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서울 홍익출판사 마당은 왁자지껄했다. 사람들로 복작거렸고 여름밤 공기를 삼킨 것은 요리 냄새였다. 여기저기 들어선 텐트와 의자, 캠핑 도구들은 또 무엇인고. 출판사 마당은 도심 속 캠핑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지글지글 요리가 만들어지고 하하호호 사람들의 웃음과 담소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이곳은 ‘『재미있고 맛있는 15분 캠핑요리』 작가와 캠핑 만찬 즐기기’.
이 책은 장진영(중앙일보 키즈팀 사진기자) 저자가 캠핑을 다니면서 즐겁게 해먹었던 캠핑 요리들 중 54가지를 엄선했다. 캠핑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가장 적합한 요리를 선별하고 레시피를 건넨 책이다. 캠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저자가 캠핑의 묘미는 요리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내놓은 책이기도 하다.
“멋지게 담겨 있는 한 접시의 결과만이 아닌 야외에서 즐겁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 또한 캠핑의 묘미입니다. 이것저것 비교하며 재료를 구입하고 연인, 친구, 가족과 같이 때로는 나만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8쪽)
저자가 이날 선보였던 캠핑요리 3선은 까수엘라, 스모어, 케사디야. 진짜 15분 만에 만들 수 있는지 시간을 재보겠다는 익살부터 정말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냐며 놀람까지, 요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이 세 가지 캠핑요리를 선택한 이유도 단순했다. 조리과정이 무척 간단하고 단순한데다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마지막으로 재료를 쉽게 준비해서 캠핑 가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가 책에서도 밝힌 캠핑요리의 다섯 가지 원칙과도 통한다.
1. 조리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할 것
2. 한 가지 재료를 여러 요리에 응용할 것
3. 재료는 구하기 쉬운 것으로 선택할 것
4. 미리 재료를 손질하여 캠핑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할 것
5. 최소한의 양념으로 요리할 것
분위기는 캠핑장에 온 것처럼 자유분방했다. 저자가 요리하는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삼삼오오 모여 캠핑요리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팀들도 있었다. 저자의 요리 실연과 강습은 계속 이어졌다.
저자의 캠핑 맞춤형 요리 레시피는 포털사이트에 연재를 했다. 2012년 발을 들였던 캠핑의 세계, 아주 푹 빠졌다. 거의 매주 캠핑을 다녔다. 캠핑이라고 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집보다 텐트 속 침낭에서 더 잘 잔다는 것도 깨달았다. 캠핑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기 시작한 저자, 그리고 캠핑의 8할은 먹는 것으로 구성된다는 것도 발견했다.
“캠핑을 시작하기 전에도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이 책은 내가 캠핑하면서 먹는 것을 추렸는데, 한 끼를 먹더라도 잔반을 남기지 않고 맛있고 유용한 것이 캠핑요리로서 좋더라. 예전에 잡지를 제작할 때도 맛집이나 여행을 좋아했던 것도 있었고 혼자 해먹어도 번거롭지 않고 같이 먹어도 좋은 캠핑요리를 꼽았다.”
요리를 만들면서도 레시피나 설명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쉽게 손댈 수 있는 요리다. 까다롭지도 않다. 캠핑을 가서 뚜껑이 있는 프라이팬을 쓰면 오븐 효과가 난다는 그의 설명은 캠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팁이다. 토핑 재료도 크게 고민할 것이 없단다. ‘스모어’를 만들기 위해 마시멜로를 불에 간단히 익히더니, 그가 곧 이어 꺼낸 비기(?)는 ‘빈츠’다. 빈초의 초콜릿 소스를 익힌 마시멜로에 묻혀서 먹으면 끝!
“스모어(S’more)는 초콜릿과 구운 마시멜로를 비스킷 사이에 넣어 먹는 간식입니다. 모닥불 앞에 앉아 꼬치에 마시멜로를 끼워 즉석에서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72쪽)
■ 스모어 레시피
준비물(2~3인분) : 통밀 비스킷1팩, 초콜릿 약간, 마시멜로 1/2봉지, 꼬치 여러 개
1. 초콜릿을 잘게 으깬다
2. 통밀 비스킷 위에 1의 초콜릿을 올린다
3. 마시멜로를 꼬치에 끼어 살짝 녹을 정도로 굽는다
4. 2의 비스킷 위에 구운 마시멜로를 올리고 또 다른 비스킷으로 눌러 덮는다
저자는 요리를 만들면서도 캠핑 예찬론을 편다. 캠핑이 이미 대중화의 길로 들어선 지금, 그의 예찬론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만하다.
“캠핑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건 없다. 자기 눈높이를 정할 수 있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는 비싼 브랜드의 캠핑 도구나 용품을 쓰지만 나는 아무 거나 쓴다. 흙바닥에서 자고 밥 먹는 것도 좋고. 캠핑을 하면서 옷이나 밥 등에서 더 자연스러지면서 남들의 시선에도 초연해지더라. 성격이 좋아지고 미운 게 많이 사라졌다(웃음). 회사에서 머리 아프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러세요~’라는 태도와 자세를 갖게 됐다. 내 캠핑 스타일이 오토캠핑이 아닌 오지캠핑이나 백패킹인데, 일상에서도 그런 자세가 스며들었다. 캠핑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지고 좋아졌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캠핑요리를 둘러싸고 캠핑과 삶에 대한 두런두런 이야기를 풀다보니 여름밤도 깊어가고 있었다. 캠핑 간다고 하면 고기만 구워 먹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캠핑을 좀 더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길잡이다. 여름날, 캠핑을 떠난다면 이날 저자가 전한 캠핑요리의 핵심을 명심하며 좋겠다.
“캠핑요리는 과하지 않아야 한다. 적당함의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와 함께 캠핑을 가서 먹을 것인가도 중요한데, 남이 먹고 좋아할 것을 만들면 좋다. 물론 혼자 캠핑을 가면 내가 맛있게 먹을 것을 해야 한다. 무엇이 됐든 남기지 않는 것이 캠핑요리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다.”
먹방, 쿡방만 유행이 아니다. 이젠 먹캠, 쿡캠도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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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캠핑요리장진영 글,사진 | 홍익출판사
더 이상 고기만 구워먹는 뻔한 캠핑은 싫다! 한 끼를 차려먹어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먹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초간단 레시피로 누구나 쉽게 최고의 캠핑요리의 달인이 되어보자!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장진영 기자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프로의 수준까지 도달하고야 마는 취미의 달인이다. 그런 그녀가 수년간 캠핑의 매력에 홀딱 빠졌다. 《재미있고 맛있는 15분 캠핑요리》에서는 그녀가 캠핑을 다니면서 즐겁게 해 먹었던 요리들 중 최고의 캠핑 레시피 54가지를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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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