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비밀 중의 비밀은 사랑에 대한 비밀일 것이다. 당신은 사랑에 대해 어떠한 비밀을 안고 있는가? 당신은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 누구도 100퍼센트 솔직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그러나 자신에게는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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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생긴 비밀, 사랑에 얽힌 비밀은 가장 개인적인 비밀이자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런데 사랑 때문에 생긴 비밀은 다른 비밀보다 좀 더 미묘하고 복잡하다. 감추고 싶은 욕구가 드러내고 싶은 욕구보다 강하다. 사랑의 비밀을 깊이 감추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기애와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은 자존심을 높이고 또 자존심을 꺾는다. 사랑 받으면 자존심이 높아지고 사랑에 다치면 자존심이 꺾이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비밀은 차라리 비밀로 간직하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 괜히 드러냈다가 상처를 다시 헤집고 또다시 다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 때문에 마음이 아픈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보자. ‘비밀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은 대체로 별 매력이 없는 사람이기 십상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비밀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신비롭게 만들어주고,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혹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쓴맛, 인생의 깊은 속, 인생의 어두운 면을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의 달콤한 맛만 알고 있는 사람, 항상 밝기만 한 사람, 속물적인 욕구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인간적인 매력이 뚝 떨어진다. 그러니 자신이 감추는 비밀이 있다면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그 비밀이 나의 인간성에 고유의 색깔을 부여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또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그 비밀이란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비밀로 감추려는 자체가 오히려 자신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밀로 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끊임없이 어깨에 짐을 얹으면서 가뜩이나 무거운 인생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안고 있는 비밀이 어떠한 성격인지를 파악하게 되면,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드디어 현실에서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험이고 그 체험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다. 당신은 사랑에 대해 어떠한 비밀을 안고 있는가? 당신은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 누구도 100퍼센트 솔직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그러나 자신에게는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이 있다. 비밀이 없을 리 없다. 누구든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희망, 꿈, 콤플렉스, 성향, 부족함, 결점, 과거 잘못, 사랑 등 그 비밀은 하나같이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비밀이 있다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비밀을 감추는 것으로 인해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알뜰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처자가 있다. 비정규직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더 벌려고 가게 알바를 뛰는 친구였는데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가끔씩 기분 좋게 마주치곤 했는데, 2년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동기동창인데 이혼남이라고 했다. 동창회에서 우연히 마주쳤다가 관계가 발전되었단다. 그 남자는 이 여자가 첫사랑이었다는데, 예전엔 말을 못 꺼냈고 이제 와서야 그 비밀을 고백하더란다. 결혼하고 제주도에 가서 살 거라고 했다. 마치 영화 속 스토리처럼 엎치락뒤치락 흥분 가득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니 어찌나 유쾌했던지 모른다. “그래요, 서로 구원해줘요!” 나는 덕담을 했다. 그렇다. 남자 여자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는 것이다. 바로 이 희망의 한 가닥 때문에 남자 여자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끌리는 것일 게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남녀가 각기 안고 있는 비밀을 같이 열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지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사연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깊이 통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비밀 이야기, 부끄러운 이야기, 감추고 싶던 이야기, 바라던 이야기들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 이 사람이 감춘 비밀은 어떤 것일까? 내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이 비밀을 서로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비밀을 털어놓아서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우리가 같이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비밀은 어떤 것이 될까?


사랑은 로망이지만 사랑하기는 현실이다.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되짚어보라.
비밀을 나누며 우리는 사랑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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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