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의 데뷔작 < Arrival >은 여러모로 주의 깊게 들여다 볼 부분이 많은 음반이었다. 무엇보다 데뷔 앨범이라는 기능에 가장 충실했다. 공적을 치하해 보자면 그의 독특한 보컬 톤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 색채에 맞추어 악기 편성 및 편곡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다.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을 활용하여 전작에서 프롬은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을 줄 아는 가수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제 초점은 신보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맞춰진다.
첫 곡 「달밤댄싱」부터 본연의 색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낸다. 현악 오케스트라의 피지카토로 공백을 남긴 반주 위에 프롬의 목소리, 분절된 타악 리듬이 기대감과 주제 제시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특히나 그는 「그해 봄」과 같이 목소리가 없는 연주곡에서도 어떻게 해야 자신의 스타일과 색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는 듯하다. 자기주도적 프로듀싱 역량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신보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전작과의 경계를 뚜렷이 하고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잡은 모습이 보인다. 건반이나 현악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한 < Moonbow >의 모습은 포크의 향이 두드러지던 < Arrival >과는 사뭇 다르다. 본인의 보컬 톤이 너무 강한 나머지 곡들마다의 차별성이 옅어질 것을 우려한 탓일까 조금씩 무리를 하면서까지 수록곡들은 저마다의 인상적인 순간을 남기려 애쓴다. 「찌잉」의 과장된 보컬이나 「후유증 (Feat. 민현 of 뉴이스트)」의 듀엣은 이 점에서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봄맞이 가출」처럼 특색 없는 순간이나 스토리텔링에 외에는 별 매력을 포착할 수 없는 「이만한게 다행」과 같은 옥에 티도 존재한다.
첫 시작의 반응이 좋은 편이었던 덕분에 < Moonbow >에서는 이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악기의 편성을 바꾸고 가사와 보컬 톤을 다듬는 이번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나 프롬의 노래를 식별해낼 수 있게 되었다. 곡들마다 자신만의 각인을 남길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프롬은 그저 그런 평범함의 선을 넘어섰다.
2015/04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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