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각국은 다들 중앙은행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독일은 연방은행, 프랑스는 프랑스은행, 일본은 일본은행이 중앙은행이지요.
중앙은행이란 한 나라의 금융하부구조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이름이 은행이라서 중앙은행을 은행 내지 금융기관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지만 중앙은행에는 은행이나 여느 금융기관과 달리 금융하부구조의 핵심이라는 훨씬 큰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를 발행하고 통화의 신용을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일입니다.
돈의 가치가 급변하면 발생하는 일
통화란 한 나라의 공식 화폐, 즉 돈입니다. 통화의 신용은 돈의 가치를 뜻하지요. 그런데 돈의 가치를 왜 정책적으로 조절해야 할까요? 금융과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기만 하고 돈의 가치는 통제하지 않은 채 시장에만 맡겨두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돈의 가치가 수시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돈 가치를 믿을 수 없어서 경제활동을 원활히 할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에는 100만 원이면 살 수 있던 에어컨을 이달에는 돈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 200만 원을 줘야 산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렇게 돈의 가치가 급변하면 누가 사업 자금을 빌려주며, 누가 일정액의 월급을 받고 일하려고 할까요? 그렇게 되면 금융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습니다.
그래서 금융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돈의 가치가 안정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따금 금융시장에 유통되는 돈의 양, 즉 통화량이 너무 빨리 많아지거나 적어져서 돈의 가치가 급변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돈의 공급이 수요보다 너무 많을 때는 빠른 속도로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곧 물가가 뜁니다. 물가가 뛰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판매가 줄어들지요. 물가 상승세가 심해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경기가 침체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금융시장에 돈의 공급이 너무 부족할 때는 돈의 가치가 급등합니다. 이런 때는 돈을 빌릴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급격히 많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되지요. 그 결과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생산?고용?소비도 줄어 경기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통화량이 너무 빨리 많아지거나 적어지면 돈의 가치가 급변하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통화량이 늘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이렇게 통화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일이 바로 돈의 가치, 즉 통화의 신용을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일입니다. 이를 통화신용정책이라고 부릅니다. 통화정책, 금융정책, 통화금융정책이라고도 부르지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잘 쓰면 돈의 가치가 안정되고 금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물가도 안정됩니다. 국민경제가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통화정책은 국민경제의 사활이 걸린 정책과제이고, 중앙은행에 맡겨진 매우 중요한 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공식 통화인 한국은행권, 즉 원화를 발행하면서 통화정책을 맡고 있습니다. 경제 내에 유통되는 원화 자금의 양이나 흐름을 그때 그때 경제 상황에 맞춰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서 원화의 신용과 물가를 안정시키고 있지요. 통화정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을 가리켜 통화당국(통화관리당국)이나 금융당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은행에 통화정책 기능을 맡긴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으로 기능하더라도 여느 금융기관과 달리 금융기관하고만 거래합니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특히 다음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중앙은행은 일반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이나 대출을 거래하면서 ‘금융기관의 은행’ 역할을 합니다. 은행들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중앙은행에서 빌린 자금도 동원하곤 합니다.
둘째, 중앙은행은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급박할 때 급전, 즉 긴급대부자금을 빌려줍니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돈을 제때 내주지 못하면 금융 자체가 마비되는 금융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중앙은행은 마지막으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라는 의미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합니다.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 기능하기 위해 평소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해당 금융기관이 유치한 예금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맡아둡니다. 이걸 ‘지불준비금(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은 이 돈으로 가계와 기업 고객들이 각 금융기관에 맡긴 예금을 언제든 차질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해둡니다.
이밖에 정부를 상대로 ‘정부의 은행’ 역할을 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입니다. 중앙은행은 정부가 국민에게서 걷은 세금 등 나랏돈(국고금이라 합니다)을 맡아두었다가 정부가 원할 때 내주고 정부에 자금이 부족할 때는 돈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또 평소 일정액의 외환을 보유해두는 것도 중앙은행의 임무입니다. 자국 정부나 금융기관 등이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 등에 진 빚을 갚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생겼을 때 대신 갚는 데 쓸 돈을 마련해두는 것이지요. 이 돈은 ‘외환보유액(외환보유고)’ 또는 ‘대외지급준비자산’이라고 부릅니다.
그밖에 중앙은행의 주요 사업으로는 국민경제의 규모와 성장에 관한 연구조사나 관련 통계 자료 작성 및 발표, 국민 일반을 상대로 한 경제교육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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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경제공부가 처음인데요 곽해선 저 | 한빛비즈
『저는 경제공부가 처음인데요』 는 머리털 나고 경제와 친했던 적이 없던 사람들, 그래서 직장 회의 시간에도, 동창 모임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할 때도 도대체 경제라는 말만 나오면 소심해지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경제 입문서 100쇄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국내 최고의 경제교육 전문가인 곽해선 소장이 말 그대로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들을 위해 펴냈다.
곽해선
베스트셀러 300문 300답 시리즈의 경제교육전문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한국생산성본부(KPC) 전문위원, 아시아생산성기구(APO, 도쿄) 객원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경제 해설에서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한 경제교육전문가로,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실용 경제 서적을 다수 집필했다. 1993년에 출간한 『경제기사소프트』는 경제 서적 대중화의 물꼬를 트면서 그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 출간한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도 해마다 꾸준한 개정작업을 거듭하며 100쇄를 바라보는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외에도 『주식투자 궁금증 300문 300답』,『금융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등 ‘300문 300답’ 시리즈와 『한국경제지도』등 20여권에 이르는 저서가 있다.
경제 원리와 현실을 쉽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풀어내는 그의 책은 여러 대학과 기업, 각종 학습 동아리에서 경제학 수업 교재 내지 실물경제 학습 참고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또 유수 경제 일간지에서 신입 기자의 글쓰기 교재로 삼을 만큼 정평이 나 있다. 평소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 대학 등지에서 활발히 강연하고 있고, KBS 라디오 ‘경제전망대’에서 다년간 시사경제 해설을 맡는 등 경제 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다.