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화이트(Jack White) < Lazaretto >
현재 록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는 팀 중 대표는 단연 블랙 키즈(The Black Keys)일 것이다. 배알이 꼬였는지 잭 화이트(Jack White)는 공개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공격했고, 자신의 자녀가 그의 자녀와 엮이길 거부하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유는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가 그저 표절을 일쌈는 얼간이라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사실 본인도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이는 블루스를 근간으로 하는 뮤지션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블랙 키즈의 < Turn Blue >는 < Lazaretto >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공개되었고, 든든한 지지기반의 힘을 얻으며 준수한 차트 성적을 얻어냈다. 각종 음악 전문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경쟁구도가 재미있지 않은가. 음악 관계에 있어 서로 관련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 Lazaretto >가 형편없는 작품이라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가 음악적으로 실패할 리 만무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론적으로 또, 개인적인 평가를 얹자면 이번에는 잭 화이트의 손을 들어주겠다.
선 공개했던 「High ball stepper」는 두 번째 앨범의 전주곡으로 완벽했다. 알싸한 기운의 이 연주곡은 '잭 화이트표'라는 낙관이 짙게 새겨져 있다. 비장한 불규칙의 미학을 간직한 트레몰로의 향연이다. 무엇보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부터 고집해온 고유의 톤, 퍼즈 기타의 화염은 앨범 < Lazaretto >의 정수이자 절대 백미(白眉)다. 록 음악에 수절하고 있는 이에게 「Lazaretto」같은 트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도 같다. 트레이드 마크격인 신경질적인 기타 톤도 잘 살아있다. 암울한 사운드의 키보드, 음산한 소리의 피들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개들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이런 예술 작품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이 곡을 듣고 어떤 혹평을 할 수 있을까. Threewomen」는 유일한 커버다. 마찬가지로 전작의 유일한 커버곡인 리틀 윌리 존(Little Willie John)의 「I'amshakin'」과 같이 '원작 뒤집기'가 돋보인다. 「I'am shakin'」의 주된 테마인 브라스 선율 모두를 퍼즈 톤의 기타로 탈바꿈시켜 곡의 새로운 혼을 심어주었듯, 블라인드 윌리 맥텔(Blind Willie McTell)의 블루스 기타를 그대로 들어냈다. 기타는 있지만 더욱 돋보이는 사운드는 간간이 깔리는 페달 스틸과 악곡 전체 리듬을 책임지는 건반과 드러밍이다.
그가 록계의 엘튼 존(Elton John)이라 불리는 이유는 「All in my home」같은 트랙을 다룰 줄 알기 때문이다. 컨트리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에게 있어 「Entitlement」는 음악 노선에서 중요한 선택이다. 잔향이 짙은 스틸 기타에 경쾌한 건반 선율, 만돌린 연주는 완벽한 컨트리 악기 조합이다.
잭 화이트는 훌륭한 컨트리 뮤지션이기도 하다. 표정을 바꾸며 이어지는 「That black bat licorice」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악기 편성으로 음악 토대인 블루스와 개러지는 물론 로커빌리와 컨트리, 그리고 소울이라는 장르의 방벽을 넘나들며 '틀 깨기'와 '파괴와 재창조'를 몸소 실현한다.
플레이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되고 쉼 없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리듬과 그루브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줄 안다. 수많은 이합집산적인 음악 요소를 한 공간에 배열해놓은 록 과학자의 능력에 감탄과 탄복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 Lazaretto >는 앨범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과거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라콘터즈(The Raconteurs),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를 상기한다면 더 대단하다. '잭 화이트'라는 음악가로 한 가지 궤를 잇는 이 수많은 음악 모두가 < Lazaretto >를 통해 한데 눌러 담겼다.
「Lazaretto」의 리듬과 메인 리프는 사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Chameleon」과 유사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블랙 키즈가 표절에 관련해 자주 입방아에 오르긴 하지만, 표절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레퍼런스(reference)나 오마쥬 (hommage)로 받아들일지는 당사자들끼리의 문제 아니던가. 물론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라고 서로 싸우고 욕할 수도 있다. 아티스트간의 다툼은 근본적으로 각자의 예술 영역을 침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면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저 좋으면 그만이다. 현역 최고의 예술가답게 결과물로 답을 내렸다. 지금 보고 들리는 그대로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잭 화이트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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