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나는 책
▶ 티핑 포인트
오늘 소리 나는 책에서는 2주간 다뤘던 『티핑 포인트』를 중심으로 해서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를 몇 가지 읽어드릴까 합니다. 제일 먼저 읽어 드릴 부분은 『티핑 포인트』중 ‘약한 고리에 강한 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그 자체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사회학자인 마크 그래노베터의 연구에는 커넥터의 기능에 대한 대단히 좋은 사례가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된 <직장 구하기>라는 1974년의 논문에서 그래노베터는 보스턴 근교 뉴턴 출신인 수 백 명의 전문직 종사자와 기술자의 직장이력을 세부적으로 살피며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에서 56%가 개인적인 연고를 통해, 18.8%가 광고, 스카우트 등의 공식적인 수단을 통해, 그리고 대략 20% 정도가 취직시험을 통해서 직접 직장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직장을 구하는데 개인적인 접촉을 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사실 그다지 놀랄 것이 못된다. 하지만 희한한 점은 개인적인 연고로 직장을 구한 사람들 대다수가 약한 유대관계를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직장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과 접촉했던 사람들 중에서 오직 16.7%만이 좋은 친구처럼 자주 만났다고 대답했다. 55.6%는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간혹 만났고, 28%는 어쩌다 드물게 만났을 뿐이다. 사람들은 친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안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직장을 잡고 있었다. 왜 그럴까?
- 『티핑 포인트』 (말콤 글래드웰/21세기북스) 中에서
에디터 통신
▶ 『가족의 영광』
마법에 걸려 몬스터로 변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비드 사피어의 네 번째 장편 소설
“불행하구나 가족이랑.”
노파가 확고하게 말했다.
“눈치가 번개군요.”
내가 거칠게 대답했다.
“너희도 불행해 모두 다.”
우리 가족의 시선으로 판단하건대, 모두들 현행범으로 잡힌 것처럼 움찔했다.
( 『가족의 영광』, 다비드 시피어)
안녕하세요, 몬스터로 변신한 4인 가족 이야기 『가족의 영광』을 편집한 최유연입니다. 『가족의 영광』은 독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다비드 사피어의 네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다비드 사피어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예측을 불허하는 스토리 전개로 읽는 재미가 넘치는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데요, 『가족의 영광』 역시 4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가족의 영광』의 주인공은 빈쉬만 가족입니다. 한때 인권변호사를 꿈꿨으나 지금은 정리해고 업무에 찌들어 있는 아빠 프랑크, 한때 잘나가는 출판사 편집자였으나 지금은 파리 날리는 작은 서점을 운영 중인 엄마 엠마, 중2병의 온갖 변덕과 사악함을 발산하면서 엄마 속을 박박 긁어대는 딸 페, 머리 좋은 책벌레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겉도는 아들 막스.
뭔가 남의 집 일 같지 않은 가족 구성원인데요, 이처럼 행복이라고는 없이 삐걱거리기만 하던 콩가루 가족이 어느 날 요상한 파티에 초대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서점 운영과 가족의 화합을 위해 기껏 몬스터 변장까지 하고 참석했던 파티에서 대망신을 당하고 돌아오던 길.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에 화가 폭발한 엄마 엠마는 길에서 대성통곡을 합니다. 그때 이상한 노파가 다가오죠. 그리고 마치 벌을 내리듯 마법을 겁니다. 바로 이들 가족을 프랑켄슈타인, 뱀파이어, 미라,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킨 것입니다!
자, 이제 가족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영영 몬스터로 남을지도 모르는 현실 앞에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빈쉬만 가족의 치열하고 찡하고 때로는 코믹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사실, 『가족의 영광』의 엄마 엠마는 마법에 걸리기 전에도 자신의 가족을 ‘몬스터’라고 불렀습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중년의 위기 그리고 사춘기라는 몬스터들이 자신의 가족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간 몬스터’들이 ‘진짜 몬스터’로 변신하고 나서야 진짜 인간,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온기가 짐으로 느껴질 수 있는 더운 여름날, 본격가족판타지활극소설 『가족의 영광』을 읽으며 더위를 날려보시면 어떨까요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빛나는보석
201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