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도로 구법 여행을 떠난 현장

『서유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원숭이인 손오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유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629년의 당나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29년은 훗날 삼장법사로 불리게 된 현장이 장안을 몰래 떠난 해이다. 삼장은 불교의 세 구조인 경經·율律·론論에 모두 뛰어난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숭이인 손오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유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629년의 당나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29년은 훗날 삼장법사로 불리게 된 현장이 장안을 몰래 떠난 해이다. 삼장은 불교의 세 구조인 경經ㆍ율律ㆍ론論에 모두 뛰어난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장이 장안을 몰래 빠져나가야 했던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현장은 불교의 여러 개념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사방으로 찾아다니며 물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나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형제들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당 태종이 국내의 여러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돌궐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외부로 나가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현장을 비롯한 구도자들이 종교적인 이유를 밝히며 인도행 허가를 요청하지만 거절 당했다. 이 같은 국가의 결정에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현장만은 의욕을 꺾지 않았다. 현장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장안을 빠져나와야 했던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현장의 나이는 28세였다.

 

편집.jpg

현장
중국 당나라의 승려로 중국 법상종 및 구사종의 시조이다.

태종의 명에 따라 대반야경(大般若經) 등 많은 불전을 번역하였다.

 

현장은 불법을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을 동료로 삼아 홀로 국경을 넘었다. 현장의 가슴을 졸이는 여정은 투루판에 있는 고창국高昌國까지 이어졌다. 고창국의 왕은 현장을 만나고 그의 성품에 큰 감화를 받아 자기의 나라에서 불교를 전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제야 현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자신이 단순한 불교 전파가 아니라 불법을 구하기 위한 구도 여행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돌아올 때 들르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창국을 떠난다.


그 이후 현장은 아시아의 동서를 나누는 톈산산맥을 넘어서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인도에 도착했다. 현장은 인도에서 18년 동안 머물면서 부처의 흔적을 탐방하고 뛰어난 승려를 만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배우고 깨우친다.


645년 현장은 불교의 많은 서책을 가지고 당나라로 돌아왔다. 엄중한 감시 속에 도망치듯 떠났던 현장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다만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했던 고창국에 들르지는 못했다. 이미 국제 상황이 변해 투루판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현장이 장안에 도착하자 황제인 태종은 그를 불러 중국 바깥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현장의 논리적이고 막힘없는 대답에 감탄한 태종은 궁궐에 머물며 자기를 보좌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현장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몰래 국경도 넘을 정도로 구도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현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있음을 밝히고 황제의 부탁을 거절한다. 다만 오랜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을 글로 남기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이다. 이 책은 현장이 중국으로 돌아온 다음해인 646년에 완성한 것으로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졌다. 이 『대당서역기』는 불교의 전파나 교리에 대한 책이 아니라 현장이 경험한 것을 다루고 있는 여행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대당서역기』는 베네치아 상인으로 동방을 여행했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남긴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과 이슬람 지역을 30여 년에 걸쳐 여행하면서 쓴 『이븐 바투타 여행기The Travels of Ibn Battuta』, 신라의 승려였던 혜초慧超가 남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과 함께 세계 4대 기행서로 꼽힌다.


『대당서역기』는 중앙아시아의 140개국에 이르는 나라의 민족, 풍습, 정치, 경제, 종교 등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현장이 모두 이곳을 가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본 곳과 사정을 전해들은 곳을 나누어 기록했다.
『대당서역기』가 중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은 중국 사람들에게 중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를 배경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추천 기사]

- 안친과 기요히메의 어긋난 사랑
- 인문학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다
- <선녀와 나무꾼>에 등장하는 사슴의 의미
- 『B파일』 밤새 안녕하셨나요
- 『1984』감시사회에서 살아가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경덕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신화》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공역) 등이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