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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제 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에게 -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나와는 다르지만 소중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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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는 어쩔 수 없는 형편으로 잠시 아이 곁을 떠나야 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능한 한 씩씩한 헤어짐’을 위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문 앞에서 울 때 품에 안겨주는 것보다는 미리 함께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 공연히 일찌감치 눈물 바람을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거의, 정말 거의 슬프지 않으니까.

요즘은 한 가족이지만 떨어져 사는 사람이 많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 두고 집을 떠나야 할 일이 생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사는 경우가 전국에 100만이 넘는다고 한다. 아직 어린 아기를 부모님 댁에 맡겨둔 채 일터가 있는 도시에 매여 살아야 하는 젊은 엄마 아빠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는 월요일 아침이면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와 한바탕 다정한 주말의 후폭풍을 치러야 한다. 긴 출장이라도 떠나게 되면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리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없이 떠나면 아이가 불안해하겠지만 말을 꺼내기는 또 쉽지 않다. 눈치 빠른 아이는 엄마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짐 꾸러미를 훔쳐보면서 헤어질 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린다. 조금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으려면 “내가 잠시 네 곁에 없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는 거야.”라는 든든한 기분을 안겨주어야 할 텐데 그 얘기를 하기도 전에 아이는 “엄마, 언제 와?”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곧 올 게.”라는 말을 한다고 그 울음을 달랠 수 있을까, “다섯 밤만 자면, 열 밤만 자면”이라는 말이 얼마나 아득하게 느껴질까 싶어 속이 미어진다.


그림책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는 어쩔 수 없는 형편으로 잠시 아이 곁을 떠나야 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능한 한 씩씩한 헤어짐’을 위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문 앞에서 울 때 품에 안겨주는 것보다는 미리 함께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 공연히 일찌감치 눈물 바람을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거의, 정말 거의 슬프지 않으니까.

주인공 루는 고양이 린덴과 단둘이 살고 있는 여자 아이다. 어느 맑은 날 아침, 루는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린덴에게 자신은 ‘세계 일주’를 다녀오겠노라고 말한다. 고양이 린덴은 ‘세계 일주’라는 처음 들어보는 곳에 가는 루가 불안하고 혼자 있을 자신이 걱정된다.
“세계 일주? 그게 어디야?”
“아주 아주 넓고 신나는 것도 많아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곳이야.”
“우리가 사는 숲이랑 똑같네.” (p.3)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면 아이는 부모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 한다. 따라가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고 그 곳이 좋은 곳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무섭고 위험하거나 재미없는 곳에 간다는 말은 아이를 두 번 기운 빠지게 한다. “거기는 너는 절대 못 따라가!” 같은 엄포보다는 “지금 우리가 지내는 곳처럼 즐거운 곳이야.”라는 말이 훨씬 더 안심이 되는 대답이다. 고양이 린덴도 마찬가지. 루에게 자신의 꼬리를 닮은 파란 우산을 꼭 챙겨가라고 말해준다.


거의 슬프지 않은 이 그림책에도 잠시 아슬아슬 눈물이 날 것 같은 장면이 있는데, 그건 고양이 린덴이 가방을 들고 집을 떠나는 루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린덴은 루의 모습이 저만치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풀숲에 앉아 바라본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면부터 루가 없는 동안 벌이는 고양이 린덴의 경쾌한 하루 일과가 등장한다. 루는 집을 떠났지만 린덴은 숲속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논다. 다람쥐 삼형제와 나무 타기를 하고 거북 할아범을 만나러 뚝 떨어진 연못에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달리다가 잠깐씩 생각한다. ‘루는 지금 어디서 누구랑 놀고 있을까?’하고.
캄캄한 밤이 되었어요.
린덴은 늘 하던 대로 이를 닦고, 루에게 인사했어요.
“루, 잘 자.”
멀리에서 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린덴도 잘 자. 재미난 꿈 꾸고.” (p.15)
이튿날도, 그 뒷날도 숲속에서 보내는 린덴의 하루는 나날이 알차다. 곰 아저씨에게서 루가 좋아하는 신기한 나무 열매를 얻기도 하고 사슴 가족과 술래잡기도 한다. 밤이면 루와 함께 노는 꿈을 꾼다. 이제 내일쯤은 제발 루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잠들었던 그 다음 날, 루가 집에 돌아온다. 루는 린덴을 꼭 안아주면서 혼자 집 지키느라 심심했겠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린덴은 “아니, 조금도.”라고 대꾸한다. 사실은 외롭고 심심할 때도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털을 핥으며 “나도 여행을 떠났었거든. 세계일주 여행.”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이 책의 놀라운 구성은 글보다는 그림에 있다. 루가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그림책의 장면을 위아래 평행으로 나누어 루의 여정과 린덴의 놀이를 나란히 보여준다. 글은 린덴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루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린덴이 부엉이를 만날 때 루도 그리스에서 부엉이 석상을 보고, 린덴이 다람쥐 삼형제와 놀 때 루는 박물관에서 다람쥐 조각을 감상한다. 린덴이 이를 닦으며 루를 그리워하는 그 시간에 루도 린덴을 생각하면서 이를 닦는다.

기타미 요코는 ‘깨알같다’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구석구석에 루와 린덴이 얼마나 한마음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지 그려 넣었다. 루와 린덴은 떨어져 있지만 같은 것을 보고 기뻐하고 같은 일에 아쉬워한다. 린덴이 숨바꼭질을 하다가 외로움을 느낄 때, 루가 어느 낯선 도시의 골목에서 혼자 우산을 쓰고 길을 잃는 장면은 휑하면서도 가슴에 고스란히 와 닿는 명장면이다. 여기서 루는 엄마, 린덴은 엄마와 헤어지는 어린이다. 이 책을 선물 받은 어린이는 처음에 자신이 소녀 루가 되었다고 여기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상상을 할 것이다. 고양이보다는 소녀의 생김새가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숲에서 루를 기다리는 린덴의 마음이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는 걸 깨닫는다. 루와 린덴, 두 개의 장면을 읽으면서 엄마과 아이, 둘의 마음을 모두 느끼게 된다.

우리는 날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산다. 그 세계는 어린이집 놀이터이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일터이기도 하다. 근사한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만 추억을 들려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짧은 주말마다 세계 여행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세계 지도를 상상속의 추억으로 메꾸어가는 것도 좋겠다. 다녀올 곳이, 다녀온 곳보다 멋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무엇보다 우리는 언제나 둘의 마음속에 함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과 함께 선물하면 좋은 것들

『어린이 아틀라스』 브누아 들라랑드르 글/제레미 클라팽 그림 | 문학동네
어린이도 쉽게 볼 수 있는 세계 지도 그림책. 책 속의 루가 떠난 곳이 어디일까 짐작하면서 지도를 읽어본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엄마와 아빠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곳, 출장 갔던 장소 등을 짚어 봐도 좋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의 유대가 단단해진다.

『직업 옆에 직업 옆에 직업』 파트리시아 올 글/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 미세기
230가지 직업의 일터의 생생한 모습을 넓게 펼친 면에 속속들이 그려낸 직업 그림책. 엄마, 아빠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어디에 가는지 궁금해 하는 어린이에게 다양한 일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일터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어린이는 부모의 긴 외출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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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은 (동화작가)

김지은. 동화작가, 아동문학 평론가. 어린이 철학 교육을 공부했다. 『달려라, 그림책 버스』,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을 함께 썼고 EBS '라디오멘토 부모'에서 '꿈꾸는 도서관'을 진행했으며, 서울시립대, 한신대, 서울예대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 어린이 아틀라스 <브누아 들라랑드르> 글/<제레미 클라팽> 그림/<이희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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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 옆에 직업 옆에 직업 <파트리시아 올> 글/<프론토>,<세바스티엥 무랭>,<세바스티엥 텔레시>,<로뱅> 그림/<권지현> 역/<김나라>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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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와 린덴 언제나 함께 <고테마리 루이> 글/<기타미 요코> 그림/<김난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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