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꿰매는 일도 번거로운데, 손 바느질로 아이 옷을? 그러나 중독이 되면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바느질이다. 목도리나 장갑 등 작은 소품은 만들어봤지만, 옷을 만드는 일은 상상해보지 못했다면 한 번 아이 옷에 도전해보자. 성인 옷처럼 옷감이 많이 들지도 않고, 품을 적게 들이고도 예쁜 옷을 완성할 수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옷이 쏟아지고 있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보다 귀할 순 없다.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일 뿐 아니라 특별한 추억까지 만들 수 있다.
『내 아이의 옷장』 배효숙 저자는 20년 전,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지 7개월이 될 무렵부터 아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자신의 티셔츠를 잘라 서툰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신생아 옷이었다. 바느질하는 엄마 옆에서 천 조각을 조물락거리며 바느질을 흉내 내고, 스스로 옷감을 골라 옷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던 아들은 어느새 20세 청년이 됐다.
『내 아이의 옷장』 배효숙 저자
“처음 시작은 단순히 아이 옷을 하나 만들기 위함이었지만, 바느질을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빠지는것 같아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여행을 가잖아요. 전 바느질을 하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바느질을 하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을 안하고 오로지 바느질에만 집중하게 되고,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만들지 어느새 설레는 마음이 생기면 마음 속 무거운 돌덩이가 빠져 나가는 것 같거든요.”
배효숙 저자는 국내 최고의 인기 양재 사이트 ‘조이 오브 메이킹(www.jom.pe.kr)’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바느질 마니아다. ‘조이님’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그녀는 고급스러운 색감 매치와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옷과 소품을 선보이며 인터넷 최고의 바느질 선생님으로 이름났다. 2004년 첫 책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 아이옷 DIY』를 출간한 이래, 『누구나 갖고 싶은 패브릭 선물 DIY』, 『누가 만들어도 참 쉬운 옷,소품 DIY』, 『joy of making 배효숙의 리넨 거즈 DIY』 등을 펴냈고, 5년 만에 출간된 『내 아이의 옷장』에서는 카페 회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은 ‘아이 옷 20가지 아이템’을 소개했다.
“『내 아이의 옷장』은 10년동안 네 권의 책을 만들면서 아쉬웠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모델의 사이즈와 실제 착용의상의 사이즈를 기입한다거나, 90~130사이즈까지 전 사이즈 실물 옷본을 수록한다거나 하는, 독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지금은 작업실이 있어서 집에는 재봉틀이 없는데, 어떤 날은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바느질이 너무 하고 싶어서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던 적도 있어요(웃음). 그만큼 바느질이 좋아요. 아마 80대가 되어도 오늘은 어떤걸 만들까 설레어 하고 있지 싶어요.”
『내 아이의 옷장』은 난이도에 따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스커트와 티셔츠부터 고급 브랜드 아동복 부럽지 않은 원피스와 코트까지, 4계절 아이템을 고루 소개했다. 특히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풍 디자인의 옷들만 모아 고급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배효숙 저자가 ‘바느질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아이템은 발레리나 샤 스커트와 멜빵팬츠.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입고 싶어하는 ‘샤 스커트’는 보기보다 만들기가 수월한 아이템이다. 흔하지 않은 색상으로 만들어 선물하면 누구나 기뻐할 아이템이기도 하다. 멜빵팬츠는 원단만 달리해서 여러 벌 만들어 두면 옷 걱정이 없다. 남자아이들 옷은 특별한 디자인이 없기 때문에 원단 선택에 따라 캐쥬얼, 정장스타일로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바느질은 꼼꼼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바느질을 잘하고 싶다면 우선 다림질과 친해지는 것이 필요해요. 저는 바느질하는 과정 중간중간 다림질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요. 다림질을 꼼꼼하게 하면 옷의 완성도가 달라져요. 그리고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해요. 빨리 만들려는 조급함에 재단을 대충하면 박음질한 걸 계속 뜯는 일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완성품은 너덜너덜해져서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거든요. 처음부터 천천히 하자고 마음 먹고 바느질을 하면 바느질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요.”
재료를 구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계획적으로 원단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어떤 옷, 어떤 소품을 만들지 정한 다음에 그에 맞는 원단과 재료를 구입하는 게 좋다. 무턱대고 예쁜 원단에 혹 해서 재료를 먼저 구입하게 되면, 정작 원하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원단만 계속 사재기하는 상황이 생긴다.
“무엇이든 처음은 누구나 서툴고 어렵잖아요.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다 보면 시간과 함께 솜씨도 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 중에 바늘에 실 한 번 끼워 보지 않은 친구가 있었어요. 고등학교 가사시간에도 바느질은 다른 친구가 해줬다니까, 진짜 왕초보인 거죠. 그런데 이 친구에게 바느질을 가르쳐보니 바느질이 너무 재미있다고, 자신도 몰랐던 손재주를 알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기억이 있어요. 솜씨가 없다고 믿었던 자신이 알고 보면 엄청난 솜씨의 소유자일지 누가 알겠어요? 일단은 도전해보는 게 중요해요.”
배효숙 저자는 일본도서 『미세스의 스타일(ミセスのスタイルブック) 』을 오랫동안 구독하고 있다. 책에 수록된 옷들은 우리나라의 유행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실제로 만들기는 다소 어렵지만, 바느질법이나 패턴 수정법 같은 바느질관련 정보가 매우 다양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매시즌 컬렉션북은 빠지지 않고 구입해서 보고 있고, 『リンネル』, 『FUDGE』, 『Vogue Bambini』 같은 패션북도 꼭 챙겨서 읽는다. 국내에는 양재 관련 도서가 많지 않아 일본 도서에 많이 의지했는데, 덕분에 일본어를 공부하는 취미도 덩달아 생겼다.
“바느질을 해서 좋은 점은 내게 맞는 옷이나 패브릭 소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 자신이 가장 입고 싶은 티셔츠를 만든 것이 그 유명한 포켓티셔츠 라고 하잖아요? 그처럼 내가 입고 싶은 옷인데 기성복으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옷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게 바느질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시원하고 몸에 감기지 않으면서 편한 파자마 팬츠'처럼 바느질하면 한 두 시간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걸 기성복으로 사자면 내 입맛에 딱 맞는걸 찾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럴 땐 바느질하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배효숙 저자는 아이 옷으로 바느질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성인 옷도 만들고 있다. 패션지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스크랩을 해두고, 몇 날 며칠을 끙끙대면서 완성한다. 요즘은 친구들에게 옷을 선물하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몇 해가 지나도록 저자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아이 옷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감동이 찾아오기도 한다.
발레리나 샤 스커트
세상 모든 여자아이들의 로망 중 하나가 샤 스커트다. 흔한 화이트나 핑크톤이 아니라 톤다운된 그레이와 퍼플 컬러의 부드러운 망사를 사용해 이중 스커트를 만들어보자. 허리 부분에는 블랙 컬러의 벨벳 리본을 장식해 로맨틱을 더했다.
원단 - 150cm 폭의 부드러운 회색 망사 1마, 보라색 부드러운 망사 2마(전 사이즈)
부자재- 2.3cm 폭 허리 고무줄, 5cm 폭 벨벳 리본 1마
1. 회색 망사를 재단한 후 양끝을 포개어 허리 고무줄 넣을 창구멍을 제외하고 옆선을 박는다
2. 시접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반 접은 후 허리 고무줄이 들어갈 부분을 박는다
3. 보라색 망사의 양끝을 이어 박은 후 시접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반 접고, 반 접은 면에 주름을 잡는다
4. 2의 회색 망사의 허리 박음선이 가려지도록 3의 보라색 망사를 올려 놓고 빙 둘러 박는다
5. 회색 망사의 허리선 창구멍으로 고무줄을 끼워 넣은 후, 고무줄의 양끝을 이어 받는다. 고무줄의 길이는 ‘허리둘레 X 0.9 2cm’이다
6. 한쪽 허리 옆선에 벨벳 리본을 받아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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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옷장 배효숙 저 | 동아일보사
조회수 500만 건, 누적 방문자수 1백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최고 양재 카페 ‘조이 오브 메이킹’ 운영자 배효숙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새 책.독자들이 정말 원하는 아이옷을 책에 담아내기 위해 카페 내에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해 그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20가지 아이템을 선정하고 옷 한 벌 한 벌마다 완성작과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다. 여기에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처음 아이옷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책만 보고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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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해신
2014.07.31
장고
2014.07.26
마음은 굴뚝입니다만, 저는 엄청난 도전정신으로 시작해 봐야겠네요 ㅎㅎ
또르르
2014.07.25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로망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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