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와 연극이 만났다 - <대박극장>
8년차쯤 됐을 때 개그콘서트의 김상미 감독님이 ‘축구 한 팀이 11명인데 다 공격수면 그 팀은 망한다. 쇄도우 스트라이커도 필요하다. 패스를 많이 해줘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마음을 바꾼 뒤로는 ‘황해’라는 코너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잘 풀리더라고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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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대학로에서도 주로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구역에 자리한 낯선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낯선 이름의 시네마틱 개극 <대박극장>을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개그와 연극이 더해졌다는 개극 <대박극장>은 개그맨 이광섭, 홍순목 씨가 연출한 것으로, 인기 영화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관객이 채 스무 명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무대에 서는 사람도 그렇지만, 객석에서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요. 게다가 개그공연이라면 관객들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무 명도 되지 않는 관객들과 관객의 절반을 넘는 배우들은 90분의 무대를 웃음으로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홍순목 씨를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 만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공연을 했지만, 관객 수와 공연의 분위기는 별개인 것 같아요. 어제는 역대 가장 적은 열 분이 오셨는데, 저희가 스태프까지 하면 열한 명이거든요. 그런데 반응은 마흔 분 계신 것보다 나았어요.”

 

오늘도 관객 수에 비해 호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관객 수가 바로 눈에 들어올 텐데요. 공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전체적인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그렇죠(웃음). 작년에는 이광섭 씨와 김원효 씨가 <대박포차>라는 연극을 했는데, 연극은 정해진 텍스트가 있어서 ‘관객이 웃든 안 웃든 그 내용을 전달한다’라는 게 있는데, 이번 공연은 개그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까 저희 생각과 실제 반응 사이에 검증이 필요하죠. 이제 검증은 끝난 것 같고, 생각했던 것의 80% 이상은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시네마틱 개극은 어떤 공연인가요?


“연극과 개그를 합쳤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기존의 개그공연은 3~5분 짤막한 콩트 위주로 이뤄지는데, 저희는 영화를 패러디해서 세 작품을 각각 20~25분 정도로 큼지막하게 만들었어요. 중간에는 쇼적인 부분도 있고요. 일반 개그공연을 생각하고 오셨다 무대나 조명,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으니까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TV라는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를 두고 대학로 소극장 무대를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꿈이었어요. 10년 전에 이광섭 씨와 제가 아마추어였을 때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돈 한 푼 못 받고 배고팠지만, 그냥 공연이 좋아서 하던 시절이죠. 그때를 재연해보고 싶었어요.  둘 다 방송도 탔고, 개그맨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고. 지금은 좀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좋더라고요. 천5백 명 앞에서 공연하는 것과 소극장 무대는 달라요. 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눈 마주치며 소통하는 건 정말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소극장 공연을 사랑합니다.”

 

방송에서는 개그만 하면 되는데, 이 극장에서는 연출에서 연기는 물론이고 운영까지 하려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웃음), 정말 연기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대관에서 조명, 디자인, 세트, 배우 관리, 홍보, 연기, 연출까지 다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무대 뒤는 전쟁터예요. 의상전환이 굉장히 많잖아요. 배우들끼리 모든 걸 다 하다 보니까 옷을 거꾸로 입거나 지퍼를 안 잠그고 나오는 건 예사고, 바쁘게 나오다 다 뜯어진 적도 있어요. 그마나 지금은 같이 하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나아졌죠.”

 

손익분기는 넘기셨나요(웃음)?


“아휴, 이제 한 달밖에 안 됐는데요. 지금 대학로가 많이 힘듭니다(웃음).”

 

월요일 빼고 매일 공연에 주말에는 2~3회 공연이던데,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으세요?


“많이 힘들지만 개그맨이나 예능 하는 분들은 하는 것 자체를 즐기니까요. 목 관리는 좀 하지만 힘들어서 죽겠다 싶지는 않아요. 무대 올라와서 관객들 웃는 걸 보면 피로도 풀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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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기본 틀은 있지만 매주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무대에서는 매일 똑같은 걸 하려면 좀 지겨울 것도 같은데요.


“개그 공연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없어요. 상황마다 다른 애드리브가 생기고, 관객 반응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공연을 해도 매너리즘에 빠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희 공연은 패러디 극이라서 언제든지 다른 영화로 바꿀 수 있어요. 지금 코너들도 두 달 정도 지나면 부분적으로 바꿀 계획이에요.”

 

요즘 개그맨 전성시대잖아요. 프로그램 진행에서 연기, 광고까지 안 하는 게 없는데, 그만큼 치열하겠죠?


“아휴, 전쟁터입니다. 공채로 들어온 개그맨 중에서도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개그맨이 훨씬 많아요. 주요 개그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너무 치열해요. 아이디어도 정말 죽기 살기로 짜는 거예요. 그런데 그냥 툭 던졌는데 대박이 나는 게 있는가 하면, 정말 열심히 짰는데 캐스팅이 바뀌거나 반응이 약해서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환경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텐데, 자신만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을까요?


“개그맨들은 일단 ‘관객들이 안 웃으면 내가 못 짠 거다’ 생각하고, 코너가 없어져도 크게 마음 쓰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꿈이 개그맨이었고, 아마추어로 활동할 때는 항상 웃기는 역할을 했는데, 막상 개그맨이 되니까 그런 역할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8년차쯤 됐을 때 개그콘서트의 김상미 감독님이 ‘축구 한 팀이 11명인데 다 공격수면 그 팀은 망한다. 쇄도우 스트라이커도 필요하다. 패스를 많이 해줘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마음을 바꾼 뒤로는 ‘황해’라는 코너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잘 풀리더라고요.”

 

그렇게 쌓인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여기서는 슈터를 하고 계시는군요(웃음).


“그렇죠, 여기서는 빵빵 슛을 넣고 있죠(웃음). 이광섭 씨나 저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남들 받쳐주는 역할을 많이 하는데, 이 무대에서는 저희가 가진 걸 모두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좋아요. 관객들도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또 다른 인정을 받으니까 무대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대박포차>에 이어 <대박극장>인데, 또 다른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나요?


“네, <대박마트>도 있고. 허황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전용관을 세우고 싶어요. 1층 카페, 2~3층 극장, 4층 연습실 이렇게 만들고 싶어요(웃음).”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루셨잖아요. 데뷔 10년차에 꾸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요?


“연기에 관심이 많아요. 2년 정도 대학로에서 정극을 했고, 지금도 ‘청순한 가족’이라는 웹툰 드라마에 조금씩 나가고 있는데,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 쪽에 웃음기 뺀 연기로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개그맨으로서 언제나 건강한 웃음을 드리고 싶고요.”

 

관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원했던 만큼 개극 <대박극장>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이 제3의 배우로 참여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동참하다 보니 처음의 불편했던 마음과는 달리 무대를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었고, 적은 관객 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땀흘려준 배우들의 열정에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내게 되는데요. 개그맨이라는 이름으로 10년을 치열하게 달려온 이광섭 씨와 홍순목 씨의 철학과 노하우가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겠죠?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범죄와의 전쟁’, ‘차이나타운’을 패러디한 개극 <대박극장>은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독특하고 건강한 웃음을 원한다면, 특히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고 싶다면 찾아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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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극 #대박극장 #홍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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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