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다리하고(가부좌 틀고) 이틀을 방바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노트북만 바라보며 일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는 순간 찌리리리리릿! 복숭아뼈를 관통해 장딴지로 이어지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그 전율을(?) 아시나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코끝을 향해가는 움직임의 절실함을 말이죠. 이불을 덮고 잔뜩 웅크린 채로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정말 싫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아침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정말 나오기 싫죠?
바람에서 제법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 정말 겨울이 금방 찾아올 것 같은 가을과 겨울 사이, 이 시기에는 그래서 더 허기가 지나 봐요. 몸으로 전해지는 노쇠한 기운들, 그리고 겨울로 접어들기 직전 움츠러들기 시작하는 어깨 결림을 보강하기 위해서 말이죠. 먹어도 마셔도 채울 길 없는 허기로 발걸음이 힘겨워지는 시기, 추위가 시작되면 딱 떠오르는 음식이 있죠. 날이 좀 어둑해지고, 밤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그저 보글보글 끓여 먹을 수 있는 뜨겁고 진한 국물과 소주 한 잔이 딱 간절해지잖아요. 이럴 때 전골 한 냄비 어떨까요? 자박자박 끓인 전골은 우러나온 국물도 좋지만 건져 먹을 것도 많은 음식이라 든든하기도 하잖아요.
오늘은 사실 요리라고 말하기엔 좀 민망한, 하지만 비주얼도 굿! 맛도 굿! 밀푀유 나베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많이 보셨죠? 배추와 소고기를 겹겹이 쌓아 전골냄비 가득 꽃잎으로 장식돼 있는 것 같은 밀푀유 나베. 원래 밀푀유는 '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을 갖고 있는 페이스트리죠.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 버터, 소금, 물, 졸인 버터를 섞어 반죽한 다음 밀고, 접기를 반복해 두께 2~2.5㎜로 밀어 펴서 철판에 놓고 포크를 이용하여 구멍 낸 후 1시간 그대로 두었다가 오븐에서 150℃ 로 30분 이상 구워 2, 3겹의 파이 사이사이에 커스터드 크림, 휘핑크림, 잼, 과일 퓌레 등 원하는 재료를 충분히 펴 바르고 표면에 슈거 파우더나 코코아 파우더, 치즈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디저트인데요.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디저트죠. 사실, 페이스트리 종류는 바사삭~ 먹기에는 참 좋지만 만들 때 밀고, 접기를 반복하는 공력이 필요한데요. 페이스트리 밀푀유 대신 정말 만들기 간단하고 맛있는 밀푀유 나베는 누구나 도전해도 그 맛 보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 뜨끈한 밀푀유 나베(2인분)
본 재료: 알배추 8장, 깻잎 24장, 청경채 2-3뿌리, 얇게 저민 소고기, 표고버섯 2개
육수 재료: 양파 1/4개, 대파뿌리 3개, 다시마 10*10 3장, 통후추 1작은 술, 무 3*5 1토막, 소금 약간, 물 한 냄비
1. 일단 육수 재료를 넣고 폭 끓여주세요.
2. 알 배추 위에 깻잎 3장, 청경채 2-3장, 소고기, 다시 알 배추, 깻잎, 청경채, 소고기 순으로 4겹 정도 만들어 주세요.
3. 냄비 깊이에 따라 3등분을 할지, 4등분을 할지 정하시고요. (저는 2인분이라 좀 작고 깊은 냄비여서 3등분 했어요.)
4. 표고버섯은 위에 칼집을 내 모양을 내 주세요.
5. 썰어놓은 재료를 냄비에 예쁘게 둘러 담고 육수를 부은 후 표고버섯을 올리고 끓여주세요.
6. 끓을 때 위에 거품은 제거해주시고, 맛을 보고 적당히 소금이나 국 간장으로 간을 해 주세요.
7. 찍어 먹을 소스로 간장, 참기름, 매실액, 깨를 넣어 만들어 찍어 드시면 됩니다.
TIP. 국수 면을 준비해 육수에 넣어 끓여 드셔도 좋고 단호박, 찬밥, 계란을 준비해 마무리로 죽을 해 드셔도 좋아요.
나는 양손에 겨된장과 바구니를 든 채 한참 동안 본가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건물을 루리코 궁전이라고 부른다. 루리코는 엄마의 이름으로, 넓은 땅에는 본체 외에 엄마가 경영하는 스낵 ‘아무르’와 창고, 밭 등이 흩어져 있다. 여기에는 엄마와 보낸 날들이 밀푀유처럼 몇 겹으로 포개져 있다. - 오가와 이토 『달팽이 식당』 中
달팽이 식당의 주인공이 엄마와 보낸 날들을 표현할 때 쓰인 밀푀유는 왠지 천 겹의 잎사귀란 뜻의 페이스트리 밀푀유보다 뜨끈하면서도 담백한 국물과 함께 건져 먹을 수 있는 전골, 밀푀유 나베가 더 어울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몇 천 겹의 따뜻함이 숨어있는, 그래서 더 온기 넘치는 가을과 겨울 사이, 올가을 낙엽 엔딩은 뜨끈한 밀푀유 나베, 그리고 소주 한 잔으로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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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요리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잡다한 것에 손을 뻗어가며, 매일매일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 프리랜서 잡가(?)
앙ㅋ
2015.02.13
정원선
2015.01.29
하루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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