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 델 레이의 독보적인 음악성
오마주나 레퍼런스, 그녀의 캐릭터를 알고 들으면 더 인상적입니다. 홍보 포스터와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던 라나 델 레이의 신보, < Ultraviolence >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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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 Ultraviolence >

 

라나-델-레이

 

노선 변경은 없다. '새 시대의 아티스트'라는 거대한 찬사와 '인디 씬의 변절자'라는 살벌한 비난 모두를 끌어안으며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 후에도, 「Summertime sadness」와 「Young and beautiful」 등의 히트 싱글이 탄생한 후에도 오히려 그 우중충한 색을 더욱 짙게 가져가는 라나 델 레이의 음악 세계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는 현 모습은, 이제 라나 델 레이라는 이름 자체가 팝 시장 중 하나의 선명한 흐름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 Born To Die >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과거에서 가져온 짙은 소리의 안개, 21세기형 '월 오브 사운드'속에 자신을 숨기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가사가 표현하는 어두운 세계관에 대중을 초대한다. 리버브를 잔뜩 먹인 사운드는 이리 저리 떠다니는 전작의 일부에서 드러났던 선명함을 더욱 꼼꼼하게 숨겼다. 'I'm a sad girl, I'm a bad girl'이라 윙윙거리는 목소리로 읊조리는 「Sad girl」은 전체 앨범의 의도를 대변하는 트랙이자 그녀의 음악 세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다.

라나델레이

 

미국 태생 록 아티스트 크리스 아이작(Chris Isaak)의 「Wicked game」을 가져와 신비로운 기타 소리를 첨가한 6분의 「Cruel world」, 1960년대 월 오브 사운드 시절 걸그룹 더 크리스탈스(The Crystals)의 「He hit me」를 연상케 하는 「Shades of cool」 등 복고의 유산을을 적극 활용해 자신의 세계관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누가 봐도 분명히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리더 루 리드(Lou Reed)에 대한 헌사인 「Brooklyn baby」는 그 흐름의 정점이다. 대부분 곡 작업을 함께한 신세대 블루스-사이키델릭 밴드 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의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지만, 전작을 통해 강력하게 다져진 캐릭터, 이미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실험이기도 하다. 확고한 이미지 없는 도전은 도박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제에 대한 도발, 반문화의 대표주자. 이런 거창한 이미지가 사실 라나 델 레이에게 걸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Born To Die >에 쏟아졌던 거대한 찬사 또한 음악 완성도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라나 델 레이 특유의 반문화적 이미지가 더욱 큰 영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 강렬한 캐릭터가 지배적인 아이콘으로서 대중에게 기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지를 통해 < Ultraviolence >라는 작품의 탄생을 가능케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튼튼한 토대 위에 빚어진, 완성도 높은 앨범은 더욱 그녀의 권력을 공고히 만든다. 확고한 이미지의 형성이 확고한 음악으로 이어진다.

 

의문은 남아있지만 < Ultraviolence >를 통해 보이는 영리한 시스템은 좋든 싫든 라나 델 레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녀의 승리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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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 #Ultravio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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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