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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사람과 이별한 뒤, 치유와 위로를 위한 그림책 - 윌리엄 스타이크 『아모스와 보리스』

“우린 함께 있을 순 없어. 하지만 난 절대로 널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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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크의 ‘아모스와 보리스’는 사랑한 사람과 헤어져,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들려준다. 함께 했던 시간들, 함께 했던 추억들, 그 사람을, 그 시간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 저 밑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기억하는 것. 추억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누군가와 제대로 이별하는 것이며, 그 순간 사랑이 완성된다.



우리 삶은 크고 작은 이별과 상실의 연속이다. 순간 순간을 떠나보내고, 빛나던 암울하던 숱한 시절에 작별을 고하며,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이별한다. 일생을 통해 누군가를 변함없이 열렬히 사랑한 행운의 주인공도 결국 죽음이라는 이별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아프게도 우리는 속절없이 이별과 함께 살아야한다. 누군가는 상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수업이라고, 누군가는 어떻게 만나느냐 보다 어떻게 이별하느냐가 진정한 사랑을 완성한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겐 너무나 이성적인 말일지 모른다. 이는 분노-부정-타협-절망-수용이라는 '슬픔의 5단계'를 통과한 사람 정도가 돼야 느낄 수 있는 성숙한 통찰일 것이다.

그 사이에 어떤 사람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내기도 하고, 종교를 갖기도 하고, 애완동물을 기르기도 할 것이다. 사진을 보고 울기도 하고, 그가 마치 자기 옆에 있는 것처럼 시시콜콜 그날 일을 이야기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별의 슬픔을 이기고, 마음을 치유하는데 독서가 상당히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슬픔의 위안』을 쓴 미국 작가 론 라마스코와 브라이언 셔프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독서에 심취하고 슬픔과 관련된 글을 읽고 싶은 열망이 엄청나다”며 “슬픔에 대한 책을 통해 슬픔을 연구할 뿐 아니라 책이 가진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도 판단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보조를 맞출 준비가 돼있고, 단순한 위로뿐 아니라 고통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책을 고를 때 슬픔을 너무 지나치게 특화한 것은 피하라고 조언하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시에서 위로를 얻는다고 추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며 ‘그림책’이야말로 이별 뒤 슬픔을 다독이는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림책이 담고 있는, 그림책이 자리한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의 세계라는 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이고 모든 것을 품어내는 따뜻하고 안정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또 소설책 몇 권으로도 모자라는 깊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슬픔의 치유에 가장 적합한 시에 비교적 가까운 장르이기도 하다.

이 같은 그림책 중에서, 사랑하는 존재와 헤어져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크의 『아모스와 보리스』(시공주니어)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흔히 매우 다른 존재,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존재간의 깊은 우정과 사랑을 그린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하지만 사랑한 사람과 헤어져, 더 이상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토록 아름답고 따뜻하게 전해주는 그림책을 보지 못했다. 함께 했던 시간, 함께 했던 추억, 그 사람을, 그 시간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 저 밑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기억하는 것. 그 추억의 힘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누군가와 제대로 이별하는 것이며, 그 순간 사랑이 완성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림책의 두 주인공은 육지의 동물 쥐와 바다의 동물 고래이다. 바다를 사랑한 생쥐 아모스는 바다 저 멀리 어떤 세계가 있을지 궁금해 배를 만든다. 낮에는 배를 만들고, 밤에는 항해술을 공부하던 아모스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바다로 나간다. 검푸른 바다에서 반짝이는 물을 뿜어내는 고래를 보고 감탄하고, 갑판에 누워 끝없이 별이 뿌려진 하늘을 바라보며 존재의 외로움을 느끼던 아모스는 실수로 바다에 떨어진다. 비까지 내려 아모스가 점점 힘이 빠져갈 즈음, 지나가던 거대한 고래 보리스가 그를 구하고, 그를 기꺼이 집까지 데려다준다. 이들은 서로 영원한 친구임을 맹세하고 절대로 서로를 잊지 않을 거라며 헤어진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나고 거세게 몰아친 허리케인 때문에 보리스는 아모스가 살고 있는 해변으로 밀려온다. 뜨거운 햇살아래 거대한 몸을 드러낸 보리스. 그를 본 아모스는 구해주겠다고 소리치지만 보리스의 귀엔 그저 모기가 앵앵 우는 소리로 들린다. “저렇게 작은 생쥐가 어떻게 나를 도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순간, 아모스는 바다 코끼리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그를 바다 속으로 밀어넣는다. 바다로 헤엄쳐가는 보리스의 두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림책은 이렇게 끝난다. “안녕 보리스” “안녕 아모스” 아모스와 보리스는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서로를 절대 잊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1971년, 스타이크가 64세에 내놓은 그림책이 삶에 대해 보여주는 시선은 더없이 깊다. 광대한 세상 속 고독한 존재. 깊은 우정(사랑)과 어쩔 수 없는 이별. 하지만 이들은 넓고 넓은 바다에서 아모스가 보리스의 등에 타고 보낸 시간에 대한 기억,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구해줬던 기억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게 된다.

“보리스는 아모스의 가냘픔과 떨리는 듯한 섬세함 가벼운 촉감. 작은 목소리,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에 감동했지. 아모스는 보리스의 거대한 몸집과 위엄. 힘, 의지, 굵은 목소리, 끝없는 친절에 감동했어. 우린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함께 있을 순 없어. 너는 육지에서 살아야하고 나는 바다에서 살아야하니까. 그래도 난 절대로 널 잊지 않을 거야.”


윌리엄 스타이글 저/우미경 역 | 시공주니어

한 줄 Tip
텍스트는 한 편의 긴 시처럼 아름답다.
혼자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슬픔을 달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책

『눈사람』 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 | 마루벌
꿈처럼 사라진 추억의 시간. 모든 것이 눈처럼 녹아 사라져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워킹 인 디 에어(Walking in the Air)」가 흐르는 애니메이션이 더 좋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저/햇살과나무꾼 역 | 사계절
고학년용이지만 어른 독자들도 꼭 읽기를 권한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것은 그가 세상에 없을 때, 그 때문에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가슴 절절하게 들려준다.


[관련 기사]

-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프로포즈를 앞둔 커플에게 - 『토끼의 결혼식』
-이제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바람이 멈출 때』
-꼬마와 고양이의 우정 그린 강풀의 첫 그림책 - 『안녕, 친구야』
-“여탕에 산신령은 이상해서 선녀로 바꾸었죠” - 백희나 『장수탕 선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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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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