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는 항상 분주히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어요. 밤 과자도 밤을 말려 가루를 넣고 직접 반죽해 짤 주머니에 반죽을 넣어 동글동글 모양을 내 만들어주셨고, 햄버거도 찰싹찰싹 치대 동글 넓적하게 만들어 햄버거 빵에 끼워 만들어주셨죠. 정말 뽀로통 뚝딱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엄마가 요술쟁이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정말 기계적으로 찍어내듯 만들어 낸 전기 오븐 표 카스테라. 혹시 80년대 전기오븐 아세요? 전기밥솥을 딱 반으로 잘라놓은 듯 뚜껑 달린 오븐요. 찾아보니 우주표 전기오븐이라고 돼 있네요. 저희 집에는 초록색 전기오븐을 들여놓은 후로 동네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카스테라를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을 거예요. 빵집 버금가게 오븐에서 동그란 카스테라를 찍어내기 위해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모여 날계란을 흰자, 노른자 분리해 거품기로 거품(머랭) 내기에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계란 비린내에 취해 카스테라는 그냥 줘도 먹지 않을 정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폭신한 카스테라, 그 엄마의 맛, 추억의 맛이 가끔 생각나더라고요. 담백한 카스테라가 아니라, 단 맛이 가미돼 쫀득한 폭식함이 듬뿍 담겨있어 우유에 찍어 먹으면 그만인 엄마의 카스테라가 말이죠.
“서양떡 서른 개를 내왔는데 그 모양이 우리의 박계와 비슷하고 부드럽고 달아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으니 참으로 기이한 맛이었다. 만드는 방법을 묻자 사탕과 계란, 밀가루로 만든다고 했다.” - 기행문 <일암연기>
1712년 정사와 부사, 서장관을 비롯해 대규모 조선 사신단이 북경에 머물면서 맛본 서양 떡이 바로 카스테라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더라고요. 이 추정이 맞는다면 카스테라와의 만남은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요.
카스테라는 스페인 카스티야에서 만들어져 16세기경 나가사키항에 들어온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일본에 전해졌다고 하네요. 최초로 전파된 곳이 나가사키 지방이라 자연스럽게 나가사키 카스테라로 불렸고요. 폭신폭신한 카스테라,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좀 더 쫀쫀한 폭신함이 숨어있어 흔히 먹던 카스테라와는 다른 맛의 묘미를 즐길 수 있어요.
# 나가사키 카스테라
재료: 계란 6개(흰자, 노른자 따로 분리), 설탕 400g(좀 달더라구요. 많이 줄여도 될 듯), 강력분 200g, 꿀 2Ts, 뜨거운 물 4Ts
1. 먼저 뜨거운 물에 꿀을 녹여 저어 놓으세요.
2. 계란 흰자에 설탕을 넣고 블랜더를 강으로 해서 한참을 돌려주세요.
한 10분쯤?
3. 섞어 놓은 꿀물과 풀어놓은 계란 노른자, 체 친 가루류를 넣고 스패츌러로 섞어준 후 유산지 깐 틀에 부어주세요.
4. 탕탕, 두서너 번 내리쳐 공기를 뺀 후 185도에서 45분 구워주세요. 다 된 카스테라는 꿀과 약간의 물을 섞어 윗면을 바르고 뒤집어 식혀주세요.
다 식은 나가사키 카스테라~에요. 가장자리 자르고 단면을 보면~
(칼로 썰 땐 꼭 물에 한 번 적셔 잘라주세요. 단면이 그래야 예뻐요.)
완전 폭신폭신한 나가사키 카스테라입니다.
카스테라는 김밥이나 카레와 비슷한 음식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분량과 재료를 줘도 다 각기 다른 맛이 나는, 그런 음식요. 아마 모든 빵집의 카스테라를 만난다 하더라도 엄마 맛과 똑같은 카스테라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엄마의 카스테라는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나만이 찾을 수 있는 엄마 특유의 향기가 숨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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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요리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잡다한 것에 손을 뻗어가며, 매일매일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 프리랜서 잡가(?)
lyj314
2015.10.02
정원선
2015.01.29
앙ㅋ
2015.01.17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폭신폭신한 질감이라는데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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