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사람인가?
우리는 최대한 축복이 될 수 있는 선택, 가능하면 저주로 빠지지 않을 만한 선택을 하고 싶다. 그래서 선택의 기준이 필요하다. ‘왜 이 사람인가?’에 답할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믿을 만한 그 어떤 기준이다. ‘이 사람인가?’ 하는 의문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니만큼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댈 수 있으면 우리의 선택에 대해 덜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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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선택하면서 무엇을 보는가? 어떤 기준이 좋을까? 나는 “바닥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권한다. ‘바닥선(bottom line, 직역하면 바닥선이지만 의역하자면 이것저것 따져봤는데 이게 결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이라는 말도 좋고 ‘최저선’이라는 말도 좋다. 또는 ‘최소 기준’이라고 해도 좋고 ‘근본 가치관’이라 해도 좋다.

 

대체로 사람들은 ‘최상, 최고, 최적’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절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은 ‘최소한의 기본’이다. ‘바닥’이 어디인지 알아야 하고 ‘기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바탕’이 어떤 모양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그 바닥선 아래로 더 떨어지지 않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그 바닥선은 시작하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셋째, 그 바닥선부터는 더 올라갈 일밖에 없다. 넷째,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바닥선만큼은 잘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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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바닥선을 어떻게 체크해봐야 할까? 섹스, 스킨십, 돈, 살림, 말, 지혜, 시간, 공간을 따라가면서 다음의 근본 질문을 던져보자!

 

- 섹스 : 섹스메이트로 즐겁고 소울메이트로 성장할 수 있는가?
- 스킨십 : 너와 나의 마음?정신?영혼의 접속이 이뤄지는가?
- 돈 : 경제파트너로서 성실하며 재산파트너로서 공정한가?
- 살림 : 우리의 공동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까?
- 말 : 우리의 가치관은 서로 공명하는가?
- 지혜 : 너와 나는 서로 거울 역할을 하게 될까?
- 시간 : 우리는 계속 같이 놀고 싶어 할까?
- 공간 :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부대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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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층은 워낙 깊고, 결이 많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측면이 등장할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결에 맞는 사람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질문의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근본 의문들이 깔려 있다. 너의 좋은 점은 무엇이고 나쁜 점은 무엇인가?(성격) 너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능력) 너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가?(기질) 네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성향) 너의 우선순위는 어떤 것인가?(가치관) 너는 어떤 상황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태도) 너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역량) 너와 나의 꿈은 어디에서 만나는가?(소망) 너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감성) 물론 여기에서 ‘너’를 모두 ‘나’로 바꿔볼 수 있음을 독자들은 금방 깨달을 것이다. 우리는 너에게 질문하면서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각기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상대를 까칠하게 들여다보는 질문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점이 있다. 이런 의문을 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본질도 들여다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가치관, 성향, 취향, 소망, 콤플렉스,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 같은 것들이 온전히 드러난다. 성적 취향, 돈에 대한 생각, 일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교육에 대한 생각, 정치에 대한 생각, 집에 대한 생각, 성공에 대한 생각, 과거 경험에 대한 생각 등도 이윽고 드러난다. 결국 이렇게 묻는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대의 성장 여지를 가늠해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장 여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너와 나는 같이 자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갖게 된다. 한 사람의 성장이 다른 사람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근사한 화답인가? 그런 화답을 기대하면서 상대의 바닥선과 자신의 바닥선을 흥미롭게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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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같이 자랄 수 있을까?’       
나의 성장이 너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화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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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