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Sistar) < TOUCH & MOVE >
휘황찬란했던 각자의 솔로 활동의 시너지를 맛 볼 순간이 왔다. 「썸」으로 소유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다른 멤버도 건재하니 슬슬 그 위력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신보의 발매를 위해 솔로 활동의 빛나는 후광이 꼭 필요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섹시함이란 단어를 건강함으로 치환해버릴 만큼 씨스타는 이미 브랜드 파워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앨범의 평가가 꼭 위의 이미지와 비례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반부의 대중성은 무난히 합격점을 얻는다. 정확히는 어정쩡하게 끝나버리는 인트로 「Wow」를 지난 뒤 마주하는 「Touch my body」까지는 말이다. 이후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악화일로를 걷는다. 올해 초 무수히 쏟아져 나온 랩과 보컬 콜라보의 연장선인 「나쁜손 (Naughty hands)」을 지나면 지금까지의 수록곡들을 그대로 재생산해낸 「But I love u」를 만난다. 심지어 「Ok go!」는 이미 투애니원 등의 그룹들이 4~5년에 걸쳐 발표했던 노래를 따라 복제하고 있다.
타이틀 곡 「Touch my body」는 씨스타의 노선을 착실히 따른다. 꾸준히 쌓아왔던 히트곡의 반열에 올라도 큰 이질감이 없다. 하지만 그 아우라는 대여섯 곡의 미니앨범 하나 조차 채울 수 없을 만큼 빈약하다. 몇 가지 대중적인 트렌드와 예전 히트곡의 감상을 섞어 두세 곡을 채워 넣은 뒤 유야무야 서둘러 음반을 마무리 짓는다.
심각한 문제다. 수년에 걸쳐 거대한 걸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허한 몸집만 불린 탓일까, 신보는 정규작과 비정규작 사이의 퀼리티가 여전히 널을 뛰고 있음을 증명한다. 싱글 위주의 시장에서 죽어가는 앨범 단위 작품들의 현주소이다. 차트 1위를 차지한 「Touch my body」와 그 아래로 흔적도 없이 떨어져버린 다른 수록곡들의 거리가 왠지 더 길어 보인다.
2014/07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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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