하게 하고 싶은 이혼의 방식’에 서로 공감해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혼을 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혼 이후의 삶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생이별은 되도록 하지 않으면 좋겠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헤어져 있을 때에는 비록 시간과 공간을 같이하지 못하더라도 스킨십과 말과 지혜와 공동프로젝트의 끈을 놓치지 말자. 무엇보다도 어떤 헤어짐을 두 남녀가 용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자.

 

헤어져야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사람의 존재, 의미, 본질, 상징을 파악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녀관계를 지속하는 데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의 힘듦보 다는 훨씬 더 나을 것이다. 헤어짐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남녀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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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

이 사람은 어떤 헤어짐을 전제하고 있을까?

나는 또 어떤 전제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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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