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김이나 “가인이는 벽 보고 우는 고슴도치, 아이유는…”
아이유부터 조용필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주역들과 함께 작업한 ‘스타 작곡가’ 김이나가 첫 번째 에세이 『김이나의 작사법』을 출간했다. 그녀만의 작사 노하우와 작품들의 감춰진 이야기를 담아낸 이번 책은 작사가 지망생들은 물론, 가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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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가 작사가 지망생들에게


작사가 김이나가 첫 번째 에세이 『김이나의 작사법』 출간을 기념해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9일 오전, 문학동네의 북카페 ‘카페꼼마’에서 이루어진 만남에서 그녀는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그녀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작사가이자, 2015년 저작권료 수입 1위의 작사가로 선정된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음악감상실의 멤버로도 활약 중이다. 작사가로서 김이나가 탄생시킨 많은 작품들은 왜 그토록 많은 대중들이 그녀를 선택했는지 증명해준다.

 

아이유의 「좋은 날」 「잔소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가인의 「피어나」 「파라다이스 로스트」 엑소의 「Lucky」 샤이니의 「Hello」 이효리의 「천하무적 이효리」 빅스의 「다칠 준비가 돼 있어」 등이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아이돌의 댄스 음악 뿐만 아니라 조용필의 「걷고 싶다」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윤상의 「Re: 나에게」 윤하의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박정현의 「서두르지 마요」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 에일리의 「저녁하늘」 등의 노랫말을 썼을 정도로 아우르는 감성의 폭도 넓다.

 

『김이나의 작사법』에서는 그녀가 지금의 궤도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여정과 작사가로서 쌓아온 노하우를 들여다볼 수 있다. 가사 속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 작사가 전문용어, 발음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사가 지망생과 대중음악업계에서 일하길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감성적인 이야기들보다 실용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썼어요. 언젠가 제가 많은 노하우가 쌓였을 때 쓰고 싶었던 책이었고요. 작사가라는 직업이 시류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쓰고 싶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만의 작사법에 대해 썼습니다.”

 

그녀는 작사가 지망생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작사는 문예창작보다는 실용음악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작사가를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쓰는 일과 혼동한 나머지 작사법을 훈련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김이나의 작사법』을 통해서 작사의 기본기를 갖추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작사가는 ‘가수를 위한 스태프’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와 작사가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음악,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야 할 거예요. 작사가는 대중산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이거든요. 정말 작사가가 되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를 가수의 주요 소비자가 누구인지도 고려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작사가에게는 책을 많이 읽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인은 “벽 보고 우는 고슴도치”


또한 『김이나의 작사법』에는 그녀가 함께 작업해왔던 뮤지션들과 소통해온 기록들, 작품의 탄생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숨어있다. ‘사랑노래’를 쓰는 작사가인 만큼 그녀만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다채로운 사랑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 안에 감춰진 것은 대중들의 마음을 훔쳐 온 김이나의 작사 비법이다. 독자들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작업해 온 가수, 작사가, 작곡가들도 ‘기다려왔던 책’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작곡가 김형석은 그녀를 두고 “인간의 마음을 여는 마스터키를 가진 작사가”라고 일컬었고, 가수 윤상은 『김이나의 작사법』을 읽은 후 “나도 새 곡을 쓸 준비가 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해왔다. 김이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서평의 주인공인 아이유는 “김이나 작사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이성적인 어른들 중 가장 감성적”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는 정말 든든한 이야기꾼”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저의 가장 큰 무기라면 가요에 대한 팬심이 죽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조용필 선생님이나 이선희 선생님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뵌 적이 없을 때에도, 혼자서 지켜보면서 상상해 온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쌓여 있다가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항상 예술을 하는 건 가수라고 얘기하는데요. 가사가 나오고 곡이 나와도 가수가 어떻게 표현해 주느냐에 따라서 나머지 부분들이 빛을 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용필 선생님이 부르신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가사가 좋다고 얘기해주는 건, 조용필 선생님을 빼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가사를 쓸 때는 가수의 실제 모습을 많이 생각해요. 그걸 그대로 묘사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받은 인상들을 많이 떠올리는 편이에요.”

 

『김이나의 작사법』에서 저자는 아이유를 “타고난 그릇이 정말 큰 아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가인을 “벽 보고 우는 고슴도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인은 자신이 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는」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감정적 몰입도 때문에 가인이가 눈물을 흘리게 됐는데요. 절대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고 화장실에서 벽을 코앞에 두고 서서 씩씩거리면서 울고 있더라고요. 우는 게 창피하다고요. 가인이는 강하고 싶어 하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랫말을 써오며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는, 앞으로도 여전히 ‘핫한’ 작사가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상업적인 영향력 역시 잃지 않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에게 가요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억을 가장 강력하게 되살리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만약 누군가가 결정적인 순간을 회상할 때 제가 쓴 곡들을 떠올린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 같아요.”

 

『김이나의 작사법』은 작사의 기술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든 창작자들에게 대중의 공감을 얻는 표현법과 영감을 얻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들려준다. 작사가 또는 음악업계에서 일하길 꿈꾸는 이들의 필독 도서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또한 한 번이라도 그녀의 노랫말에 마음이 흔들렸던 사람들은 가사가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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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김이나 저 | 문학동네
『김이나의 작사법―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은 작사가 김이나가 작사가 지망생과 음악업계에서 일하길 꿈꾸는 젊은이들은 물론, 글쓰기와 창작을 지망하는 이들, 그리고 지금껏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들어준 수많은 청자들을 향해 쓴 책이다. ‘좋은 일꾼으로서의 글쓰기,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 10년간 분투한 자신의 생존기’를 각 곡의 작사 테크닉, 그리고 아티스트들과의 작업과정에서 일어난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과 함께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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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