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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고 유들대는 딸바보 군인, 배우 조형균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조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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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있는 커튼콜. 배우와 관객 모두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기는 커튼콜 때 숙연한 마음으로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지난 6월 25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공연된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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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있는 커튼콜. 배우와 관객 모두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기는 커튼콜 때 숙연한 마음으로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지난 6월 25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공연된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의 모습입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목만 봐서는 판타지나 로맨틱코미디물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한 군인이 함께 탄 포로 수용선이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100일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기발한 발상과 특색 있는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무대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데요. 특히 꾀돌이이자 딸바보인 국군 대위 한영범은 극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배역에는 모두 네 명의 배우가 캐스팅됐는데요. 그 가운데 <살리에르> <사춘기> <난쟁이들> <빈센트 반 고흐> 등 최근 주목받는 작품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조형균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잠을 많이 자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해요. 사실 정말 행복한 거죠. 지금 쉬고 있는 배우들도 많은데, 제가 두 작품을 한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건 배부른 소리잖아요.”

 

두 시간을 꽉 채운 공연, 퇴근길을 기다리는 팬들과의 만남, 그리고 인터뷰까지. 꽤 힘들 텐데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조형균 씨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충분한 수면과 긍정적인 사고’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6월 20일부터, <빈센트 반 고흐>가 6월 6일부터 공연 중인데, 한영범과 반 고흐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 아닌가요? 머리색도 다르잖아요?


“그게 재밌죠. 오히려 비슷한 인물이면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지칠 수도 있는데, 전혀 다르니까 캐릭터를 잡기도 쉽고 왠지 매일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빈센트의 머리색은 탈색과 염색으로 뺀 거고, 영범은 검정 컬러 스프레이를 뿌렸어요. 머리를 거의 과자처럼 딱딱하게 만들어놓고 공연하죠. 흘러내리면 얼굴에 붙는 순간 까만 물이 흐르거든요.”

 

영범과 빈센트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는데, 두 인물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영범은 여신님이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낼 정도로 꾀 많고 얌체 같고, 그러면서도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라서 계속 멤버들 간의 융화와 중재를 주도하는 인물이죠. 빈센트는 뭐랄까... 제가 분장을 빨리하는 편이거든요. 수염을 붙이고 그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냥 반 고흐가 되는 것 같아요.”

 

영범 역을 무척 잘 소화해서인지 내일 무대에서 반 고흐로 변신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됩니다(웃음). 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차가울 땐 차가워요(웃음). 영범은 좀 과하죠. 하지만 저는 밝은 게 좋아요. 주변에서도 다들 저를 밝은 에너지라고 불러요. 제가 <빈센트 반 고흐>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동생 테오 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한테는 좋은 기회였죠. 생각해보면 감사하게도 색깔이 전혀 다른 역할들을 맡아왔어요. 한 가지 걱정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봤던 분이 <빈센트 반 고흐>에서 저를 보면 이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영범을 비롯한 독특한 인물들 덕분에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전쟁, 굉장히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죠.


“맞아요, 저도 제목만 들었을 때는 애니메이션이 원작인가 생각했어요. 오늘 6.25라서 저희 메신저 단체방에도 한국전쟁 당시 사진 등이 올라왔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의 부모님이 전쟁 세대라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관련 사진이나 영화를 봐도 분단의 아픔이 더 와 닿아요. 그때 헤어진 가족들은 서로 얼마나 보고 싶을까...? 이 작품은 모든 연령이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여신님은 누구인지,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무대인 것 같아요.” 

 

지난해에도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영범 역을 맡았는데, 배우 입장에서 같은 작품을 하게 되면 동일한 인물을 하고 싶나요? 아니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요?


“저는 같은 작품을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부담스럽더라고요. 같은 작품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요. 더 나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배우들이 두려워하는 게 많아요. 저는 이번에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영범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아기도 없고, 경험도 없다 보니까 왠지 애 아빠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능청스럽고 유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군인 배역이 6명. 물론 여신님도 있지만 연습 때 남자들만 득실거렸겠어요(웃음).


“저는 익숙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도 그렇고, <사춘기> 때도 그렇고. 그런데 남자들끼리만 하면 재밌어요. 야한 농담도 하고, 스스럼없이 더 빨리 친해지는 것 같아요.” 

 

어쨌든 군인들이 등장하잖아요. 연습할 때 군기반장은 누구였을까요?


“그런 건 없었어요, 형 동생 할 것 없이 다들 배려하고. 보통 작품 따라 가는데, 이 작품은 질서를 잡기보다는 모두 하나가 돼야 하는 작품이라서 다들 재밌게 지냈어요.”

 

인물마다 캐스팅이 여러 명이라서 무대에서 매번 다른 배우를 만날 것 같습니다. 관객들은 모르는 배우들만의 힘든 점은 없을까요?


“연습을 계속 같이 했고, 캐릭터가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매번 서로 다른 배우를 만나도 특별히 실수는 없었어요. 개인적인 어려움은 무대 위가 너무 덥네요. 옷도 덥고, 일단 영범은 퇴장이 없거든요. 드럼통 뒤에 물통이 하나 있는데 암전만 되면 쭉쭉, 그걸로 버티고 있어요. 공연장 내에 에어컨은 가동되지만, 무대와 객석이 개별난방이 아닌 관계로(웃음). 무대 위는 조명도 세고 배우들이 계속 몸을 쓰니까 무척 더워요.” 

 

초반에 이 작품을 통해 자기만의 여신님, 마음속 희망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조형균 씨의 여신님은 누구인가요?


“제 여신님요? 엄마요. 저는 창섭 에피소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다들 고비를 넘기며 살아오잖아요. 지금은 집에서 편안하게 계시지만, 창섭의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과거에 엄마가 고생했던 모습이 생각나는 거예요. 창섭 어머니가 ‘그냥 너 하나만 살면 된다!’고 말하잖아요. 그 말을 할 때마다 엄마 생각이 계속 겹쳐요.”

 

작품에서는 여신님을 통해 남북한 군인들이 적에서 친구로, 그리고 저마다의 새로운 길을 찾게 되잖아요. 조형균 씨는 자기만의 여신님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세요?


“사실 저한테는 이 작품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어요. 배우로 활동하면서 솔직히 좀 하기 싫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뭘 해도 잘 안 되고 안 풀릴 때였는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하면서 연출님도 그렇고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많이 치유가 됐어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던 작품이죠. 저는 앞으로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언젠가는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어제는 100여 년 전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오늘은 60여 년 전 남한 군인으로, 그리고 내일은 배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이래서 배우라는 일은 힘들면서도 멋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형균 씨 말처럼 무한 긍정의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익살스런 한영범 역에 어찌나 어울리는지, 그가 빈센트 반 고흐를 연기하는 모습은 여전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보신 분들은 얘기 좀 해주시죠.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10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됩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배우들의 연기에 까르르 웃다보면 자연스레 분단의 아픔과 저마다의 희망에 대해 되새기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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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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