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베품을 배워야 하는 아이에게, 『돌멩이국』
이 책은 맛나게 끓은 돌멩이국을 함께 먹으며 서로 본 척 만 척 살던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 잠갔던 문을 열고 낯선 나그네들에게 포근한 잠자리를 대접했다는 이야기이다. 뜨끈한 돌멩이국을 한 대접 먹은 듯 몸까지 뜨끈해지는 이 그림책은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미국 작가 존 무스가 중국을 배경으로 다시 쓰고 그리고, 번역본은 동화작가 이현주 목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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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녀오는 아이를 맞으며 가방을 들어주던 할아버지가 묻는다.
“오늘은 뭘 배웠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한다.
“응…우리 선생님이 화장지 쓸 때 딱 세 칸만 써야 한대. 할아버지도 그렇게 해야 돼.”
굉장한 걸 배워 오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깟 화장지 쓰는 법이라니… 기대에 못 미치는 대답에 할아버지는 아비 어미가 아이를 시시한 데 보내고 있나 싶어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 말씀이 틀림 없다는 얼굴로 맞장구쳐준다.
“그러지, 할아버지도 딱 세 칸만 써야겠네.”
지혜로운 어른은 안다. 세상에 나온 지 몇 해 안 되어 날마다 보고 듣는 온갖 것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교육’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귤 한 상자가 선물 들어오자마자 얼른 봉지 봉지 나눠담는 엄마에게 아이가 묻는다.
“뭐하고 있는 거예요?”
“응, 싱싱할 때 얼른 나눠 먹으려고.”
아이가 놀란 얼굴로 엄마를 들여다본다.
“내가 이 귤 다 먹을 거예요. 아무도 주지 마세요.”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으면 배탈 나.”
“왜 내가 다 먹으면 안 돼요, 이렇게 맛있는 걸요?”
아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한사코 귤 상자를 끌어안는다.
아이가 누굴 닮아서 그리 욕심 사나운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나누고 베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미처 경험하지 못한 탓일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어떤 식으로, 교육할 수 있을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이야기이고, 책이다. 그림이 함께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이면 더욱 좋다.
노스님과 사형 스님을 모시고 먼 길 떠난 어린 스님이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나요?’라고 묻자 “어디, 함께 알아보자.”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돌멩이국』 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스님 셋은 마침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마을에 들러 쉬어가기로 한다.
그런 형편이니, 낯선 스님들이 마을에 들어서자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려도 하나같이 기척이 없다. 그러자 가장 나이 많은 스님이 마을 사람들에게 돌멩이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자고 한다.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우고, 걸망에서 꺼낸 냄비에다 샘물을 길어 붓고 끓이는데,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던 꼬마 하나가 묻는다. “뭐 하고 있는 거예요?” (‘뭐하고 있는 거예요?’ 라고 아이가 물을 때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종내에는 ‘나눔’이고 ‘베품’이 되는 것이길!)
꼬마가 주워온 돌멩이를 냄비에 넣고 끓이는 참인데, 냄비가 너무 작다. 아이다운 순진한 열정에 들떠 집으로 달려간 꼬마가 커다란 솥을 굴려 내어가자, 엄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돌멩이국 끓이는 걸 보러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돌멩이와 물만 가득 채운 커다란 솥에 후추며 당근이며 양파를 가져다 넣는다.
맛나게 끓은 돌멩이국을 함께 먹으며 서로 본 척 만 척 살던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 잠갔던 문을 열고 낯선 나그네들에게 포근한 잠자리를 대접했다는 이야기이다. 뜨끈한 돌멩이국을 한 대접 먹은 듯 몸까지 뜨끈해지는 이 그림책은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미국 작가 존 무스가 중국을 배경으로 다시 쓰고 그리고, 번역본은 동화작가 이현주 목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심오한 불교 관념을 담아냈다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들여 그린 맑은 수채 그림이 빚어내는 ‘나눔’ 또는 ‘베품’을 배부르게 즐기기에 좋다.
[관련 기사]
-프로포즈를 앞둔 커플에게 - 『토끼의 결혼식』
-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바람이 멈출 때』
-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뒤, 치유와 위로를 위한 그림책 - 『아모스와 보리스』
-엄마, 언제 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에게 -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오늘은 뭘 배웠니?”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한다.
“응…우리 선생님이 화장지 쓸 때 딱 세 칸만 써야 한대. 할아버지도 그렇게 해야 돼.”
굉장한 걸 배워 오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깟 화장지 쓰는 법이라니… 기대에 못 미치는 대답에 할아버지는 아비 어미가 아이를 시시한 데 보내고 있나 싶어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 말씀이 틀림 없다는 얼굴로 맞장구쳐준다.
“그러지, 할아버지도 딱 세 칸만 써야겠네.”
지혜로운 어른은 안다. 세상에 나온 지 몇 해 안 되어 날마다 보고 듣는 온갖 것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교육’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귤 한 상자가 선물 들어오자마자 얼른 봉지 봉지 나눠담는 엄마에게 아이가 묻는다.
“뭐하고 있는 거예요?”
“응, 싱싱할 때 얼른 나눠 먹으려고.”
아이가 놀란 얼굴로 엄마를 들여다본다.
“내가 이 귤 다 먹을 거예요. 아무도 주지 마세요.”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으면 배탈 나.”
“왜 내가 다 먹으면 안 돼요, 이렇게 맛있는 걸요?”
아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한사코 귤 상자를 끌어안는다.
아이가 누굴 닮아서 그리 욕심 사나운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나누고 베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미처 경험하지 못한 탓일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어떤 식으로, 교육할 수 있을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이야기이고, 책이다. 그림이 함께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이면 더욱 좋다.
노스님과 사형 스님을 모시고 먼 길 떠난 어린 스님이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나요?’라고 묻자 “어디, 함께 알아보자.”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돌멩이국』 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스님 셋은 마침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마을에 들러 쉬어가기로 한다.
저녁 종소리가 울리자 스님들은 멀리 산 아래 마을 지붕 위로 눈길을 돌렸어. 너무 높은 데서 내려다보았기 때문에 그 마을이 얼마나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 가뭄에 홍수에 전쟁까지 겪은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지쳐서 낯선 사람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어. 낯선 사람은커녕 이웃끼리도 서로 의심하며 살게 되었지. | ||
꼬마가 주워온 돌멩이를 냄비에 넣고 끓이는 참인데, 냄비가 너무 작다. 아이다운 순진한 열정에 들떠 집으로 달려간 꼬마가 커다란 솥을 굴려 내어가자, 엄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돌멩이국 끓이는 걸 보러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돌멩이와 물만 가득 채운 커다란 솥에 후추며 당근이며 양파를 가져다 넣는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지. 한 사람이 마음을 열고 자기 것을 내놓자 다음 사람은 더 많이 내놓았어. 그래서 국은 건더기가 많아졌고 맛도 훨씬 좋아졌지. …스님들이 솥을 젓자 국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어. 우와, 냄새! 맛있는 돌멩이국 냄새! | ||
맛나게 끓은 돌멩이국을 함께 먹으며 서로 본 척 만 척 살던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 잠갔던 문을 열고 낯선 나그네들에게 포근한 잠자리를 대접했다는 이야기이다. 뜨끈한 돌멩이국을 한 대접 먹은 듯 몸까지 뜨끈해지는 이 그림책은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미국 작가 존 무스가 중국을 배경으로 다시 쓰고 그리고, 번역본은 동화작가 이현주 목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심오한 불교 관념을 담아냈다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들여 그린 맑은 수채 그림이 빚어내는 ‘나눔’ 또는 ‘베품’을 배부르게 즐기기에 좋다.
한줄 Tip 천박한 세속의 찬 바람에, 야박한 인심에, 마음 다친 어른에게도 뜨끈한 죽 한 그릇과 함께 선물하기 좋다. 그냥 건네지 말고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줄 것. | ||
※ 같고도 다른 그림책 ※ 마샤 브라운 글,그림/고정아 역 | 시공주니어 유럽 민담 <돌멩이 수프>를 원전대로 충실히 구현한 미국 그림책. 갈색과 빨간 색 두 가지만의 그림도 이채롭다. 아나이스 보즐라드 저/최윤정 역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프랑스 작가가 의인화한 동물로 패러디한 포스트모던 계열 그림책. 원전의 구조만 가져왔을 뿐, 선악을 구분 지을 수도 없고 결말도 없는 이야기. 오브리 데이비스 저 | 국민서관 원전 내용과 똑같지만 돌멩이 대신 단추를 끓인다. 동물뼈 단추가 돌멩이보다 더 깊은 맛을 내는지 확인해보자. | |||||
[관련 기사]
-프로포즈를 앞둔 커플에게 - 『토끼의 결혼식』
-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바람이 멈출 때』
-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뒤, 치유와 위로를 위한 그림책 - 『아모스와 보리스』
-엄마, 언제 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에게 -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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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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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앙ㅋ
2014.07.06
94jina
201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