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인간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시선
누군가는 이 책이 “겸손”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인간에 대한 신랄한 관점에 분노하며 성급하게 책을 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저자가 던져 준 성찰의 지점들을 다시금 곱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존 그레이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유의 지평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꼭 만나 봐야 할 저자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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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비교해서 인간을 규정하는 말들 참 많죠.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덴스 등등… 이런 용어들 거의 다가 다른 동물보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데요, 반대로 부정적인 의미에서 인간을 규정하는 조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존 그레이라는 영국 정치철학 교수가 만든 ‘호모 라피엔스’도 그런 말인데요 ‘약탈하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으로 인류 역사에 남긴 온갖 기만들을 철저히 반휴머니즘적 시각에서 고발하고 있는 이 책, 오늘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존 그레이. 휴머니즘에 칼날을 들이대다

1) 책 소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 의 작가이자 방대한 철학적 문제제기를 짧은 문장 안에 밀도 있게 담아 내는 것으로 유명한 존 그레이의 신작. 이번 책에서도 철학과 과학, 종교 경전과 문학 작품을 종횡 무진하는 가운데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과 J. G. 발라드의 묵시론적 세계관, 그리고 장자의 ‘나비의 꿈’ 등에서 얻은 영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인 ‘지푸라기 개 Straw Dags’는 고대 중국인들이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희생물이다. 이 개는 제사가 끝날 때까지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지만 제사가 끝나면 내팽개쳐졌다. 존 그레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를 자정하지 않으면 가이아가 자정 능력으로 인간을 ‘지푸라기 개’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저자는 반휴머니즘의 편에서 인간을 성찰한다. 인간은 ‘하찮은 호모 라피엔스(homo rapiens, 약탈하는 자)’일 뿐이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인간과 세계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자는 것이다.


2) 저자 : 존 그레이

옥스퍼드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하버드와 예일 등에서 방문 교수를 지내다 2008년까지 런던 정경 대학(LSE) 유럽 사상 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가디언》과 《뉴 스테이츠먼》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구 계몽주의는 끝나지 않은 기획이며, 그 본질은 ‘구원’이라는 기독교적 관념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나치즘과 공산주의, 전 지구적 자본주의, 테러와의 전쟁 등, 세상을 전체화하려는 모든 기획에 일관된 칼날을 들이댄다. 그의 글은 숨 가쁠 정도로 집요하고 예리하지만 한편으로 광활한 사색의 가능성을 펼쳐 보여 준다. 반反휴머니즘 사상을 집약한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Straw Dogs』, 유토피아 정치 기획을 비판한 『추악한 동맹 Black Mass』, 주술적 과학의 허상을 꼬집은 『불멸화위원회 The Immortalization Commission』 에 이어, 이 책에서는 인간 행위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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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6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속죄』 이언 매큐언



감수성이 풍부하고, 비밀을 사랑하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을 온전한 진실이라고 믿고 행동했다가 한쌍의 젊은 연인을 파멸로 몰아가는 이야기 『속죄』 이언 매큐언의 이 작품은 치밀한 구성,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작가의 작품들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시간에서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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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 호모 라피엔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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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7.11

숨 가쁠 정도로 집요하고 예리하지만 한편으로 광활한 사색의 가능성을 펼쳐 보여 준다니 통찰력을 두루 갖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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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