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콘텐츠 둥 58%를 차지해 영화, 음악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날이 갈수록 한류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아이들의 장난, 중독성 있는 놀이로만 치부되는 게임의 진면목은 발견하기 어려운 걸까?
어린이책 전문출판사 비룡소에서 출간한 교양동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을 발표한 게임회사 넥슨과 비룡소가 함께 기획한 책이다. 동화는 주인공인 초등학생 백용기가 유명한 게임 기획자 이기용과 함께 게임 개발에 도전하면서 시작된다. 게임의 중독성, 악영향만을 부각시킨 그간의 어린이책들과 달리 게임 제작 과정을 중심으로 게임의 여러 가지 측면을 알려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게임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송현 작가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를 집필한 이송현 작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 제5회 마해송 문학상, 제9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됐다. 지은 책으로 장편동화 『슈퍼 아이돌 오두리』, 『아빠가 나타났다!』, 『지구 최강 꽃미남이 되고 싶어』, 『천둥 치던 날(공저)』, 동시집 『호주머니 속 알사탕』, 청소년 소설 『내 청춘, 시속 370km』 등이 있다.
게임 동화 쓰면서 편견을 버리게 됐다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는 게임회사 넥슨과 어린이책 출판사 비룡소가 함께 기획한 동화입니다. 어떻게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나요?
그야말로 우연한 기회였어요. 논픽션은 늘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선뜻 하기에 머뭇거려지거든요. 그런데 게임 이야기라는 거예요. 참고로 저는 게임을 정말, 엄청나게 못하는 아이였는데 (물론, 여전히 게임을 못하는 어른이기도 합니다) 게임하면 이상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게임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들에는 장점과 단점이 다 있잖아요. 이상하게 유독 게임만 나쁜 것, 중독되면 큰일이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게임도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넥슨을 여러 번 방문하여 게임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게임 제작 과정을 관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게임회사라고 해도 처음에는 그냥 일반 회사 분위기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방문해보니, 당황했어요(웃음). 뭐랄까, 회사는 회사인데 너무나 자유로운 분위기였지요.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 하는 분도 있고,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분,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분, 회의하는 데에도 일어서서 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책상 위에 프라모델 같은 장난감을 모은 것을 보고 웃었지요. 저도 작가 그만 두고 게임 회사 취직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점심시간이 아닌데도 배고프면 회사 안의 카페테리아에 가서 간식도 먹고 거기에 앉아서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주인공 용기와 함께 게임 시나리오를 쓴 빡꾸는 「천국 만들기」를 만드는 동안 독서왕이 되었어요. 실제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책이 도움이 되나요?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된다고 봅니다. 게임 회사에서도 기획자, 프로그래머 등등 모든 분들이 책을 많이 읽으세요. 책상에도 다양한 책들이 있더라고요. 게임의 모든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그 캐릭터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겠죠. 그러기 위해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는 책 읽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고 봐요. 게임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다양한 종류의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이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이죠.
게임 만드는 것이 꿈인 용기와, 게임이라면 질색하던 용기의 엄마가 함께 문방구 앞 오락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작가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용기와 엄마가 함께 오락을 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읽는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어요.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을 할 때면 다른 것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여드렸어요. 제일 좋은 방법은 성적을 올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럴 때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아주 긴 편지를 쓰고 이 일을 했을 때 좋은 점에 대해 온갖 자료까지 곁들여서 보여드렸지요. 그러면 “한 번 해 봐.” 라고 허락하시더라고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잠시 잠깐 흥미가 아니라, 내가 그 일에 얼마나 진지한지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초등학생인 용기와 빡구, 중학생인 아령이뿐 아니라 게임 회사에서 만난 이기용 씨, 왕만두 씨, 황금손 씨 모두가 「천국 만들기」를 만드는 동안 저마다 훌쩍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세상에 나쁜 꿈은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꿈은 벽에 기대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라고요.” 하던 용기의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에는 반드시 장, 단점이 있어요. 우리가 꾸는 꿈에도 분명히 100% 좋은 면만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자신이 꾸는 꿈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의지와 행동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용기는 모두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임이, 만들려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요. 게임 중독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요. 물론 책 안에서는 그런 단점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용기와 친구들은 ‘게임일기 쓰기’ 같은 방법을 고안하지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를 읽은 독자들의 리뷰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나요?
“‘게임이라면 무조건 나빠!’ 라던 편견을 조금은 버릴 수 있었다.”라는 리뷰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저 역시, 게임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냐! 라고 생각했던 일인이었어요. 실제로 저는 게임에 관심도 없었고 어린 시절에는 게임을 엄청나게 못했던 아이였지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 이야기를 쓰면서 이것 하나만은 꼭 전달하자, 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한 것이었어요. 대개 사람들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게임 중독' 때문이지요.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을 가만히 보면 다 장단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왜 게임만 단점이 부각되는 것일까? 게임이 살아 있는 존재라면 엄청나게 억울하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편견이란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런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기쁠 것 같아요.
최근에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한동안 ‘게임 중독법’ 등이 논란이 됐을 정도로 게임에 대해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게임에 대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요?
전 게임을 너무 못하는 어린이였어요. 그래서 게임에 큰 흥미가 없었죠. 하지만 제 남동생은 게임에 열광을 하는 친구였죠. 엄마는 매번 동생에게 “너, 그만 못해? 게임하는 것만큼 공부를 해라, 전교 1등을 하겠다.”라고 했죠. 저 역시 게임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동생이 게임을 안 하더라고요. 왜 안 하냐니까 할 만큼 했고 다른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동생은 게임을 할 때, 중독자인 것처럼 보였지만 게임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하고 지금은 호주에서 온종일 영어로만 떠들면서 일하고 있지요. 결국 중독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도 적용된다고 봐요. 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동화 작가에게 가장 무서운 무기는 ‘상상력’
어릴 적 작가님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미취학 아동일 때는 개구리였어요. 수영을 잘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영장류인 제가 양서류로 갑자기 돌변하기는 무리였죠. 수영 선수가 되겠다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어린 마음에도 선수는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훈련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나 봐요. 개구리로 변신하면 훈련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바로 훌륭한 수영 실력을 갖게 되니, 제법 괜찮은 꿈이라고 확신했죠. 저는 욕심이 많았던 탓에 항상 두 가지 꿈을 동시다발적으로 꾸었어요. 예를 들면 전투기 조종사 작가, 화가 작가??? 이런 식이지요. 재밌는 것은 앞부분에 생각했던 것을 메인 꿈(?)이라고 다짐했다는 거예요. 뒤에 늘 변치 않고 '작가'라고 적었던 꿈은 별책 부록 같은 것이었는데, 사춘기 이후의 전 늘 뭔가를 끄적거리면서 혼자 흐뭇해하고 있더라고요. 별책부록이 제 인생의 본문이었던 셈이지요.
그간 장편 동화, 청소년 소설을 펴내셨는데요. 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 소재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라고 하니까 너무 거창하고요, 저는 건강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좋아요. 오늘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은 그 안에서 일어서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삶을 꾸릴 수 있는 용기가 묻어나는 이야기요. 그래도 꼭 꼽아야만 한다면, 청소년 소설의 주제(소재)로 관심 있는 것은 폭력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오늘을 살아가면서 맞부딪힐 수밖에 없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요. 육체적인 것일 수도, 정신적인 것일 수도, 실체가 도통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해결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는,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폭력을 견디며 이겨 내는 젊은 친구들의 건강한 모습을 그리고 싶네요.
동화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나의 상상에 울타리를 치지 맙시다!
나의 디스크는 안녕하신가?
나는 내 이야기의 CEO이자 직원이다!
동화 작가에게 가장 무서운 무기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오늘밤, 나의 엉뚱한 상상은 내일 아침, 기막힌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요. 그런 나의 상상에 '혹시 이런 아이디어가 글이 될 수 있을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다른 사람이 읽어 보고 재미없다고 하지나 않을까?' 등등의 의구심으로 상상력에 울타리를 치는 순간, 기발한 이야기 하나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길 바랍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건강한 디스크는 오래 앉아서 쓸 수 있는 힘입니다. 건강한 체력은 건강한 글을 쓸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아닐까요? 작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신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한없이 빈둥댈 수 있는, 다소 위태로운 일인 것 같아요. 직장인들이 각자 소속된 회사에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듯 나의 글, 나의 이야기라는 회사에서 '나'란 존재는 CEO이자 직원이라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세 가지를 머리, 가슴, 옆구리, 엉덩이, 손끝, 발끝에 붙여 놓고 저 역시 하루하루 끙끙거리며 살고 있지요.
다음 작품 계획이 궁금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재미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내 청춘, 시속 370km』처럼 전통을 소재로 한 청소년 이야기, 하지만 그보다 좀 더 위태롭고 움직임이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헝거 게임』 같은 판타지 작품을 잘 꾸려 보고 싶어요. 그러나 주제, 소재가 어떠하든 읽고 나면 “으랏차차!” 용기 낼 수 있고 보다 기대되는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 열 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 이송현 글/조경규 그림/넥슨 도움및감수 | 비룡소
게임 기업 넥슨과 비룡소가 함께 기획한 동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가 출간되었다. 초등학생 백용기는 같은 건물에 사는 유명한 게임 기획자 이기용과 함께 오랫동안 꿈꿔 왔던 게임 개발에 도전한다.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또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지 알아가는 동안 용기는 점점 게임을 하는 것 이상으로 만드는 것도 즐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용기의 성장과 변화로 인해 용기의 엄마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또한 게임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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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감귤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