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젊음에 주어진 특권
평생 한 번뿐인 청춘.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시기니, 지금 자신의 청춘을 사랑하고 그 시간을 즐기자. 언젠가는 그때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글ㆍ사진 권희린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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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늘 뒤처졌다. 대학 입학도 늦었고, 대학 때 반수다 휴학이다 하면서 노느라 졸업도 늦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수 생활을 하느라 취업도 늦었고,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겠다고 큰소리 탕탕 쳤는데 연애 사업에 난항을 겪다 보니 결혼도 늦었다. 자꾸 막다른 길에 들어서자 ‘젊음이 재산’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젊음이 죄’라고 답하며 한없이 바보처럼 행동했다. 부잣집 딸내미들이 졸업과 동시에 잘난 남자에게 취집 가는 것을 보며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얻는 그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했다. 그리고 좋은 학벌과 능력으로 대기업에 척척 입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머리가 나쁘다.’, ‘학벌이 안 좋아서 안 된다.’는 자기 합리화로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좌절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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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그렇게 남들에 비해 느리고 뒤쳐졌다는 불안감에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자주 <나만 위로할 것>을 펼치곤 했다. 눈 내리는 평범한 아이슬란드의 고독한 매력을 담은 감성적인 사진들은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떠나고 싶은 ‘이곳’이 물리적 공간이든, 정신적 공간이든 말이다. 혼자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든든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열렬히 사랑하는 감정도 느끼고, 외로운데 사랑하는 기분이고, 사랑하고 있는데 외롭고…….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따라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스스로를 쓰다듬고 다독이며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를 구할 필요가 있을까.

 

불안, 젊음에 주어진 특권

 

“젊음은 용기라네. 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바로 그것처럼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 김동영, 『만 위로할 것』

 

나는 겉으로는 대범해 보이지만 실은 불안감을 잘 느끼는 소심한 A형이다. 그래서 가끔 초조하고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사는 온실 화원의 할아버지가 김동영 작가에게 해 준 위의 말을 곱씹곤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마냥 부러워하고 동경하다 보면 내 현실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안은 젊음의 특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배부르고 등 따습다는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는 평범한 30대와는 도전의 깊이가 다를 테니. 불안은 성장을 위한 연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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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나의 청춘을 돌이켜 보면 그때는 길이 보이지 않아 매일 고민하고 외로워하며 힘들어했다. 하지만 고통이 끊이지 않을 것 같던 그 청춘도 어느새 지나가고 지금은 오히려 먼지처럼 가벼웠던 당시의 고민들을 그리워한다. 사실 도서관에서 2,000원짜리 라면과 700원짜리 삼각 김밥으로 배를 채우면서 취업 준비를 하던 그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런 상상은 희망을 꿈꾸게 했고 그 희망이 나의 20대에 힘을 줘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러니 많은 청춘들이 지금 자신 앞에 놓인 상황과 싸워 이겨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거나 힘든 현실에 굴복해 생각 없는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조금 멀리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생 한 번뿐인 청춘.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시기니, 지금 자신의 청춘을 사랑하고 그 시간을 즐기자. 언젠가는 그때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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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힘든 직장 생활,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B끕 언어』로 주목 받은 권희린 작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스치는 이런 질문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했던 조언’들을 특유의 유쾌한 말투에 담아 돌직구로 날린다. 내 일기장을 훔쳐본 듯 소름 돋게 공감가는 이야기로 ‘어머, 이건 내 얘기야!’ 하며 감탄하는 사이 고민의 무게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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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애경 저 | 허밍버드
윤하.조용필 곡의 작사가이기도한 이애경의 신작에세이집이기도 한 이 책은 결국 서른이 된다는 건 어떤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게 해 준다. 그 방법을 더듬어 가는 위로의 격려의 글과함께 잔잔하고 따뜻한 사진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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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김동영 저 | 달
'항상 엔진을 켜둘게'와 같은 노래를 작사하기도 하였으며 MBC에서 음악작가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보다 '생선'이라는 이름으로더 많이 불리는 그의 새로운 여행 에세이다. 전작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가 미국에서의 230일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면 이 책은 눈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180일 간의 기록이다.








#청춘 #권희린 #인생독학 #특권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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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1

'항상 엔진을 켜둘게'와 같은 노래를 작사하기도 하였으며 MBC에서 음악작가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보다 '생선'이라는 이름으로더 많이 불리는 그의 새로운 여행 에세이라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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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거

2014.11.05

나이가 청춘은 지났는데...늘 불안하네요 ....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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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dia

2014.11.05

불안이 청춘의 특권이라는 말씀이.. 굉장히 큰 위로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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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린

시트콤 같았던 20대를 치열하게 살아 내며 확실한 꿈을 찾아 지금 여기까지 왔다. 사람과 음악, 여행과 책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즐긴다. 정글 같은 삶에서 로그아웃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일상은 여전히 삽질과 멘붕의 연속이다. 심지어 지금은 육아의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중. 초등학생 때 품었던 ‘여행으로 지구 정복하기의 꿈’을 아직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6년 차 교사. 손가락 끝에 뇌가 있기를 바라며 블로그에 끄적거리기를 즐긴다. 저서로 《도서관 여행》, 《B끕 언어》가 있다. 까칠한 권선생 LIFE blog.naver.com/sk100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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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린

독서 지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온 16년 차 교사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 [어쩌다 독서] 고전 읽기 수업을 시작으로 학생들에게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학생들의 독서 지도를 통해 배운 것들을 나누기 위해 문해력, 청소년 언어생활, 진로 독서와 관련된 강연 및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춘기를 위한 진로 수업』, 『이 욕이 아무렇지 않다고?』, 『사춘기를 위한 문해력 수업』, 『사춘기를 위한 맞춤법 수업』, 『학교 가기 싫은 날』,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 『중학생활 대작전 D -1』 등이 있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늘 일관되게 비루한 실루엣에 단련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숫자에는 놀라지 않는 강한 멘탈을 탑재하고 있다. 전신 거울 앞에서의 내 모습을 즐길 줄도 안다. 호빗족인 나의 아이덴티티는 하이힐이 맡고 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뇌섹남들을 만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뇌섹녀로 업그레이드 중이다(라고 느낀다). 5개의 밴드에 가입해 일상을 쫀쫀하게 만들고, 매일 밤 체크리스트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펌프질 치는 몸속의 아드레날린을 즐긴다. 서재는 안 읽은 책으로 가득 채운다. 괜찮다. 책의 물성이 훨씬 더 좋으니까. 나를 위한 선물로 종종 꽃을 산다. 인생의 ‘단짠쓴’맛 앞에서 1일 1맥으로 품격 있는 삶의 내공을 쌓기도 한다. 부적과 같은 명함을 소중히 여기고, 내 명의의 집은 없어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 통장이 2개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자유를 얻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해진다”고 굳게 믿으며 강연, 집필, 저술 활동을 통해 ‘자유와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고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며, 비판적 사고를 높여 주는 고전 읽기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생기부 고전 필독서 30 외국문학 편』을 집필했다. 학생들이 고전을 통해 과거의 지혜를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의미 있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고전 읽기는 단순히 문학작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시대와 문화는 다르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독자는 그 답을 찾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한다. 특히 외국문학 고전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우리가 사는 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