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교토 사람들은 가모가와 강변에 자리를 펼치고 술잔을 부딪친다.
기온에서 마주친 마이코. 그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교토의 예인(藝人)이다.
Day 1 Morning
Central Kyoto Area & Inari
교토 도심과 후시미이나리타이샤
교토역 초행자는 십중팔구 길을 잃는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기차역이자 하루 약 60만 명 이상의 승객이 타고 내리니 그럴 만하다. 역은 플랫폼 번호를 34번까지 사용하는데(참고로 서울역은 14번까지), 여기에 지하철역과 버스 터미널을 더했고, 쇼핑몰과 백화점, 호텔까지 있다. 결과적으로 전통 건축을 지극히 보존하는 교토에서 가장 복잡한 공간이 되었다. 일렬로 설치한 에스컬레이터를 다섯 번 연달아 갈아탄 후 옥상 정원 해피 테라스(Happy Terrace)에 다다르면, 북적거리는 역을 한눈에 내려다보거나 낮게 펼쳐진 도심을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 워크(Sky Walk)를 통과해 걸을 때에는, 1964년 완공 후 아직도 교토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서 있는 교토 타워가 오래된 엽서 속 주인공처럼 보인다.
교토역에서 JR 나라선(Nara Line)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이나리(稻荷)역이다. 여기에서 탑승객의 4분의 3 정도가 내린다. 모두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稻荷大社)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곳은 일본 전역에 흩어진 4만여 개에 달하는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으로, 711년 신라에서 건너온 하타씨(泰氏) 일족이 창건했다고 한다. 이나리 신은 농업과 상업을 관장하며, 여우가 신의 전령으로 활동한다. 그 때문에 경내에서는 잘생긴 여우상을 자주 마주칠 것이다. 웅장한 본당에서 소원을 빌고 나서 ‘센본토리이(千本鳥居)’라고 불리는 주홍색 도리이(鳥居, 신사에 세운 기둥 문)의 행렬을 따라 걸어보자.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2시간은 걸리니 자신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교토 도심으로 설렁설렁 돌아온 뒤 전통 시장 투어에 나서자. 니시키이치바(錦市場)는 400년간 ‘교토의 부엌’을 자처해왔다. 약 400미터 길이의 시장에 130여 개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서 온갖 식자재를 선보인다. 직접 만든 가공식품과 간식, 주전부리가 코와 눈을 자극한다. 그 수많은 먹거리를 무심히 지나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단 하나만 골라 맛보고자 한다면, 당연히 교토의 여름 별미라는 은어구이다.
2006년 문을 연 교토국제만화박물관(Kyoto International Manga Museum)은 개관 당시의 우려와 달리 이제는 인기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약 30만 권의 만화책을 소장했고, 방문객은 그중 5만 권을 열람할 수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의외로 진지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세계 유일의 만화 전문 학부를 둔 교토세이카 대학교가 전시와 학술 연구ㆍ교류까지 운영하는 박물관답다. “처음에는 일본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점차 만화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죠”라고 말하는 홍보 담당자 나카무라 히로코(中村浩子) 씨처럼, 이곳에서 만화는 학문이자 문화 그리고 유희가 된다.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박물관 복도 한쪽에 앉아 데쓰카 오사무의 <불새>부터 2014년 400만 부가 팔린 <원피스> 73권까지 마음 내키는 대로 페이지를 펼쳐보자.
교토역 웹사이트에서 안내도와 노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kyoto-station-building.co.jp
후시미이나리타이샤 JR 이나리역 혹은 게이한(京阪) 사철 후시미이나리역 하차.
24시간 개방, 입장료 무료, inari.jp
니시키이치바 10am~6pm(가게마다 다르다), kyoto-nishiki.or.jp
교토국제만화박물관 입장료 800엔, 주말 만화 워크숍 참가비 1인 500엔부터,
수요일 휴무, 10am~6pm, kyotomm.jp
Souvenir
일본 최고의 히트 만화 중 하나인 <아시타노 조>를 그린 패브릭. 교토국제만화박물관 숍에서 판매. 1,000엔.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서 구할 수 있는 여우 얼굴의 에마. 소원을 적어서 걸어둔다. 500엔.
상단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갖가지 식자재가 모여 있는 니시키이치바.
데쓰카 오사무의 만화 <불새>를 기념하는 설치 작품이 교토국제만화박물관에 걸려 있다.
교토에서 가장 복잡한 건물인 교토역.
후시미이나리타이샤의 여우상과 센본토리이.
Day 1 Afternoon
Nishijin
니시진
교토 북서쪽 니시진(西陣)은 니시진오리(西陣織)라고 불리는 교토 최고급 비단을 만들던 동네다. 지난 수백 년 간 상인과 장인들이 고급 기모노에 쓸 비단을 구입하기 위해 니시진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호기심 많은 젊은이가 오래 된 건물에 들어선 카페와 숍, 게스트하우스 등을 찾는다. 그중 카페 사라사 니시진은 전통 목욕탕을 개조한 독특한 카페 겸 문화 공간이다. 몇 달 후면 타일이 떨어질 듯한 벽체를 배경으로 낡은 소파에 앉아 점심 세트 메뉴를 먹어보자. 잡지를 들춰보거나 온갖 공연과 전시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감상하는 일도 재미있다. 주말 저녁에는 라이브 공연을 열고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2층은 현재 갤러리로 사용 중이다.
카페 사라사 바로 옆에 자리한 가미소에(かみ添, Kamisoe) 공방에서는 일본 전통 종이 공예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방의 주인 가도 고는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교토의 전통 목판화를 5년간 수련한 뒤 가미소에를 열었다고. 목판으로 찍어 문양을 완성한 전통 종이 제품은 섬세하고 은은한 매력을 한껏 풍긴다. 같은 골목에 있는 기이한 진짜 목욕탕 후나오카온센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일본 유형문화재에 지정된 이곳은 100년 넘게 영업해온 대중 목욕탕이다. 탈의실에서부터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다. 스페인 마요르카풍 타일로 벽을 장식했고, 덴구(天狗, 일본 전설에 등장하는 괴물) 나무조각이 천장에 달려 있다. 욕탕 내부에는 히노키탕, 사우나, 노천탕 등 제법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평일 오후 3시가 되면, 반세기 넘게 목욕을 연마한 듯한 노인이 줄 이어 들어온다.
니시진의 조용한 거리 가미시치켄(上七軒)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하나마치(花街, 환락가)다. 다만 한낮의 거리에는 유혹하는 웃음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덥고 한산할 뿐이다. 잠깐잠깐 오래된 과자점과 동네 우체국, 공예품 가게 등을 내비치는 골목은 기타노텐만구로 이어진다. 헤이안 시대의 귀족이자 오늘날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다. 하나마치와 접해 있지만, 찾는 이는 완전히 다르다. 입시철이 되면 일본 전역에서 학부모가 몰려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고, 때때로 학생들이 찾아와 성적을 올려달라는 소박한 희망을 풀어놓는다. 교토의 어느 신사보다 많은 에마(소원을 적어 신사에 걸어두는 나무판)를 보면 희망의 양이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1607년 지은 정교한 본전, 소를 묘사한 25개의 석상, 400여 개의 석등, 1,500여 그루의 매화나무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조했다는 성벽 유적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곳곳에 숨 쉬고 있다. 소 석상의 머리를 만지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속설도 내려온다. 학문의 신에게 기운을 받은 후에는 신사 정문 건너편의 카페 고노하나(古の花, Konohana)에 자리를 잡고 앉자. 희한하게 맛있고 달콤한 빙수가 더위를 식혀준다.
카페 사라사 니시진 차를 포함한 점심 세트 메뉴 940엔, 12pm~11pm, cafe-sarasa.com
가미소에 엽서 등의 문구류 제품 1,000엔부터, 11am~6pm, kamisoe.com
후나오카온센 성인 430엔, 월~토요일 3pm~1am, 일요일 8am~1am, 81-75-441-3735
기타노텐만구 신사 입장 무료, 신사 내 박물관 입장료 300엔, 9am~5pm, kitanotenmangu.or.jp
고노하나 빙수 600엔부터, 화요일 휴무, 9:30am~5pm, 75-461-6687
Souvenir
가미소에의 엽서와 봉투. 전통 방식으로 색을 입혀 자연스러운 문양이 드러난다. 2,000엔
학문의 신을 모시는 기타노텐만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연필. 800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대중탕 후나오카온센의 입구와 탈의실.
고노하나의 달콤한 자몽 빙수.
학문의 신을 모시는 기타노텐만구에서 소원을 비는 학생들.
카페 사라사 니시진에서 먹는 점심 식사.
Day 1 Evening
Minamiiseyacho to Shijo & Sanjo
미나미이세야초에서 시조ㆍ산조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피하지 마세요” “크게 소리 지르거나 당황하지 마세요” “위험해요. 뜨거우니까” 라멘을 먹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다. 자리에 앉자 하얀 종이로 만든 간이 앞치마를 두르고, 팔을 뒤로한 채 주인이자 요리사인 미야자와 마사미치(宮澤雅道)의 안내를 따른다. 그는 친절하게도 한글로 쓴 주의 사항을 차례로 보여주며 안심 시킨다. 여기서는 그의 말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 잘못하다가는 애써 멋을 낸 머리카락을 몽땅 태울 수 있으니까.
미나미이세야초의 라멘 전문점 멘바카이치다이(めん馬鹿一代, Menbakaichidai)는 ‘불타는 라멘’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가게 이름을 풀어보면 ‘라멘에 미친 한 시대’쯤 되겠다. 히로시마 출신으로 라멘 조리 경력 40년의 미야자와는 어떻게 하면 파 라면을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지 6개월간 실험한 끝에 파이어 라멘(Fire Ramen)을 탄생시켰다고.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으로 낸 육수에 면과 파를 듬뿍 넣고 순간적으로 불을 붙여 완성하는 라멘이다. 준비한 라멘에 불을 붙이면, 불과 1초 남짓 강렬한 불꽃이 피어올라 손님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든다. 진한 육수에 구수하고 부드러운 파와 불 맛이 어우러진 맛도 일품. 미야자와와 그의 아들 미야자와 신(宮澤心)은 손발을 척척 맞추며 능숙하게 손님을 응대하고 라멘을 조리한다. 갑자기 가게 문을 통해 바람이 불어서 팔의 털을 태운 일 이외에는 지금까지 화재 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교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가모가와(鴨川)는 낭만을 그득 채워 흘려 보내는 듯하다. 특히 시조와 산조사이, 예부터 유흥가로 유명한 폰토초(先斗町)의 술집과 음식점은 여름밤을 그냥 두지 않는다. 가모가와 쪽으로 유카(床)를 펼쳐놓아 이른 저녁부터 먹고 마시는 손님을 불러모은다. 마치 한국의 휴양지 계곡 주변에 설치한 평상 같은 유카는 에도 시대(1603~1867) 때부터 시작된 교토의 독특한 여름철 유흥 문화다. 그 때문에 교토 사람은 가모가와에 유카를 펼치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고, 유카가 사라지면 가을이 온다고 여긴다. 물론 폰토초의 비싼 술값과 유카 자릿세를 감당해야 그 유흥에 빠져볼 수 있겠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시조와 산조는 시원한 도심 저녁 산책에 꽤 어울리는 지역이다. 가모가와 옆의 좁은 수로 다카세가와를 따라 멋들어진 카페와 레스토랑이 테라스를 열어놓았고, 골목 곳곳을 차지한 이자카야에서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린다. 거리를 걷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난다.
산조 지역에서 유독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자카야 차오차오(チャオチャオ)는 합리적인 가격의 교자 체인점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현지인과 외국 여행자가 뒤섞여 주기적으로 “간바이”를 외친다. 노릇하게 구워 담백한 맛을 내는 교자를 안주 삼아 맥주 1잔으로 여름밤을 달래기에 알맞다.
멘바카이치다이 파이어 라멘 1,150엔, 점심 11:30am~2:30pm, 저녁 6pm~11pm,
예약자를 대상으로 라멘 요리 교실 운영(참가비 9,000엔), fireramen.com
차오차오 돼지고기 교자 8개 320엔, 맥주 399엔부터, 81 75 251 0056
SIDE TRIP
아라시야마
헤이안 시대부터 귀족들은 아라시야마(嵐山, Arashiyama)에 별장을 지어 자연과 교감하고 찬미했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여름과 겨울에는 대나무 숲 치쿠린(竹林)과 바람이 일대를 수놓는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만, 깊은 숲과 굽이굽이 흐르는 호즈가와(保津川)는 그들을 모두 품고도 남는 듯하다. 덴류지(天龍寺, tenryuji. com) 등의 사찰과 오래된 동네를 꼼꼼하게 보고 호즈가와 뱃놀이와 사가노관광철도(saganokanko. co.jp)에 탑승하려면 한나절은 걸린다. 아라시야마까지 1량짜리 란덴(嵐電, randen. keifuku.co.jp)을 타고 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왼쪽부터
시조 다리는 기온과 폰토초를 연결한다.
시조와 산조에서는 이자카야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차오차오에서 교자와 맥주로 마무리하는 밤.
멘바카이치다이의 파이어 라멘에 도전해본다.
위부터
아라시야마의 인력거가 관광객을 태우고 대나무 숲을 가로지른다.
오래된 전차의 외관을 그대로 재현한 란덴 열차.
Day 2 Morning
Higashiyama
히가시야마
아침 식사는 케이스 카페 오기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해결하자. 교토 동쪽의 히가시야마(東山)에 오르기 전 초입에 자리한 이 카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물건은 커피 머신이고 나머지는 최소 환갑은 넘었다. 계산기와 테이블, 탁자, 시계, 우산꽂이 등은 모두 지긋한 골동품이다. 오리지널과 전통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교토 토박이 주인의 소장품이라고 한다. 아침 샌드위치에는 매일 빵집에 직접 주문해 받아오는 부드러운 도에 파스트라미를 듬뿍 넣었다. 1918년 제작한 계산기가 뱉어내는 옛날 스타일의 영수증도 꼭 챙기자.
기요미즈데라 입구는 벌써 장사진이다. 선생님을 따라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는 유치원생 무리부터 살짝 자유롭게 짝을 지어 움직이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 물병과 카메라를 쥐고 천천히 걸어가는 백발의 서양인과 기모노 차림의 중국인 여행자까지. 이런 인파는 기요미즈데라가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쉬지 않고 몰아칠 것이다. 교토가 도읍으로 지정되기 전 778년, 이미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시민들의 신앙심을 이끌어내던 기요미즈데라. 사찰의 이름은 인근에 흐르는 맑은 폭포에서 유래했다. 도리이를 지나 본당의 관음상에게 예를 올리고 기요미즈의 무대에 오르면, 산으로 둘러싸인 교토 전체가 굽어보인다. 교토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본 교토는 매우 평온하다. 물론 가끔 결의에 찬 사람은 410여 개의 노송나무 판자를 깔아 축조한 높이 12미터의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기도 했지만. 이 용감무쌍한 행동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 교토 사람은 아직도 “淸水の舞台から飛び降りる覺悟(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쓴다. 별 탈 없이 무대에서 걸어 내려온 여행자들은 각각 지혜, 연애, 장수를 상징하는 맑은 물줄기로 목을 축인다.
기요미즈데라를 벗어나자마자 46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산넨자카(三年坂)와 17개의 돌계단으로 된 니넨자카(二年坂)를 만날 수 있다. 좁은 오르막길을 따라 전통적 외관의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즐비하고 여행객이 넘쳐나는 교토의 명소다.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소문이 있으나 그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조심해서 계단을 내려오라는 의미일 것이다. 몇백 엔짜리 군것질거리를 사 먹고 수백만 엔짜리 도자기 기요미즈야키를 구경하며 천천히 돌아다녀보자. 산넨자카에서 니넨자카로 접어드는 장소에서는 제법 그럴 듯한 여행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교토에서 메밀 소바로 명성을 쌓은 유키야(有喜屋)는 산넨자카에도 지점을 운영한다. 1929년 영업을 시작한 본점은 폰토초에 자리하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가다 이곳에 들러 말린 청어 1마리를 얹은 냉소바를 주문하자. 번잡한 관광지에서 접하는 그저 그런 음식이 아니다. 아까울 만큼 탱탱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이 괜찮다.
케이스 카페 오기 아침 세트 메뉴 780엔, 9:30am~6pm, caffe-oggi.com
기요미즈데라 입장료 300엔, 6am~6pm(야간 특별 관람 시간은 웹사이트에서 확인), kiyomizudera.or.jp
유키야 청어 소바 세트 1,400엔, 화~일요일 11am~5pm, ukiya.co.jp
Souvenir
교토를 대표하는 과자 야쓰하시(八ツ橋). 반죽과 앙금, 포장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일본 초등학생 가방을 본뜬 기요미즈데라의 안전 기원 부적. 500엔.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니넨자카에서 바라본 히가시야마 풍경.
유키야의 청어 소바.
기요미즈데라를 찾은 순례객에게 징표를 써주고 있다.
기요미즈의 무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축조했다.
Day 2 Afternoon & Evening
Higashiyama to Gion
히가시야마에서 기온으로
고다이지(高台寺)의 다실에서 다나카(田中) 선생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차를 달인다. 흘끗 봐도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선생이 차센으로 말차(抹茶)의 거품을 낼 때, 앞에 놓인 일본 과자 1개를 무턱대고 집어먹다가 실수를 깨닫는다. “처음 과자를 먹을 때는 종이 받침을 밑에 대고 드세요. 그리고 다기는 항상 두 손으로 소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다완(茶碗)에 담긴 말차는 씁쓸한 맛과 찻잎의 향이 난다. 단팥이 든 과자를 미리 먹기 때문에 씁쓸한 맛은 금세 잦아든다. 다도 체험은 교토의 전통 중 극히 일부를 떼어내 잠깐 따라 하는 것이겠으나, 고다이지에 스민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다실의 공기마저 한층 비장하게 바꿔놓는 것 같다. 이 사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정실 부인 기타노만도코로(北の政所)가 1606년 창건했다. 다도 체험을 끝내고 일본에서도 손꼽는 문화재를 살펴보자. 일본 칠공예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 고다이지 마키에(蒔繪)는 절정의 화려함을, 모모야마 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은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늦은 오후로 접어들면, 슬슬 기온(祇園)의 거리로 향하자. 토박이건 뜨내기건 저녁에는 기온을 배회할 터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기온은 교토의 많은 신사를 참배하러 오는 여행자를 상대하며 자리를 잡았다. 최근 교토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연간 약 5,000만 명이니까 기온을 수놓은 무수한 가게의 불이 꺼질 일은 없겠다. 기온에서의 저녁 식사는 교토식 초밥으로 입맛을 돋우자. 기온 야사카진자(八坂神社) 입구 건너편에 위치한 이즈쥬( いづ重)는 1세기를 이어오며 초밥 애호가의 순례지처럼 인정받고 있다.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초에 절인 고등어를 통째로 사용한 사바스시(고등어 초밥)가 이곳의 대표 메뉴. 이즈쥬의 사바스시는 김밥처럼 말아서 내는 보우스시 스타일인데, 고등어와 밥을 잘 맞물리고 다시마를 둘러 마무리했다. 큼지막한 크기의 초밥을 입안에 넣으면 고등어 향이 코까지 자극해버린다. 가마솥에 지은 차진 밥은 간도 적당하고, 씹을수록 사바스시의 깊은 맛이 오래 지속된다.
기온의 밤거리에서 게이코(芸子, 교토에서는 게이샤 대신 게이코라고 한다)나 마이코(舞子, 게이코 견습생)를 만나기란, 기대만큼 쉽지 않다. 기모노를 입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여성은 십중팔구 여행 온 사람들이다. 간혹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 오차야(お茶屋, 게이코와 마이코가 접대하는 가게)가 몰려 있는 기온 하나미코지(花見小路)를 걷다가 진짜 게이코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여 아무일 없어도 실망하기엔 이르다. 어스름한 여름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온의 밤을 음미하기엔 충분하니까.
고다이지 입장료 600엔, 단체 다도 체험 1인 2,000엔부터(여행사를 통해 예약 필요), 9am~5pm, kodaiji.com
이즈쥬 사바스시 2,160엔, 화요일 휴무, 10am~7pm, 81 75 561 0019
Souvenir
교토의 최고급 과자점 가기젠 요시후사(鍵善良房)는 에도 중기 때부터 기온의 명소였다. 교
토의 문인과 예술가의 쉼터였으며 단골 게이코도 자주 찾았다.
국화를 닮은 기쿠지유토(菊壽糖)는 이곳의 대표 설탕과자다. kagizen.co.jp
가운데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출근 준비를 마친 마이코가 집을 나선다.
고등어와 은어를 사용한 이즈쥬의 다양한 초밥.
히가시야마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다.
고다이지의 일본식 정원과 다도 체험.
허태우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편집장이다. 조지영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사진가다.
취재협조 교토 시, 교토 문화 교류 컨벤션 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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