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머리로 피가 확 쏠리고, 말 그대로 '꼭지가 돌아버릴 것'같을 때가 있다.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녀도 되는 일 하나 없어 맥이 빠지는데 스타킹 줄이 나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진짜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다. 아무리 해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질 때, 마음 안 맞는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킬 때, 참고 참다 어렵게 꺼낸 말에 아이가 확 쏘아붙이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릴 때…. 숱하게 참을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응급 대책이 필요한 응급 상황, 비상대책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다.
'6초의 여유'라는 말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성공한 사람들을 상대로 장기 조사를 했더니 이들은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을 때, 순간의 여유를 통해 감정과 이성을 일치시킨다고 한다. 이 때 6초는 '마법의 타임'으로 인간은 의학적으로 6초면 냉정을 찾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감정이 들끓어 힘들 때, 깊고 깊게 심호흡을 하라고, 그 순간 여유를 가지면, 절대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을 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나는 이럴 때 팝업북을 펼친다. 감정이 직선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분노의 압력이 엄청나게 높아질 때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땐 역시 그림이다. 그것도 책장을 열 때마다 환상적인 세계가 튀어오르는 팝업북, 종이를 당기고 접힌 부분을 펼치면 그림이 나오는 입체 그림책이 최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튀어오르는 그림에 아이처럼 마음을 맡기며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책장을 덮을 때엔 마음이 좀 가라앉아 있다. 효과가 상당히 좋다. 수 십 번을 펼쳐 봐서 다음 페이지에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면서도 언제나 신기하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팝업 북의 대가인 로버트 사부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넥서스)를 넘기며, 책 위로 펼쳐지는 엄청난 디테일의 입체 그림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공중으로 흩어진 카드 아래 서 있는 앨리스 모습을 담은,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은 몇 번이고 접었다 펼쳤다 하면서 본다. 그러면 마음의 색깔도 바뀐다.
요즘 자주는 펼치는 팝업북은 프랑스 출신의 아트디렉터 마리옹 바타유가 만든 입체 팝업북 'ABC3D'(보림) 이다. 회사 책상 책꽂이에 꽂아두고 마음이 좋지 않을 때마다 펼친다. 'ABC3D'는 제목 그대로 책장을 펼치면 A부터 Z까지 알파벳이 3D로 튀어나온다. 누어있던 글자들이 벌떡 일어나고, 접혀 있던 종이가 펼쳐지고, 종이가 휙 돌아서 글자가 되기도 한다. 입체 부분 부분들이 모여 알파벳 한 자를 완성하기도 한다. 알파벳이 등장하는 방법이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넘치는지. 너무 매력적인 북아트이다.
알파벳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게 알파벳을 익힐 수 있는 교육용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때, 반대로 마음을 좀 기운나게 해야 할 때 정말 유용하다. 특히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을 때, 나는 책장을 넘기고 'A B C D…' 라고 소리를 내며 멋지게 튀어오르는 글자들을 본다.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렇게 튀어나오는 글자에 집중해 Z까지 보고 나면, 마음이 스르륵 가라앉는다.
손으로 일러스트의 일부분을 펼쳐서, 숨겨놓은 그림이 나오는 입체북도 좋다. 얼마 전 나온 '나 꽃으로 태어났어'(비룡소)도 요즘 자주 보는 책이다. 꽃이 자신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가를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모든 페이지에는 접혀 있는 꽃들이 들어가 있다. 접힌 종이를 하나 둘 펼치면,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꽃들이 나타난다. 펼칠 때 마다 완성돼 모습을 드러내는 예쁜 꽃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니, 책 내용 대로 꽃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증명하는 순간이다. 마법의 타임이다.
길지 않은 시간, 자신만의 마법의 타임을 갖고 나면, 자잘한 감정들을 툭툭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여유가 생긴다.
바다 이야기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이정주 역 | 보림
인간의 부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의 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바다고 유입되고 있고, 많은 양의 폐수, 산업 폐기물, 기름 등이 대책 없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유해 물질은 바다의 동식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산호초와 같은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염된 바다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위협합니다. 오염된 바다에 서식하는 어패류들의 일부는 우리들의 식탁에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오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바다를 깨끗이 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특히 바다의 오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전 세계적인 노력과 조직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이정주 역 | 보림
숲이 사라져 서식지를 잃은 나무늘보와 다른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이 어떤 피해를 낳게 되는지 잘 보여 주는 동시에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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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앙ㅋ
2014.09.26
눈부신햇살
2014.09.26
재미난 책일듯하네요..
감귤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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