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 상수>는 ‘커피프린스 1호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의 작품을 통해 시크하고 스타일리쉬한 매력을 선보였던 김재욱이 출연, 욕망이 들끓는 창작자이면서 욕망이 좌절되고 어딘가 조종당하는 어설픈 남자로 엉뚱한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내가 고백을 하면>, <산타바바라> 같은 감성 드라마를 만들어온 조성규 감독이 에로틱한 판타지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도전, 4개의 에피소드와 1개의 에필로그로 이어진 환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다중우주론의 세계
영화가 상상하고 물리학이 증명하는 환상체험!!
“사물들은 끊임없이 허공을 헤매고 있으며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세계들이 있다.” BC 5C 데모크리토스라는 그리스 자연철학자가 남긴 말이다. ‘복수의 우주론’을 내세운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오늘날의 다중우주론의 모태로 불리울 정도로 선진적이며 혁명적인 연구를 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무수히 많은 우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우주에 분신을 가지고 있다’는 다중우주론은 이렇듯 오랜 세월을 거쳐 인류에게 수많은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왔다.
물리학적 상상력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시공간의 어긋남에 대해,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관통하는 시간과 우주에 대해 상상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탐구로 이어갔다. 소설가 스콧 피츠제랄드는 “과거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갓 지나간 순간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깊은 구렁 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했으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현재가 과거가 될 때 현재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또 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는 무수히 많은 우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우주에 분신을 가지고 있다’는 다중우주론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수많은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왔으며, 이것은 영화라는 매체를 만나 더욱 확장되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공간의 거품, 다중 우주로 확장되는 다차원적 상상력이 바로 영화 <플랑크 상수>의 시작이다. 그러나 영화 <플랑크 상수>는 물리학을 재현한, 물리학에 영감 받은 기존의 SF영화들과는 달리, 상상할 수 없었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우주 공간이나 우주여행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일상을 무대로 상상력을 펼친다. 그 우주는 욕망과 판타지로 출렁이는 무의식의 세계이다. 영화 <플랑크 상수>에 등장하는, 하나의 맥락으로 모으기 불가능해 보이는 다섯개의 에피소드들은 미묘한 접점들로 연결된다.
첫번째 에피소드 ‘1mm’의 주인공은 두번째 에피소드 ’Refill’에서 첫번째 에피소드를 쓰고 있는 작가가 되어 있고, 세번째 에피소드 ‘Seat’로 넘어가면 두번째 에피소드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되어있다. 그리고 세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무대인사를 하러 온 배우가 되어있다. 그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시작되면 스크린 속 영화가 네번째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은 때론 다른 에피소드 안의 모니터 화면 속으로, 영화의 스크린 속으로, 남자가 촬영하는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거품처럼 미끄러져 가고, 마치 펜로즈의 삼각형이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듯 연결되며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플랑크 상수’란 1900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가 흑체복사곡선을 묘사하는 방정식을 구하기 위해 도입한 상수로, 물질입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보증하며, 불연속성과 불확정성을 보이는 양자역학적 미시세계의 본질에 관계하는 중요한 상수이다. 이후 양자역학이 확립되면서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상수가 된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넘어 20세기로 가는 혁명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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