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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공포로 날릴까? 웃음으로 날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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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연극의 계절이 돌아왔다. 냉방시설 잘 된 공연장은 해마다 인기 피서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등골까지 오싹해지는 공포연극은 한여름이 제철 아니던가. 또한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마치 한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듯 정신없이 웃다 더위까지 날릴 수 있으니, 잘 만들어진 코믹연극이 한여름에도 보양식과 함께 인기인 이유다.

공포로 무더위 날리기

 

평일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조금 벗어난 성대 정문 쪽의 외딴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음침한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니 조그마한 무대가 마련돼 있고, 무대와 전혀 경계가 없는 소박한 객석이 몇 줄 늘어서 있다. 와, 이런 소극장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불안하다. 무대와 객석이 제대로 구분이 안 돼 있다는 것은 언제든 배우들이 객석으로 난입할 수 있다는, 타의적으로 관객이 극에 출연할 수도 있다는 얘긴데. 낯선 공연장과 불편한 객석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바로 암전,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곧이어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앞뒤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외마디. 사람이 놀라면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찾거나 ‘욕’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모두들 알고 보면서도 이렇게 연신 놀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하긴 이런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는 게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공포연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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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흉터>가 공연되고 있는 대학로 동화극장을 찾았다. 확실히 커플 관객이 많다. 공포를 핑계 삼아 확실히 친밀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무대에는 단 세 명의 인물, 대학 동기생인 지은, 재용, 동훈이 등장한다. 여자 한 명에 남자 두 명이 모였으니 자연스레 파생되는 삼각관계, 이어지는 지은이의 의문사. 세 사람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무대는 제한된 공간과 등장인물 속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레 오가는 탄탄한 구성과 튼실한 공포감을 보여준다. 무섭거나 잔인하기만 하면 호불호가 갈릴 터. 연극 <흉터>는 적절히 코믹함을 곁들여 70분 동안 웃다 비명을 지르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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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연극의 계절이 돌아왔다. 냉방시설 잘 된 공연장은 해마다 인기 피서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등골까지 오싹해지는 공포연극은 한여름이 제철 아니던가. 특히 스크린으로 여과되지 않은, 언제든 내 피부에 공포의 실체가 와 닿을 수 있고, 심지어 그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공포연극은 좁은 공간에서 밀도감 높게 전해지는 긴장감에 특히 인기가 많다. 연극 <흉터>를 비롯해 <최면>, <The House>, <두 여자>, <영안실>, <괴담>, <조각> 등이 공연되고 있다. 공포연극의 큰형님이라 할 수 있는 <오래된 아이>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는데, 대박을 예견한 미스터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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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당시 무대 위에 배우 아닌 다른 존재가 계속 서성였다고 한다. 극의 특성상 대부분의 공포연극은 중학생 이상 관람이 가능하고, 다른 소극장보다도 객석이 불편할 수 있다. 다른 공포연극을 봤을 경우 가격을 할인해 주기도 하므로 공포연극 마니아라면 공연 티켓을 버리지 말자. 연극 <괴담>의 경우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심장이 많이 약하다면 스릴러물인 <데스트랩>이나 공포코믹 연극인 <그놈을 잡아라>, <당신이 주인공>으로 선회하자.

 

 

웃음으로 무더위 날리기

 

사실 너무 웃으면 땀이 나지만,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마치 한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듯 정신없이 웃다 더위까지 날릴 수 있으니, 잘 만들어진 코믹연극이 한여름에도 보양식과 함께 인기인 이유다. 반전코미디의 강자는 역시 레이 쿠니. 연극 <라이어>를 만든 극작가다. <라이어>는 국내에서 1998년 초연 이후 18년간 공연되며 총 관객 4백만 명, 누적 공연 횟수 2만8천 회를 넘어선 그야말로 경이적인 연극이다. 연극이 영화처럼 전국 다수의 공연장에서 조조는 물론 낮 무대까지 상연한다. <라이어> 1, 2, 3탄을 비롯해 <오 마이 달링>, <룸 넘버 13>까지 전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그의 수많은 작품은 물론 이후 생겨난 유사 작품들까지 감안하면 레이 쿠니식 코믹 작품은 관객들의 배꼽 강탈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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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이 쿠니 작품을 쭉 보면 기본 포맷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전제는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는 것. 남녀의 이중생활로 시작한 거짓말은 극이 진행되면서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덧씌워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순발력 넘치는 거짓말 퍼레이드라고 할까?

 

하지만 이 퍼레이드가 그야말로 화려하다는 데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극이 중반을 넘어가면 몇 줄기의 거짓말들이 충돌하면서 열심히 쫒아가던 관객들도 결국 포기하고 만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에 또 다른 거짓말로 응수하면서 동일 인물이 한 번에 수십 가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은 ‘레이 쿠니는 천재가 아닐까?’ 그 복잡한 회로 속에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레이 쿠니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희생양’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주인공과 그 사건의 모든 진실과 비밀을 알고 있는 측근. <라이어>에서는 친구 스탠리, <오 마이 달링>에서는 디자이너 유, <룸 넘버 13>에서는 비서 조지가 바로 희생양이다. 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사건에 말려들며 주인공을 돕기 위해 가장 분주히, 그리고 처절하게 뛰어다닌다. 애처롭지만 관객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작품일수록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탄탄한 대본을 자랑하듯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거짓말을 무마하기 위한 능청스러운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해야만 더위를 날릴 정도의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직접적인 ‘개그’를 원한다면 개그맨 이광섭, 홍순목의 ‘대박’ 프로젝트 2탄 <대박극장>이 어떨까? 개그와 연극을 접목한 ‘개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 이 무대는 영화 <광해>, <범죄와의 전쟁>, <차이나타운> 등을 개그로 버무린 패러디 연극이다. 즉각적이고 감각 있는 방송 환경에 익숙한 웃기고 싶은 개그맨들이 웃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를 제대로 풀어줄 것이다. 개그우먼들이 대거 합류하는 코믹컬 <드립걸즈>는 8월 시즌4를 예고하고 있다. 흥행 영화와 드라마 등을 섞은 코너 구성으로, 코너마다 출연진들의 개인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지 않겠는가. 골드팀(안영미, 박나래, 김미려, 최정화), 블루팀(맹승지, 홍윤화, 홍현희, 이은형), 레드팀(허안나, 김영희, 안소미, 박소라) 등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팀별 전혀 다른 애드리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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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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