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여 편의 방대한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고대 인류 문화의 용광로였던 중동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약 천 년의 시간을 통해 집대성된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글ㆍ사진 이경덕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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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여 편의 방대한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고대 인류 문화의 용광로였던 중동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약 천 년의 시간을 통해 집대성된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들어 있는 이야기의 배경은 중동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와 중국까지 폭넓다. 즉 세계의 두 축인 시간과 공간이라는 면에서 매우 방대한 규모를 갖고 있다. 또한 천 년이라는 긴 시간과 과거 세계사의 중심지였던 페르시아, 중국, 인도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9~19세기에 변화를 거듭하며 이야기를 새로 추가하고 빼면서, 다른 말로 하면 이야기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야기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야기가 채택되고, 시대 변화와 같은 여러 사정으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의미 전달이 약화될 때 가차 없이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라비안나이트』가 달리 천일야화라고 불리는 것에서 이야기의 규모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때 천 일은 천 일千日이 아니라 천 일千一이다. 즉 천일야화는 천 일 하고 하루를 더한 천 하루의 밤을 이야기로 채웠다는 뜻이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유래는 8세기의 것인 페르시아의 『천의 이야기』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모두 28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구성은 이솝우화처럼 하나씩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줄거리가 따로 있고 그사이에 이야기를 끼워 넣는 이른바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줄거리는 이렇다.

 

페르시아의 왕 샤리아르가 사냥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왕비가 흑인 노예와 놀아났는데 그것이 왕에게 발각이 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 왕은 그 자리에서 둘을 살해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왕은 그 사건으로 여자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 매일 밤 동침한 여자를 새벽이 오면 살해하곤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런 일이 벌어지자 민심이 흉흉해졌다.


신하들은 왕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때 왕에게 깊은 충성심을 갖고 있던 재상 하나가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기회를 한 번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재상은 자기의 딸인 세헤라자데를 왕의 침실로 보냈다.


왕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재상의 딸인 세헤라자데가 자청해서 왕의 침실로 들어간 것이었다. 세헤라자데는 왕에게 길고 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신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새벽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고 평소대로 여자를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왕은 이야기를 계속 듣기 위해 세헤라자데를 살려두었다.


이야기는 매번 새벽녘이 되면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왕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헤라자데를 살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천 일 하고도 하루 동안 계속되었고, 그사이에 여자를 믿지 못하는 왕의 병은 치유되었다.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되지 않는다. 이야기에 따라서는 지구에서 250만 광년 정도 떨어진 안드로메다까지 들먹일 수 있고, 사후 세계인 저승도 등장시킬 수 있다. 또 인류가 처음 출현한 아득한 고대부터 인공지능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먼 미래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녹아든다. 이것이 이야기가 지닌 힘이다.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한 번도 이야기가 인류에게 홀대받은 적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전하는 방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신화나 동화가 가장 많은 예이고, 예수나 석가모니 등 인류의 많은 스승들이 이야기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의미가 담긴 교훈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에 대해 환상을 품은 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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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에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가장 많은 주제는 인류의 오래되고 가장 큰 관심사인 사랑과 연애이며, 그 외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과 같은 범죄나 종교에 관한 것, 학문이나 지혜에 대한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해도 <신드바드Sindbad의 모험>과 <알라딘과 마술 램프>일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특성을 상징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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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바드는 인도식, 인도풍이라는 뜻으로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바그다드의 상인이다. <신드바드의 모험>은 이슬람 상인들이 인도에서 겪은 신기한 일곱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통해 당시 이슬람 상인들이 전 세계를 항해하면서 교역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여러 문헌을 통해서 그들이 한반도의 신라에도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드바드의 모험>은 모험 이야기의 전형이 되어 많은 이야기에 영감을 주었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 등이 그렇다.


‘알라딘과 마술 램프’는 요정이라는 『아라비안나이트』 특유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요정이나 마신魔神의 등장은 현실을 넘어 초월적인 세계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를 통해 거꾸로 현실 속 인간의 참다운 모습을 일깨워준다.


18세기 초반 『아라비안나이트』는 앙투안 갈랑Antoine Galland이라는 프랑스인에 의해 유럽 사회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도 이때 생겼다. 그 반향은 실로 엄청났다. 중세의 기사 이야기에 머물러 있던 유럽 사회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로 상징되는 엄청난 모험담과 기발하고 신기한 동양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공연되었고, 영화가 발명된 이후에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음악에서도『아라비안나이트』를 소재로 작곡한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v Andrevevich Rimsky 의 <세헤라자데> 등 많은 작품이 탄생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곳은 서양 사람들의 머릿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라비안나이트』를 통해 동양에 대한 이미지를 얻었다. 동양은 황금 궁전처럼 보물이 넘쳐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가득한 풍요롭고 신비로우며 환상적인 곳이었다.


이야기는 늘 과장되게 마련이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며 종종 그렇듯이 취하면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서양 사람들은 『아라비안나이트』를 통해 동양을 접했다. 이렇게 동양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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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아라비안나이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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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kh

2015.06.12

어렸을때부터 만화나 영화로 보며 알게 된 아라비안나이트가 사실 저렇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처음 알게되었네요. 근데 그만큼 재밌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런듯..ㅎㅎ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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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덕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신화》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